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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국 칼럼] 이재용의 승부수, 삼성전자 경영권 안전할까

(서울=연합뉴스) 삼성전자가 자사주 전량 소각과 지주회사 포기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둘 다 예상치 못한 강수지만 더 눈길을 끈 것은 자사주 전량 소각이다. 발표 당일 시가로 무려 45조 원어치다. 이 회사 자사주는 지주회사 전환의 지렛대이자 이재용 부회장 경영권의 안전핀으로 인식돼 왔다. 평소엔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지만 경영권이 공격받았을 때는 우호지분을 늘리는 수단이 된다. 지주회사 전환 시에도 지주회사로 넘어간 자사주는 의결권이 살아나 지배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 이른바 '자사주의 마력'이다. 이런 보물단지를 과감히 포기한 이 부회장의 속뜻은 뭘까.

재계는 이 부회장의 승부수로 보는 것 같다. 삼성전자의 경영실적이나 사업 및 지분 구조 등을 볼 때 경영권을 공격받을 위험에선 벗어났다는 자신감에서 정면돌파를 택했다는 것이다. 경영권 방어에 자신이 있다면 굳이 지주회사 전환에 매달릴 필요도 없다. 자사주를 소각해 지주회사 전환으로 돌아가는 다리를 아예 끊어버린 것도 그 연장선에서 이해된다. 무엇을 해도 자신의 경영승계, 계열사 지배력 강화 등으로 연결짓는 세간의 오해와 인식이 이 부회장이 승부수를 던진 이유 아닐까. 회사 측 발표대로 지주회사 전환 과정의 현실적 어려움이 지주회사 포기의 직접적인 원인일 수 있다. 그렇더라도 지분 확대를 통한 지배력 강화를 포기하고 "경영실적으로 평가받겠다"는 이 부회장의 발상은 평가할 만하다.

관심이 쏠리는 대목은 이 부회장으로 대표되는 삼성 일가의 삼성전자 경영권이 정말 도전받을 가능성이 없을까 하는 것이다. 해외 투기자본이 삼성전자의 경영권을 노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설령 무리하게 경영권을 노리더라도 성공 확률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보다 낮다. 상장사인 삼성전자 경영권에 도전하려면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이는 방법밖에 없다. 2016년 말 현재 삼성전자 지분은 삼성 오너 일가 4.97%, 삼성생명 등 계열사 13.21%, 자사주 13.30%, 국민연금 9.22%, 외국인 50.6%, 기타 8.68% 등으로 구성된다. 삼성전자가 경영권 방어에 동원할 수 있는 지분은 오너 일가와 계열사 지분을 합친 18.32%이다. 외국인 지분이 50%를 넘으니 얼핏 봐서는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그렇게 간단치 않다.

해외 투기자본이 정상적인 기업의 경영권을 뺏어오려면 적어도 3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잘 알려진 '소버린 사태'를 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해외 사모펀드인 소버린은 2003년 3월과 4월에 국내 주식시장에서 SK㈜ 주식을 14.99%를 사들여 최대 주주가 됐다. SK그룹의 대규모 분식회계, 허위공시, 계열사 간 거래를 악용한 배임 등에 대한 검찰 수사결과 발표로 SK 주가가 연일 곤두박질치고 일부 투매현상까지 벌어지던 상황이었다. 소버린 측은 범법 행위 등에 대한 책임을 물어 최 회장의 퇴진과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면서 경영권에 도전했다. 소버린 측은 2004년과 2005년 주주총회에서 자신들이 추천한 이사를 선임하려고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당시 최 회장 일가의 SK 직접지분은 1.39%에 불과했다. 하지만 SK의 다른 주주들은 경영능력이 의심스러운 투기자본 소버린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경영권 공격에 필요한 '30% 지분' 조건은 대략 이런 경험들에 비춰 산출한 것이다.

그럼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 지분 30%를 매집하는 것은 가능할까. 100% 장담하기는 어렵지만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금융시장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우선 천문학적인 돈을 조달하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다. 지금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 주식 30%를 시가대로 사려면 100조 원쯤은 들 것이다.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한꺼번에 샀을 때 그렇다는 얘기다. 세계적으로 자산규모가 100조 원 이상인 기관은 대부분 주요국 연금이나 국부펀드다. 자산규모가 크다는 뮤추얼펀드 중에도 서너 곳에 불과하다. 삼성전자 주식은 또 기관투자가들이 장기 투자 형태로 보유해 시장에 나오는 물량은 전체 주식의 0.2∼0.3%에 그친다. 게다가 상장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하게 된 주주는 이를 공시해야 한다. 단순 공시가 아니라 재무투자가 목적인지 혹은 경영에 참여하려는 것인지 투자 목적까지 밝혀야 한다. 그 후에도 1% 이상의 지분 변동이 생길 때마다 계속 공시해야 한다. 만약 해외 투기자본이 경영권 확보를 목적으로 시장에 나오는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는 것을 알면 일반 소액주주들이 자기 주식을 팔려고 내놓을까. 당장 매물이 말라 주가는 천정부지로 뛸 게 뻔하다. 앞서 '30% 지분' 자금으로 대략 뽑은 100조 원이 몇 배로 늘어날지 누구도 알 수 없다. 어떤 투기자본도 엄두조차 내기 어려운 일인 것이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주주들은 대부분 기관투자가다. 일반적으로 펀드라고 불리는 기관투자가들은 투자 목적과 기간, 방법, 성향 등이 각자 다르다. 3천 곳 내외로 알려진 외국인 기관투자가들을 설득해 지분을 모은 다음 경영권 공격에 나선다는 가설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얘기다. 굳이 가설로 말하자면 삼성전자가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는 것은 이런 경우다. 장기간 경영 부실 누적으로 유동성 위기에 빠지고, 주가도 폭락해 주식시장의 자금 조달도 여의치 않은 그런 상황 말이다. 하지만 그건 신이라도 막을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장기간 경영 실패가 이어지지 않는 한 삼성전자가 경영권을 걱정할 이유는 없다. (논설위원)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5/04 12:52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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