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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도전을 넘어 희망을 안고 새해를 열자

(서울=연합뉴스) 격동의 한 해가 저물고 어김없이 새해가 밝았다. '촛불 혁명'의 승계를 자임하며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은 우리 현대사에 선명한 '한 획'을 그었다. 온 나라가 요동친 1960년(4·19), 1980년(5·18), 1987년(6·10) 등에 견줄 정도다. 물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은 헌법과 법률의 틀 안에서 평화적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그 흐름과 호흡은 때때로 혁명을 연상할 만큼 격렬하고 급박했다. 새해를 열며 겹쳐지는 지난해의 잔상은 가볍지 않다. 안팎의 거친 도전에 직면한 우리의 현실도 그에 못지않게 엄중하다.

무엇보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위협적이다. 미국은 이미 북한이 미 본토를 타격할 만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을 갖고 있다고 본다. 미 중앙정보국(CIA)이 북한의 ICBM 프로그램 정지를 위한 '3개월 행동 시한'을 보고한 것도 꽤 됐다. 그런데 미국과 유엔의 대북 압박·제재에선 아직 이렇다 할 희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북·중, 북·러 간 유류 밀거래로 유엔 제재에 구멍이 뚫렸다는 의혹만 무성하다.

중국의 사드 보복과 이를 풀려는 친중 외교의 흐름 속에 안보의 근간인 한·미동맹에도 조금씩 불안한 기류가 감지된다. 한중 관계도 여전히 안심할 수는 없다. '자국 우선주의'와 '중국몽'이 충돌하는 미·중 대결 구도에서 양쪽 다 만족하게 할 묘수는 찾기 어렵다. 한미동맹 아래서 북한에 대한 우리 입장을 미세조정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결국, 단단히 현실을 딛고 절박하게 미래를 선택해야 한다.

정부의 '위안부 합의' 바로잡기로 한일 관계가 급랭한 것도 피했으면 좋았을 악재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북미 간 군사적 충돌 위험이 동반 상승하는 상황이기에 더욱 그렇다. 사실 한일 관계의 숨겨진 가치는 안보에 있을지 모른다. 유사시 주한미군을 지원할 미군 배후기지는 대부분 일본에 있다. 뒤늦게 드러난 위안부 이면 합의의 진상은 참담하다. 어느 것 하나 긴요하지 않은 국정은 없다. 그래도 냉엄한 현실은 선후와 완급의 선택을 요구한다. 뜨거운 가슴보다 차가운 머리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정부는 올해 3% 성장과 실질소득 3만 달러대 진입을 약속했다. '촛불'의 구호인 '이게 나라냐'를 넘어서 '이게 사는 거냐'에도 답하겠다고 했다. 국민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높이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과 공정경제를 앞세워 포용적 분배정책을 펴다가 뒷순위였던 혁신성장으로 눈을 돌렸다. 뒤늦게나마 다행이나 혁신이라고 당장 신통력을 부릴 수는 없다.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늘리는 것이다. 그런데 사정은 여전히 나쁘고 전망도 어둡다. 현 정부 출범 6개월째인 작년 11월 청년실업률은 9.2%로 사상 동월 최고치였다. 청년 체감실업률은 무려 21.4%였다. 그달 취업자 증가도 2개월째 30만 명을 밑돌았다. 올해 목표는 작년보다 월 32만 명 취업자를 늘리는 것이다. 이대로 돼도 고용한파는 풀리기 어렵다.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근로시간 단축 등 주요 정책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소득과 삶의 질을 동시에 올리고자 한 이런 정책들이 도리어 일자리를 줄일 수 있는 것은 안타까운 역설이다. 결국, 좋은 일자리 창출은 민간기업이 주도한다. 결론은 규제 완화다. 경제부총리가 '서랍 속 규제'를 찾아내겠다고 했다. 그만큼 저조하다는 말이다. 예컨대 14개 시도 단체장이 한마음으로 원한 '규제프리존 특별법'이 국회에서 해를 넘겼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번 방중 때 중국식당의 간편결제를 인상 깊게 봤다고 한다. 국내에선 규제 때문에 불가능한 사업모델이다. 정부가 뒤늦게 세운 4차 산업혁명 전략도 규제 장벽을 그냥 두면 헛구호일 뿐이다. 경제를 정치논리로 보는 것부터 재고해야 한다. 불요불급한 규제를 과감히 풀어 민간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선순환 구도가 생긴다.

