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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석의 동행> 입양아 현수의 죽음을 기억한다

국내 거주 해외입양인들이 2014년 2월 서울 마포구 한 어린이공원에서 현수의 추도식을 치렀다.

(서울=연합뉴스) 이달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바로 위쪽의 메릴랜드 주 몽고메리 카운티의 순회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세 살배기 한국인 입양아를 숨지게 한 미국인 양아버지에게 징역 12년이 선고됐다. 사건이 발생한 지 2년5개월여 만이다.

입양아의 한국 이름은 김현수. 2010년 5월 미숙아로 태어났고 언어 지체 등 발달장애가 있었다. 친모의 양육 포기로 위탁가정에서 자라다가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2013년 10월 말 미국인 오캘러핸(당시 36세) 부부에게 입양됐다. 미국 이름은 매덕 현수 오캘러핸이다. 입양된 지 4개월도 안 돼 발생한 이 사건은 우리나라 해외입양 역사에서 부끄럽고도 가슴 아픈 기록이다. 아픈 기억을 되새기는 것이 유가족에게 또 한 번 상처를 주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렇지만 해외입양이 여전히 전체 입양의 3분 1이 넘는 우리 현실에서 이런 일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현수의 죽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 사건은 처음부터 여러 가지 궁금증을 낳았다. 현수의 양아버지 브라이언 패트릭 오캘러핸은 참전군인 출신으로 미국 국가안보국(NSA)이라는 확실한 직장에 다녔다. 더욱이 오캘러핸 부부는 현수 입양 전에 한국을 세 차례나 방문하는 등 입양에 많은 공을 들였다. 사건 경위와 동기에 많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의문은 1심 재판 후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에 보도된 각종 기록을 보면 어느 정도 풀린다.

사건은 2014년 2월 1일 발생했다. 브라이언 오캘러핸은 이날 현수와 그의 형을 데리고 던컨도너츠에 갔다. 오캘러핸 부부에겐 현수보다 나이가 많은 아들이 하나 있었다. 당시 부인은 집을 비웠다. 오캘러핸은 집에 돌아온 후 현수가 피곤해 보여 침대에 재우려고 했는데 현수가 침대에서 자꾸 뛰자 어느 순간 화가 폭발해 그를 방안의 벽을 향해 집어 던졌다고 한다.(이상은 오캘러핸의 변호사가 고용한 심리상담사가 그에게 들었다는 내용이다)

오캘러핸은 그 일이 있고 약 4시간이 지나서야 응급실로 현수를 옮겼다. 응급실에서도 의료진이 현수를 진찰하기 전까지는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그때 이미 현수는 위중한 상태였고 큰 병원으로 옮겼지만 이틀 후 숨졌다.(이상은 검찰의 설명이다)

하지만 오캘러핸은 사건 초기에는 다른 진술을 했다. 그는 2014년 1월 31일 집 목욕탕에서 현수가 샤워하다 바닥에 미끄러져 뒤로 넘어졌으며 이때 어깨를 바닥에 부닥쳤다고 진술했다. 현수는 다음날 오전 수영장에서 데려갔을 때만 해도 특별한 이상이 없다가 오후에 낮잠을 자는 그의 코에서 액체가 흘러나오고 침대에 핏자국과 분홍색 얼룩이 져 곧바로 응급실로 데려갔다는 것이다.

앞서 검찰은 현수에 대한 부검결과 구타의 흔적이 있고 특히 두개골 골절과 타박상 등이 나와 오캘러핸을 1급 살인과 1급 아동학대 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오캘러핸은 2년여간 재판과정에서 양형 협상(플리바겐)을 해 1급 아동학대 치사에는 유죄를 인정하고 1급 살인죄는 벗었다. 검찰은 그에게 징역 40년을 구형했으나 변호인 측이 주장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가 인정돼 선고형량은 법정 최저 수준인 12년형에 그쳤다.

현수의 양아버지는 사회적으로 성공했다는 평을 들을만한 이력이 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해병대원으로 코소보전과 이라크전에 참전했다. 이라크에서는 제시카 린치 일병 구조작전에도 참가했다고 미언론이 전했다. 그 후 NSA에서 고급 정보 분석 업무를 했다.

그러나 재판과정에서 중요한 사실이 하나 밝혀졌다. 오캘러헌은 현수를 입양할 때 입양기관에 그의 PTSD 병력을 숨겼다. 게다가 제대군인의 복지와 관련된 업무를 하는 정부부처인 보훈부의 상담자가 오캘러핸에게 입양을 위해 필요한 약물검사를 통과하려면 정신과 약 복용을 줄이라고 충고했다고 한다. 그의 사건을 맡은 판사는 보훈부가 오히려 오캘러핸에게 입양계획을 포기하라고 충고했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판사의 지적대로 했다면 말조차 서툰 어린 현수가 이국땅에서 끔찍한 일을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최재석 논설위원

이 사건을 계기로 입양기관이 예비 양부모에 대한 조사를 좀 더 철저히 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현수는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2013년 외국에 입양된 62명 중 1명이었다. 보건복지부는 사건이 발생한 그해 4월 홀트아동복지회에 대해 검사를 했다. 감사결과 홀트는 일부 아동에 대해 국외 입양을 하기 전에 5개월 이상 국내 입양 우선 추진 노력을 하지 않은 점 등이 적발되기도 했다.

이번 재판 소식을 전하는 WP 기사에는 많은 댓글이 달렸다. 그중 한 대목을 소개한다. "이 작은 소년은 그의 조국으로부터 일차적으로 버림받았다. 조국은 그 땅의 어머니와 자녀들을 돌봐야 했다. 그랬다면 이 소년은 낳아준 어머니와 함께 살 수 있었을 것이다. 그의 조국은 부끄러워해야 한다." <논설위원>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7/23 09:3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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