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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판문점 채널 복원, 본격적 남북 대화에 디딤돌 되기를

(서울=연합뉴스) 남북 간 판문점 연락 채널이 3일 복원됐다. 2016년 2월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로 북한이 군 통신선과 판문점 채널을 동시에 끊은 지 거의 2년 만이다. 이 기간 남북 간에는 모든 접촉창구가 끊기면서 확성기를 통해 서로 의사를 전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군사적으로 첨예한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면 최소한의 남북 간 접촉채널이 유지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북한이 이날 판문점 채널을 다시 개통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럽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측은 오후 3시 30분께 판문점 채널로 연락을 해왔고. 통신선 이상 등 기술적 점검을 한 뒤 오후 6시 7분께 북측의 요청으로 접촉을 마무리했다. 정부가 오는 9일 열자고 했던 남북 고위급회담에 대해선 별다른 논의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판문점 채널이 다시 열린 만큼 이르면 4일부터 남북 당국회담 개최 일정과 의제 등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 같다.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대표단 파견 등을 논의할 남북 당국회담이 마침내 가시권에 들어왔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고 반가운 일이다.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에 대응해 이명박 정부가 '5·24조치'를 단행한 이후 지금까지 7년 넘게 남북 관계는 최악의 시기를 거쳤다. 2015년 12월 남북 차관급 회담이 있었으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장기간의 공백을 고려하면, 회담 개최를 위한 남북 당국의 최근 움직임에는 속도감이 확연히 느껴진다. 김정은 위원장이 1일 신년사에서 평창올림픽 대표단 파견 용의를 밝힌 다음 날 정부는 회담의 날짜와 장소, 형식 등을 정해 화답했고, 또 하루 만에 북측은 판문점 채널 복원에 나선 것이다. 평창올림픽 참가 기한이 오는 29일이어서 시간이 빠듯하다는 실무적 판단이 깔렸을 것이다. 하지만 남과 북의 정상인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상대방 결정에 즉각적인 '환영 의사'를 표시하는 등 긍정적 평가를 하는 한편, 회담 준비 실무진에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것이 더 많이 작용하는 듯하다.

보수 야권을 중심으로 반발도 있다. 김 위원장의 제안은 '남남갈등을 초래하고 한미갈등을 노린 것'이고, 현 정부의 입장은 '북핵 완성의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라는 게 비판의 요체다. 그런 점도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은 한반도 긴장을 완화해 평창올림픽을 평화롭게 치르는 것이 최우선 과제인 만큼 대범하게 할 필요가 있다. 평창올림픽의 평화적 개최에 집중한다면, 한미갈등으로 비화할 소지도 없을 것이다. 혹여 협상 과정에서 북측이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거론한 한미군사훈련이나 미국 전략자산 순환 배치의 중단 등을 요구한다면 그때 가서 한미동맹에 입각해 단호하게 대처하면 된다. 북한도 그런 것을 거론하면 판이 깨질 것을 알고 있을 테니 신중한 자세를 보일 공산이 크다. 오늘 북한의 대표단 파견과 남북 당국회담이 "북남 관계 개선에서 의미 있고 좋은 첫걸음인 만큼… 진지한 입장과 성실한 자세로" 남측과 협의에 임하라고 김 위원장이 지시했다는 북한 조평통 위원장의 말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김 위원장이 미국에는 '핵 단추가 있다'고 위협한 반면, 한국에는 '대화 카드'를 내민 데 대해 미국은 한미 공조에 균열을 노리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은 채, 남북 당국의 움직임을 관망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제안에 대해 "좋은 소식일 수도 아닐 수도"라며 판단을 유보했다. 백악관과 국무부는 남북 간 대화는 막지 않겠지만,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오기 전까지는 '최대의 압박과 제재'를 가하는 기존 전략을 견지하겠다고 했다. 민감한 국면이어서 대담함과 더불어 우리 정부의 주도면밀하고 정교한 대응이 요구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옥포조선소에서 "얼음을 뚫고 길을 내는 쇄빙선처럼 위기를 뚫고 평화로 가는 길을 열겠다"고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해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남북 관계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한반도 긴장의 주범인 북핵 문제가 해결돼야 하고, 그러려면 북한과 미국의 대화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제라도 북한은 선대의 유지인 '비핵화'를 선언하기 바란다. 미국은 미국대로 '조건 없는 대화' 방안을 검토했으면 한다. '더 강력하고 작동도 하는 핵 단추가 있다'면서 입씨름이나 하는 건 최강국 미국의 지도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01/03 19:36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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