올해 6월엔 지방선거가 있다. 정치권은 일찌감치 예열 모드에 들어갔다. 이번 지방선거가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개헌안 국민투표다. 지난 대선에서 주요 후보들은 '지방선거 때 개헌안 국민투표'를 한목소리로 공약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에서 이상기류가 생겼다. 개헌안 국민투표를 동시에 하면 지방선거 득표에 불리하다는 것 같다. 전형적인 소탐대실이다. 진짜로 치명적인 감표 요인은 국민과 한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 하는 정략적 태도다.

6·10 민주항쟁에서 탄생한 '1987년 체제'는 역사적 소명을 다 했다. '제왕적 대통령제'가 상징하는 낡은 헌정체제를 극복하고 달라진 시대정신을 담아 새 헌법을 세우자는 것이다. 그 당위성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과정에서 충분히 입증됐다. 정치권은 지금부터라도 새롭게 마음을 다잡고 국민과의 개헌 약속을 지켜야 한다. 권력구조 개편, 선거구 조정 등 핵심 과제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 현대사 30년의 간극을 메울 시대적 요구가 반영되지 않는다면 진정한 개헌이라 할 수 없다.

갈수록 심해지는 정치권 갈등도 치유가 필요하다. 정부 출범 초기 미약하게 시도됐던 '협치'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자취를 감췄다. 산더미 같은 민생법안을 외면한 채 정치공방으로 허송세월한 '개점휴업' 국회가 우리 정치의 현주소다. 상대 말이라면 비판부터 하고 보는 고질적 '불신병'부터 고쳐야 한다. 철학과 이념이 다른 정당들이 권력을 놓고 경쟁하는 게 정치다. 서로 말이 통하려면 최소한의 상호 신뢰와 존중을 전제로 대화와 타협의 정치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정략적 이해보다 국민의 권익을 먼저 생각하는 정치풍토도 같은 맥락에서 중요하다.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것도 시급하다. 시민 29명의 생명을 앗아간 제천 화재 참사는 세월호의 비극을 떠올리게 했다. 자주 거론되는 안전불감증 못지않게, 며칠 뒤면 다 잊어버리는 '안전망각증'도 심각하다. 관련 법제 정비와 함께 국민의 안전의식을 높이는 상시적 노력이 요구된다. 검찰개혁도 더는 미룰 수 없다. 검찰의 과도한 권한을 줄여 다른 권력기관과 균형을 맞추고, 국민의 권익을 증진하자는 게 핵심이다. 지난 정부가 국정원에 그랬던 것처럼 '셀프 개혁'을 기대하면 안 된다. 정치권이 정략적 이해타산에서 벗어나 국민을 중심에 놓고 검찰개혁을 완수해야 한다.

'황금 개의 해'인 올해를 우리 국민은 큰 경사로 시작한다. 바로 2월 9일 개막하는 평창동계올림픽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지구촌 최대의 스포츠 축제가 열리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해외에선 북한의 도발과 행사의 안전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일부 들린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큰일에 강한 '민족적 DNA'를 갖고 있다. '붉은 악마'의 뜨거운 함성이 세계인을 놀라게 했던 '2002 한일 월드컵'을 생각해 보라. 평창올림픽도 우리 국민의 저력을 세계만방에 과시하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전화위복의 기회다. 할 일이 태산 같다고 기죽을 필요는 없다. 돌이켜보면 이 정도 걱정조차 하지 않고 새해를 맞은 기억도 없다. 어떤 도전과 고난이 닥쳐도 온 국민이 힘과 지혜를 모아 결연히 맞서면 넘지 못할 게 있겠는가. 어렵더라도 새해는 희망으로 맞아야 한다. 그 희망의 대장정에 온 국민이 손을 맞잡고 함께 나서야 한다. 희망의 찬가가 온 누리에 울려 퍼지도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12/31 15:02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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