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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궤도 이탈한 '주적 논쟁', 이제 그만 접자

(서울=연합뉴스) '5.9 대선'이 보름여 앞으로 다가왔는데 북한이 '주적'인지 아닌지를 놓고 공허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발단은 지난 19일 KBS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북한이 우리의 주적이냐"고 짧게 질문한 것이다. 문 후보는 이 단도직입적 질문에 "국방부가 할 일이지, 대통령이 될 사람이 할 대답은 아니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문 후보의 이런 답변에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을 중심으로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질문의 당사자인 유 후보는 기자들에게 "문 후보가 북한을 주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듯 말했다"면서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되겠다는 후보가 그렇게 말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끝끝내 (북한을) 주적이라고 하면 안 된다는 사람에게 국군통수권을 주는 게 맞느냐"며 "주적이 없다면 60만 대군을 가질 이유도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도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색깔론 정치공세"라며 반격에 나섰다. 박광온 선대위 대변인은 "유 후보가 말한 것과 달리 주적 개념은 국방백서에 들어 있지 않다"면서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 때도 '주적'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현재도 휴전상태인 만큼 군사적으로 북한이 적인 것은 맞다"면서 "그러나 헌법에는 북한을 평화통일의 대상으로 보고 있어 정치적 개념과 군사적 개념을 구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국방백서에 북한은 주적이라고 명시돼 있다. 지금과 같은 남북 대치 국면에서 북한은 주적이 맞다"면서 "하지만 동시에 평화통일을 위한 대화 상대라는 데 모두의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의 박지원 대표는 "국방백서에 주적은 엄연히 북한"이라면서 "문 후보가 답변을 못 한 건 안보문제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민주당의 백군기 국방안보위원장은 "현재 국방백서에 주적 개념은 없다"며 안 후보와 박 대표의 국방백서 인용을 겨냥했고, 유은혜 대변인은 "허위사실에 근거한 색깔론에 편승하는 건 금지선을 넘는 것"이라고 역공했다.

이런 설전을 지켜보노라면 아직 우리 정치권이 멀어도 한참 멀었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논쟁의 발단부터 전개까지 본질에서 벗어났을 뿐 아니라 모양새도 '말꼬리 잡기'의 전형이다. 굳이 따지자면 '북한이 주적이냐'는 질문부터 잘못됐다. 사전적으로 '주적'은 싸워야 할 '주된 적'이라는 뜻이다. 전쟁과 같은 군사적 적대 상황이 전제되어야 자연스럽게 쓸 수 있다. 휴전상태인 한반도를 준 전시 상황으로 봐도, 남북 관계의 긴장도에 따라 '주적'이라는 표현의 적합성은 크게 달라진다. 예컨대 국방백서에 주적 개념이 처음 들어간 것은 1995년이다. 바로 전년 3월 판문점 접촉에서 북측의 박영수 대표가 '서울 불바다' 위협 발언을 한 것이 직접적 계기가 됐다. 반대로 국방백서에서 '주적'이 사라진 것은 2004년부터다. 참여정부 들어 대북 포용정책을 펴는 분위기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후 국방백서는 '직접적 군사위협', '직접적이고 심각한 위협' 등으로 북한을 표현하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표기한 것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따라서 현재 국방백서에 '주적'이란 표현이 없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런 용어가 없으니 문제 제기가 잘못된 것이라고 몰아붙이면 그 또한 본질에서 벗어나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대한민국이 심각한 안보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데는 많은 국민이 공감할 것이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의 핵 및 미사일 도발에 대한 미국의 경계·압박 수위는 과거와 비교가 안 될 만큼 급상승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정부 고위관계자들로부터 이틀이 멀다 하고 선제타격 얘기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북핵과 미사일에 대한 전략적 평가가 완전히 달라지면서 미·중의 대북 공조 압박도 확연히 강해졌다. 국내에서는 미·중 틈에서 한국의 이익이 배제되는 '코리아 패싱'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한국은 원래 중국의 일부였다'는 시진핑 주석의 발언이 트럼프 대통령의 외신 인터뷰를 통해 전해진 것도 충격적이다. 글로벌 'G2'인 미·중 정상의 한반도 인식이 어떤 수준인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게 모두 보름 남짓 지나면 차기 대통령이 직면해야 할 현실이다. TV 토론회 같은 데서 대선 후보들이 치열하게 논쟁을 벌여야 할 것도 바로 이런 문제들이다. 그래도 북한이 주적인지 아닌지를 따지고 싶으면 기본 개념과 사실관계부터 제대로 숙지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이제 대선은 정확히 만 16일 남았다. 후보한테도 국민한테도 시간이 별로 없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4/21 20:36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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