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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욱의 사시사철] 날로 영향력 커지는 대선 TV토론

(서울=연합뉴스) 대선후보 TV토론을 지켜본 유권자의 후보 평가에는 편차가 크다. 입맛에 따라 좌우되는 경향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한 TV로 같은 토론회를 봤다 하더라도 상반된 평가가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선거 전문가들은 이를 자기 확신 강화 현상이라고 한다. 가령 A 후보 지지자는 A 후보에게, B 후보 지지자는 B 후보에게 마음이 끌려 후한 점수를 매긴다. 특정한 지지 후보가 없는 C 씨가 보기엔 A, B 후보 모두 고만고만하고 평균치 정도의 점수만 줘도 될 것 같은데, 유권자에 따라 최고와 최저 점수가 엇갈리게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예쁘게 본 며느리는 계속 예뻐 보이고 미운털이 박힌 며느리는 평생 구박 덩어리인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변덕스럽고, 자연계가 아닌 이상 불변도 없다. 지난 대선을 분석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유권자의 97%가 TV 토론회를 최소 한 번 이상 시청했고, 그 가운데 5~9%는 지지 후보를 바꿨다. 많게는 10명 중 1명꼴로 변심한 셈이다. 당시 박근혜, 문재인 후보의 득표율이 각각 51.55%, 48.02%로, 불과 3.53%포인트 차에 그쳤던 점을 고려하면 TV토론의 영향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러면 이번 대선은 어떨까. 각 대선 캠프 분석에 따르면 TV토론이 이전보다 더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박, 문 후보는 보수·진보의 색채가 뚜렷하고 유권자들 사이에 호불호도 선명했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는 그렇게까지 확연한 것 같지는 않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선 양강을 구축하고 있는 문재인, 안철수 후보는 진보와 중도진영을 대표한다. 보·혁이 첨예하게 맞섰던 지난 대선만큼의 간격은 아닌 이념적 환경이다. 경제 정책도 오십보백보다. 가장 민감한 이슈라 할 수 있는 안보 분야만큼은 다르다고 하나, 그중 핵심 현안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만 해도 두 후보 모두 처음엔 반대했다가 안 후보는 찬성 쪽으로 180도 선회했고, 문 후보는 어정쩡하게 선회하는 중이다. 말 바꾸기를 한 것은 두 후보 공히 마찬가지다. 이렇듯 두 후보 간 장벽이 절대 건널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것은 아니다. TV토론을 보다가 지지 후보를 바꾸기가 한결 쉬워졌다는 얘기다.

후보들도 TV토론이 대선 승부처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총 여섯 번의 토론회 가운데 한 번은 했고 남은 기회는 다섯 번밖에 없다는 계산도 대선 전략 속에 넣어놓고 있다. 몇 번째 토론회까지는 몇%까지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승부를 도모할 수 있다는 식이다. 그만큼 TV토론의 가치는 매번 소중할 수밖에 없다. 과거 김영삼·김대중·김종필이 할거했던 3김(金) 시대 대선은 세(勢) 싸움이었다. 상대 후보가 50만 명의 청중을 끌어모았다고 하면 나는 100만 명을 운집토록 해야 한다는 기세의 대결이었다. 그 기세는 이제 TV토론으로 옮겨졌다. 시청률로 따지면 10%만 돼도 500만 명 가까운 청중이 모이는 셈이다. SBS·한국기자협회 주최의 1차 TV토론 시청률은 1부(전국 기준) 11.6%, 2부 10.8%였다. 동시간대 방영된 KBS 2TV '추리의 여왕', MBC '자체발광 오피스' 등 드라마·예능 프로그램을 제치고 가장 높은 시청률을 보였다. 앞으로 남은 TV토론의 시청률은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심야시간대가 아닌 저녁 8~10시에 하는 데다 스탠딩 방식에 시간 총량제 자유토론을 도입하면서 박진감이 더할 것이기 때문이다. 양강인 문, 안 후보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수백만 명, 많게는 천만 명이 넘을지도 모르는 유권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자칫 큰 실수를 하거나 나쁜 인상을 주게 되면 그 날로 양강구도가 해체되면서 헤어나기 어려운 나락으로 떨어진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긴장하긴 매한가지다. 혹시 양강중 누가 낙마하면 그 자리를 꿰차겠다는 기대가 없지 않다. 그것 아니더라도 TV토론의 강자가 되면 지지율 상승은 물론 부가로 따라붙는 득이 두 손으로 움켜잡을 수 없을 만큼 그득하다.

TV토론에 대한 보완 요구도 거세다. 후보들이 벼락치기 공부를 통해 외운 것만 앵무새처럼 풀어놓는 암기 테스트가 아닌 후보들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무대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유권자의 선택권 보장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미국의 경우는 지지율 15% 이상 후보에게만 TV토론 자격을 준다. '세기의 빅 매치'라 불렸던 도널드 트럼프-힐러리 클린턴 간 양자 토론도 이런 규정 때문에 가능했다. 대선 득표율이 15%가 넘는 후보에 한해 국가가 선거비용을 보전해주는 현행법을 준용해 TV토론 참가 자격도 이에 맞추면 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나머지 군소후보에 대해선 기존 5자 토론을 병행하면서 따로 토론회를 열면 큰 불이익은 없을 것이다. 또 특정 주제를 정하고 시간 제약을 두는 현행 토론 방식 대신 후보 간 끝장토론을 도입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건성으로 훑고 지나가는 것으로는 후보의 참모습을 알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TV를 지켜본 유권자들이 '이젠 그만하면 됐다'고 할 정도로 치열하고 집요한 토론을 하는 것이 대선의 통과의례가 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대선후보는 후보다운 국정 공부를 하게 되고, 유권자도 다양한 정보를 갖고 적임자를 물색하는, 책임 있는 선택이 가능해질 것이다. <논설위원>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4/19 11:32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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