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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180억 기부 '세금 폭탄'은 부당했다

(서울=연합뉴스) 180억여 원 상당의 주식을 기부해 장학재단을 설립했다가 140억여 원의 증여세를 맞은 황필상 씨가 마침내 세금 폭탄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일 황씨가 설립한 구원장학재단이 수원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2심 판결을 깨고 막대한 증여세 부과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의 원심 파기로 사건은 서울고법으로 되돌아갔다. 이로써 지난 2008년 증여세 부과 이후 9년 만에 황 씨는 장학사업을 위한 거액 기부의 순수성을 인정받게 됐다. 늦어도 너무 늦은 결론이지만 이제라도 이렇게 사안이 정리된 것은 다행스럽다.

장학재단 기부금에 세금 폭탄이 떨어진 까닭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의 경직성 때문이었다. 생활정보 소식지 '수원교차로'를 창업한 황 씨는 지난 2002년 8월 수원교차로의 주식 90%(180억원 상당)와 현금 2억여 원을 기부해 구원장학재단을 설립했다. 이후 수원세무서는 2008년 9월 세무조사 끝에 황 씨의 주식기부가 무상증여에 해당한다고 보고 140억여 원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공익재단 등을 통한 편법증여를 막기 위한 장치로, 특수관계인 기업의 의결권이 있는 주식의 5%를 넘게 취득ㆍ보유할 경우 초과분에 증여세를 매길 수 있도록 규정한 상증세법에 근거한 조치였다. 장학재단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고, 1심은 "경영권 세습이 아닌 순수한 장학사업"이라며 세금부과는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은 증여세 부과가 적법하다고 보고 1심 판단을 뒤집었다. 이후 대법원 판결이 날 때까지 7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면서 연체 가산세가 붙어 연대납세 의무자인 황 씨에게 부과된 세금 액수는 기부금을 훌쩍 뛰어넘는 225억 원에 달하게 됐다.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가 된 셈이다. 황 씨는 고액 세금체납자로 몰렸고 거주하는 아파트까지 압류당하는 곤경에 처했다고 한다.

대법원은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지난해 9월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사건을 회부했다. 쟁점은 황 씨와 수원교차로가 상증세법의 특수관계인에 해당하는지였다. 상속이나 증여와 연관된 특수관계인이 아니라면 황 씨의 기부에 대한 증여세 부과는 근거를 잃게 된다. 대법 전원합의체는 `설립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어도 재산을 출연한 것만으로도 특수관계인으로 볼 수 있어 세금부과가 적법하다'는 원심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봤다. 다시 말해 재단에 실질적으로 관여하지 않는 경우에는 경제력 세습으로 볼 수 없으므로 기계적인 세금부과는 옳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사건은 상증세법의 맹점에서 비롯됐다. 일각에서는 법을 개정해 주식기부금에 증여세를 부과하는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이 법이 재벌의 편법증여를 막기 위해 만들어졌고, 아직도 이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증여세 부과 조항 폐지는 어설픈 해법이 될 수 있다. 그동안 해당 법 개정문제가 국회에서 여러 차례 시도됐다가 무산된 사정이 여기에 있다. 다만 기부문화를 장려하고 기부를 활성화하는 일은 꼭 필요하기 때문에 보완책은 마련돼야 한다. 이번에 대법 결정으로 새로운 판례가 만들어졌다. 세무당국이 좀 더 유연하게 법률을 적용하는 것도 보완 장치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4/20 18:28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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