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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고은의 참새방앗간] 아이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

OCN '구해줘'
OCN '구해줘'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고2 교실에서 수업내용을 잘 정리해놓은 모범생의 노트가 없어졌다. 알고 봤더니 불량 패거리가 평소 '왕따' 시키며 괴롭혀온 동급생을 협박해 그 노트를 훔치게 했다. 패거리 중에는 콧대 높은 학교 운영위원의 딸도 있다. 협박당해 노트를 훔친 소녀는 사귀던 남자친구에게도 상습 폭행을 당하고 있었다. 남자친구는 유명 검사의 아들이다.

지난 5일 막을 내린 KBS 2TV '학교2017'에 담긴 이야기다. 드라마 속 가해자들은 부모의 권세를 등에 업고 매번 미꾸라지처럼 잘도 빠져나갔다.

다리를 절어 어려서부터 놀림과 괴롭힘을 당했던 고1 남학생이 새로 전학 간 동네의 상가 화장실에서 몹쓸 짓을 당한다. 여학생까지 낀 불량 패거리가 화장실 문을 걸어 잠근 채 남학생의 바지를 벗기고 희롱했다. 패거리 중에는 지역 유지의 아들도 있다. 보복이 두려워 아무 말 못한 남학생은 이후 수시로 괴롭힘을 당했고, 급기야는 학교 옥상으로 끌려와 폭행을 당했다. 결국 이 남학생은 옥상에서 몸을 날렸다.

OCN 주말극 '구해줘'의 주요 내용이다. 동급생에게 가한 폭력이 자살로까지 이어졌음에도 가해자 패거리는 경찰에서 무사히 방면됐다. 부모의 권세와 그에 동조한 경찰의 직무유기 탓이었다.

10대들이 벌인 집단 폭행 사건으로 연일 시끄럽다. 부산에 이어 강릉, 아산 등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10대들이 친구들에게 가한 폭력의 잔인함이 충격적이고, 경찰의 부실한 수사가 논란이다. 어른들의 외면에 대한 고발도 이어지고 있다.

미성년자의 폭력, 학교 폭력을 우습게 볼 일이 아니라는 것은 드라마가 잘 말해준다. 언제나 현실보다 몇 발 늦은 드라마에서 저런 이야기를 다루는 것을 보면 "드라마일 뿐"이라고 넘기긴 어려울 듯하다.

학교 폭력 자체도 무섭고, 학교 폭력 사건에 대한 공정하고 정확한 결론이 나기 쉽지 않은 것도 무섭다. 폭력 사건에서는 대개 사실과 진실 사이의 간격이 크게 벌어지고, 억울한 사연도 종종 파생한다. 특히 아이들의 폭력 사건에서는 이를 대하고 다루는 어른들의 갑질, 기만, 무성의 등이 2차 폭력으로 작용한다. tvN '시그널'에서는 착한 모범생이 하루아침에 누명을 쓰고 전과자로 전락하는 일이 얼마나 어이없게 벌어질 수 있는지 그려졌다.

그나마 드라마는 전지적 관점에서 시청자가 사건의 전말을 알 수라도 있지만, 현실은 그러기 어렵다. 그래서 더 답답하고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에선가는 "도와달라"는 아이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이 있을 텐데. 안 들리는 것인지 들리지 않는 척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pretty@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9/07 09: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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