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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개성공단 철수가 박 전 대통령의 일방적 지시였다니

(서울=연합뉴스) 지난 정부에서 단행된 개성공단 철수 조치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일방적 구두 지시'에 따른 것으로 드러났다고 통일부 정책혁신위원회가 밝혔다.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도발이 이어지자 지난해 2월 10일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당일 오전 NSC 상임위원회에서 이 방침이 최종 결정됐다고 했다. 그러나 혁신위가 당시 청와대와 통일부 관계자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는 달랐다. 같은 달 7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직후 열린 NSC 회의에선 이런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다음 날 김규현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박 대통령 지시'라며 홍용표 통일부 장관에서 개성공단 철수 방침을 통보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지시가 먼저 떨어지고 이틀 뒤 다시 열린 NSC 회의는 일종의 요식절차였던 셈이다. 혁신위는 "박 전 대통령이 누구와 어떤 절차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지면서 개성공단 철수에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무성했는데 진위를 확인하지는 못한 것 같다.

혁신위에 따르면 당시 통일부는 '갑자기 중단하면 피해가 크다'며 시기를 잘 판단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대통령 지시는 변경할 수 없다'며 묵살했다. 조치의 근거로 내세웠던 '개성공단 임금의 핵 개발 전용' 의혹도 확실한 근거가 없는 것이었다. 지난 정부가 의혹의 근거로 참고했다는 정보기관 문건도 신뢰성이 떨어지는 탈북민 진술 등을 참고한 것에 불과했다. 심지어 해당 정보문건에도 '직접적 증거는 확인하지 못했다'는 내용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발표 직전 청와대 주도로 이 부분이 삽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개성공단 중단은 헌법상 긴급처분이나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른 협력사업 취소 등 적법한 절차를 완전히 무시한 채 이뤄졌다는 게 혁신위 판단이다. 안보적 위기 상황에서의 대통령 통치행위라고 해도 반드시 헌법과 법률에 따른 적법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혁신위는 지적했다. 남북관계에 엄청난 파장과 충격을 몰고 온 개성공단 철수가 국무회의 심의조차 거치지 않은 채 박 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군사작전 하듯 이뤄졌다니 믿기지 않는다. 국민의 안위와 직결되는 외교·안보 사안을 이렇게 한심하게 다뤘으니 그 정부가 어떻게 돌아갔는지 짐작할 만하다.

혁신위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 이후 취해진 '5·24 조치'도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대통령 통치행위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또 작년 4월 중국 내 북한식당 여종업원의 집단 탈북이나 태영호 전 북한 공사의 망명 사건을 통일부가 공개한 것에도 문제가 있다고 했다. 북한 여종업원 탈북 건의 경우 총선을 나흘 앞두고 발표돼 정치적으로 이용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인 것 같다. 혁신위는 "북한 정보사항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론적으로 혁신위의 이런 지적은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두 사건 공히 탈북과 망명이라는 긴박한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게다가 외국언론에 먼저 터질 가능성과 당사자의 신변 안전 문제도 생각해야 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혁신위의 지적이 반드시 맞는지는 의문이다.

지난 9월 구성된 통일부 정책혁신위에는 김종수 위원장(가톨릭대 교수) 등 외부 전무가 9명이 참여했다. 지난 3개월간 개성공단 중단, 남북회담, 민간 교류협력 등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의 대북정책을 점검해 왔다. 그 결과를 정리한 게 이날 공개한 의견서다. 사실 이 위원회가 출범할 때부터 진보 성향의 인사들이 많이 들어가 있다는 말이 나왔다. 그래서인지 보수 야당에선 혁신위 의견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한국당은 "북한만 박수 칠 내용이다.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했고, 바른정당은 "다소 성급한 측면은 있었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맞물렸던 상황을 현재 관점으로만 보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혁신위는 점검 결과와 함께 몇 가지 정책 제안을 내놨다. 통일정책 법제화 TF(태스크포스)와 범부처 실무위원회 구성, 남북 경협·교역 보험제 도입, 통일부 내 법무담당관실 설치 등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필요한 조치를 해 나갈 것"이라면서도 "법적 구속력이 있는 건 아니어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혁신위가 요구한 부처 차원의 공식 사과나 책임자 징계에 대해서도 당장 검토되는 건 없는 듯하다. 통일부는 혁신위 제안의 실행 방안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게 좋다. 그러지 않으면 혁신위를 가동한 명분이 퇴색할 수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12/28 17:5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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