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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에게 묻다] 북극 한파에 '동맥혈관'이 위험하다

복부대동맥류 터지면 70∼80% 사망…"가족력 살피고 조기발견해야"
말초동맥질환 악화 땐 손·발가락 절단 위험…"바른 식습관·운동 필수"

(서울=연합뉴스) 박순철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센터 교수 = 우리 몸은 약 12만㎞ 길이의 혈관으로 연결돼 있다. 혈관 질환이라고 하면 흔히 심장동맥(관상동맥), 뇌혈관, 팔·다리 혈관 등을 떠올리지만, 우리 몸에는 모든 부위에 동맥, 정맥, 림프관 등이 있다. 병원에서 이 혈관들을 살피고 치료하는 분야가 혈관외과다.

동맥은 심장으로부터 나오는 혈액을 몸의 각 부분과 장기로 보내는 혈관이다. 노령화, 고혈압, 당뇨병 등의 만성질환에 의한 동맥경화로 다양한 부위의 동맥이 부분적으로 늘어나거나 좁아드는 협착 또는 폐색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어느 동맥이 좁아지느냐에 따라 관상동맥협착증, 뇌혈관질환, 콩팥혈관질환, 말초동맥질환 등으로 증상이 각기 나타난다.

특히 요즘처럼 한파가 몰아치는 날씨에는 혈관이 수축하고 혈압이 상승하기 때문에 심장의 관상동맥뿐 아니라 말초동맥질환에도 주의해야 한다.

전형적인 복부 대동맥류의 복부 혈관 CT 사진(맨 왼쪽), 개복 수술 후 복부 혈관 CT 사진(중앙), 혈관 내 스텐트그라프트 삽입술) 후 복부 혈관 CT 사진(맨 오른쪽) [서울성모병원 제공=연합뉴스]

이 중에서도 신속히 치료하지 않을 경우 사망에까지 이룰 수 있는 복부대동맥류 파열은 겨울철에 30% 정도가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는 만큼 조기진단을 통해 적극적으로 예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동맥류는 동맥이 정상 지름보다 1.5배 이상 늘어난 상태를 말한다. 동맥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고 보면 된다. 동맥류는 온몸에 서로 연결된 동맥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고령화에 의한 동맥벽의 퇴행성 변화로 발생하지만, 가족력과 외부 손상, 감염 등도 원인이 된다. 세계적으로 동맥류 발병률은 전 인구 대비 5∼15% 정도로 보고된다.

이 질환은 나이에 따라 발생률의 차이가 매우 큰 게 특징이다. 연간 10만명당 발생률이 65∼74세 연령에서는 55명꼴이지만, 75∼84세 연령에서는 112명으로 두 배 이상 급증한다. 이는 나이가 들면서 혈관 탄력이 감소하고, 딱딱해지는 동맥경화가 생기는데 이 상태에서 지속해서 혈압이 상승하다 보면 어느 순간 동맥벽이 얇아지면서 혈관이 쉽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여러 동맥류 중에서도 복부 대동맥류가 발생이 가장 흔하고 위험하다. 전체 동맥류 중 80%가 복부 대동맥에서 발생할 정도다.

복부 대동맥류는 심장과 허리 아래쪽을 연결하는 굵은 대동맥에 생기는 질환으로, 심장과 직접 연결돼 있어 터질 경우 사망 위험을 크게 높인다. 실제로 복부 대동맥류가 터지면 급속한 대량출혈로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약 30%의 환자가 사망한다.

응급실로 내원해도 전신상태가 좋지 못해 수술을 아예 못하는 경우가 많고, 수술 준비과정에서 역시 약 30%가 사망한다. 응급수술을 하는 경우에도 기존 동반 질환이 악화하거나 회복이 안 돼 30∼50%가 숨진다. 전체적으로 보면 복부 대동맥류 환자의 70∼80%가 사망하는 셈이다.

문제는 이 질환이 터지기 전까지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는 점이다. '뱃속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것도 이런 이유다.

예방을 위해서는 가족력이 있는지를 확인해보고,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관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 흡연, 고혈압, 동맥경화증, 동맥류 혹은 뇌출혈 가족력에 해당한다면 정기적으로 뇌혈관 CT, MRI, 복부초음파 등으로 전신의 동맥류 발생을 미리 확인하는 게 바람직하다.

