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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훈의 골프산책]박성현의 초심·자기 주도·뚝심

경기 때면 언제나 진지한 박성현.(KLPGA 제공)
경기 때면 언제나 진지한 박성현.(KLPGA 제공)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가 된 박성현(24)은 불과 2년 반 전만 해도 낯선 이름이었다.

박성현이라는 이름 석 자가 골프팬들에게 알려진 건 2015년 6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롯데칸타타여자오픈 때였다.

2년 차 무명 선수 박성현은 최종 라운드 18번 홀에서 1m 파퍼트를 놓쳐 연장전에 끌려 들어갔고 연장전에서는 미스샷을 거듭한 끝에 무릎을 꿇었다. 어이없는 역전패였다.

TV 중계방송 화면으로 처음 박성현이라는 선수를 본 많은 팬은 "어린 선수가 저 역전패의 상처를 어떻게 이겨내나"며 걱정했다. 다음 달 한국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은 했지만, 마지막 날 트리플보기를 적어내며 77타를 치는 천신만고를 겪자 '아직 멀었다'는 지적이 따랐다.

그만큼 박성현은 기술적이나 정신적으로 미숙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2년 6개월이 지나자 박성현은 세계 여자골프의 최고봉으로 우뚝 섰다.

2006년 여자골프 세계랭킹이 도입된 이후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선수는 하나같이 주니어 때부터 주목받았던 전력이 있다. 일찌감치 재능을 인정받았던 천재형 선수 일색이었다.

불과 2년여 만에 무명 선수에서 세계랭킹 1위로 올라선 박성현의 초고속 성장의 비결은 뭘까. 어떤 남다른 점이 박성현을 세계랭킹 1위로 끌어올렸을까.

지난 2년여 동안 지켜본 박성현의 남다른 점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초심이다.

박성현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대회를 앞두면, 그리고 첫 홀 티샷을 앞두면 긴장한다.

"잘 못 하면 어쩌나, 잘해야 할 텐데"라는 걱정을 한다. 무명 시절이나 세계랭킹 1위가 된 지금이나 똑같다.

골프가 얼마나 가혹한지 알기 때문이다. 실패를 통해 그는 자만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뼈에 새겼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경기에 나서는 법이 없다.

경기 중에는 얼음장 같은 표정인 것도 워낙 진지하기 때문이다.

초심은 겸손이다. 세계랭킹 1위가 됐지만, 그는 "아직 부족한 게 많다"고 말한다. 말만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 진짜 그렇게 생각한다.

그는 "골프에 끝이 없다"고 했다. 완성을 향해 끝없이 정진할 뿐 완성은 없다는 골프 철학은 세계랭킹 1위가 되어서도 바뀌지 않는 초심이다.

박성현이 스윙 연습과 체력 훈련에 그토록 열심히 매달리는 이유다.

박성현을 세계 1위로 밀어 올린 두번째 원동력은 철저한 자기 주도 훈련이다.

박성현은 프로 선수가 된 뒤 전담 코치를 두고 가르침을 받은 적이 없다. 주니어 시절에 골프를 가르친 박성희, 박성주 코치를 지금도 '은사'로 극진히 모시긴 한다. 그러나 두 코치에게 가끔 조언을 얻을 뿐 샷은 스스로 가다듬는다.

세계적인 코치도 예외가 아니다. 데이비드 레드베터에게서 "언제든 오면 무료로 가르쳐주겠다"는 제안을 받았지만 "고맙다"고 답했을 뿐이다. 매니지먼트 회사가 주선한 쇼트게임 전문 코치로 명성이 높은 브라이언 모그 역시 박성현과 인연은 네차례 만남으로 끝났다. 자신의 방식과 맞지 않는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박성현은 "스스로 터득해 내 것으로 만들어야 진짜 내 스윙"이라고 말한다.

정상급 선수 대부분은 세계적인 레슨 코치와 오랫동안 호흡을 맞췄지만, 박성현은 달랐다. 자기 주도 훈련으로 터득한 박성현의 스윙은 이제 세계랭킹 1위 선수의 스윙이 됐다.

박성현의 폭풍 성장을 이끈 세번째 엔진은 뚝심이다.

박성현은 프로 무대에 처음 뛰어들었을 때부터 장타자였다. 그런데 방향성이 신통치 않았다. 방향성이 나쁠 때 거리가 짧은 선수보다 장타자가 더 불리하다. 박성현은 OB 여왕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까지 얻었다.

그러나 박성현은 OB가 무서워서 장타를 포기하겠다는 마음을 먹은 적이 없다. 심지어 "하루에 OB 하나쯤은 난다고 생각하고 친다"고 말할 정도다.

아닌 게 아니라 그는 지난해 한화 클래식 때 1,2,4라운드에서 OB 한방씩 날리고도 우승했다. 작년 S-Oil 챔피언스 인비테이셔널 1라운드에서는 OB를 두 방이나 내고도 3언더파 69타를 쳤다.

박성현은 "페어웨이에 떨구려 한다고 해서 페어웨이에 들어가는 게 아니니 그냥 힘껏 스윙하는 게 낫다"고 말한 적이 있다.

박성현은 문제가 있으면 피해 가는 방법 대신 항상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박성현의 정면 돌파는 "안되면 될 때까지"였다.

1라운드에서 OB가 나면 2라운드에서는 움츠러드는 게 선수들의 심리다. 박성현은 역시 그런 두려움을 느꼈다. 그렇지만 "여기서 지면 다시는 드라이버를 못 잡는다"며 박성현은 드라이버를 꺼내 들었다.

박성현은 쇼트 퍼트와 그린 주변에서 하는 어프로치도 약점이었다. 해결책은 역시 '될 때까지'였다.

그것도 실전에서 시도했다. 박성현은 "연습 때 아무리 잘해도 압박감 속에서 치는 실전에서 내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론이었다.

3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에 박성현은 완성도 높은 스윙과 세계 정상급 쇼트게임 기량을 갖췄다. 늘 불안하던 쇼트 퍼트에서도 실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세계랭킹 1위에 손색없는 기량이다.

이 모든 폭풍 성장의 이면에는 초심을 버리지 않는 겸허함과 확고한 자기 주도 훈련, 그리고 '안되면 될 때까지' 밀어붙이는 뚝심이 자리 잡고 있었다.

khoo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11/08 05:3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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