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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북한과의 '비핵화 대화'에 미국이 호응할 때다

(서울=연합뉴스) 북미 대화를 위한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미국이 사실상 대화의 조건으로 제시한 '비핵화 문제'에 대한 북한의 입장 표명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6일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사를 통해 '선대의 유훈'이라며 비핵화를 의제로 한 북미 대화 용의와 대화 기간 중 핵·미사일 실험 중단 의사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또한 "체제가 보장되면 핵이 왜 필요하겠느냐"고도 했다. 핵보유국 선언을 하고 비핵화 문제는 절대로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해온 기존의 비타협적 태도와는 180도 달라진 중대한 변화다. 얼마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는 "적절한 조건에서만" 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적절한 조건'이란 진정성 있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 표명을 뜻하는 것으로 여겨졌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이번 발언들은 대화 개시 조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이제는 미국이 호응할 차례다.

미국의 1차 반응은 긍정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한이 아주 좋았다. 북한이 진지하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고 "헛된 희망일지 모르지만, 미국은 어느 방향이 됐든 열심히 갈 준비가 돼 있다"고도 했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이런 날이 오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옳은 방향에서 이뤄진 조치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에 응할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판단은 우리 정부로부터 상세한 브리핑을 받은 후에 이뤄질 것 같다. 문 대통령의 특사로 방북해 김 위원장을 만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8일 미국으로 향한다.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해 방북 결과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에게 별도로 보내는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한다고 한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폼페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도 만나 북미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양국이 어렵게 마련한 기회를 잘 살려야 할 것이다.

김 위원장의 이번 행보를 두고 그 진정성을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자국의 생명줄을 옥죄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전방위 압박을 피하고자 대화에 나서는 한편으로, 핵무기를 완성할 시간을 벌기 위한 술수가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북한이 그런 꼼수를 쓴다고 해도 초기 대화 과정에서 그 실체가 다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도 대화가 지속되려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CVID)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궁극적 목표는 '핵 폐기'이고 남북대화를 시작했다는 것만으로 제재 압박이 약화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언급에서 확인된 것처럼, 북한이 적당히 꼼수를 부려서는 상황이 한 걸음도 진전되지 못한다. 비핵화 의지에 진정성이 없다는 점이 확인되는 순간, 북한은 더 강력한 제재와 미국의 군사옵션 실행 검토 등과 같은 사태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따로 보낸다는 메시지에 북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용의가 있다는 진정성이 담겨 있길 기대해 본다.

다른 주변국들의 협조도 절실하다. 정 실장과 서 원장이 미국 방문을 마치고 중국·러시아와 일본을 따로 방문해 방북 결과를 설명하는 것도 그런 판단에서다. 궁극적으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남북대화와 북미 대화의 선순환 구도를 조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다른 한반도 주변국의 지지도 필요하다. 하지만 뭐니 뭐니해도 물샐 틈 없는 한미 공조가 최우선이다. 양국이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사안을 놓고 긴밀하게 협의해서 공동의 일치된 입장을 만들어 내야 한다. 문 대통령이 7일 여야 5당 대표와의 청와대 오찬 회동에서 "한미 간에 일치된 입장을 가져야 비핵화를 위한 대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한 것도 그런 인식에서다. 그래야 북한을 비핵화 프로세스로 유도하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도 힘 있게 추진할 수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03/07 18:32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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