일반적인 복부 대동맥의 지름은 여자가 1.5∼2㎝, 남자가 2∼2.5㎝이다. 5㎝를 기준으로 그 이하일 때는 1년 이내에 파열될 가능성이 1∼2%에 불과하지만, 그 이상일 경우는 10∼20% 이상으로 높아진다. 따라서 복부대동맥류의 지름이 5㎝ 이상이거나, 그 이하일지라도 1년 이내에 1㎝ 이상 커지는 경우라면 적극적인 치료가 권장된다.

모든 대동맥류의 치료 원칙은 얇아지고 늘어나서 약해진 동맥벽의 갑작스러운 파열을 방지하는 것이다. 치료 방법으로는 수술을 통한 동맥류 절제, 인공혈관 치환술, 인조혈관 삽입술이 있다. 인조혈관 삽입술의 경우 '스텐트 그라프트'라는 인조혈관을 넣어 혈관 내 압력이 동맥류 벽에 전달되지 못하게 하는 방식이다.

복부 대동맥류 환자 치료 모습 [서울성모병원 제공=연합뉴스]

최근에는 환자가 여러 부위에 동맥류를 동시에 가지고 있거나, 동맥에 협착이나 폐색이 동반한 경우 다학제적 접근을 통해 기존 수술법과 인조혈관 삽입술 등을 적절히 병합하는 하이브리드 시술이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복부 대동맥류와 함께 주의해야 할 혈관질환으로는 말초동맥질환이 꼽힌다.

말초동맥은 흉부, 복부, 두개골 내의 동맥을 제외한 모든 말단 혈관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목, 팔·다리 등 사지로 가는 동맥이 이에 해당한다. 영양과 혈액을 말단 조직으로 운반하는 통로 역할을 하는 이 동맥이 막히면 손발이 시리고 운동 시 혹은 휴식기에도 통증이 발생한다.

이 경우 수족냉증 등의 정맥 순환부전이나 하지불안 증후군과 증상이 비슷해 구별이 쉽지 않은 만큼 전문의의 정확한 감별과 진단이 필요하다. 심하면 보행장애는 물론 말단 조직의 괴사로 손가락이나 발가락 등을 절단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 역시 대부분은 노령화와 동반 질환이 원인으로, 사지동맥에 동맥경화증이 점차 진행하면서 발생하는 '만성 동맥폐색질환'이 가장 많다. 가장 흔한 증상으로는 일정 거리를 걸으면 장딴지 혹은 허벅지에 통증이 생기고, 휴식을 취하면 나아지는 '간헐적 하지파행증'이 꼽힌다.

이밖에도 병변이 있는 부위 아래 동맥의 맥박이 없어지는 증상, 피부가 창백하거나 차가운 증상, 털이 잘 자라지 못하면서 발톱이 두꺼워지는 증상, 거친 피부와 함께 작은 상처가 잘 낫질 않고 심해지는 증상 등이 흔히 나타날 수 있다.

말초혈관질환을 예방하려면 역시 비만, 가족력 등 위험요인을 피하고 바른 식습관과 적당한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당뇨병, 신부전, 고혈압, 자가면역질환이 동반하면 사지 말초동맥의 경화가 일반 유사 연령대 환자보다 몇 배 빠르게 진행된다. 따라서 가족력과 동반질환이 있는 경우 혈당과 혈압을 철저히 유지하고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최근에는 당뇨병에서 비롯된 하지 허혈증의 경우 절단을 피할 수 있는 '자가 골수 유래 줄기세포 치료술'이 임상에 적용되고 있는 만큼 새로운 치료법으로 고려해볼 만하다.

박순철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센터 교수 [서울성모병원 제공=연합뉴스]

◇ 박순철 교수는 1997년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0년 미국 피츠버그대학에서 연수했다. 현재 가톨릭의대 혈관이식외과 학과장 및 서울성모병원 혈관이식외과 분과장을 맡고 있다. 혈관 및 이식분야의 권위자로 대동맥 및 사지동맥질환의 수술·중재적 치료, 심부혈전증 및 정맥류 등 정맥질환, 혈액투석 동정맥루 조성 및 관리, 신장·췌장이식 등이 전문 진료 분야다. 대외적으로는 대한외과학회, 대한혈관외과학회, 대한이식학회, 대한정맥학회, 대한투석혈관학회 등에서 이사, 감사 등으로 활동 중이다.

bio@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01/31 07: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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