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세력 규제 움직임..유가 내려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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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국제유가가 140달러를 돌파하는 등 고공비행을 거듭하면서 공급-수요 측면 뿐 아니라 원유시장에 유입되는 금융투자자금의 존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투기세력을 포함한 이러한 금융투자자금이 유가의 이상 급등세를 이끌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미국 의회는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금융투자자금에 대한 일정 수준의 규제를 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규제조치 강화가 실효성이 크지 않고 오히려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지만 일단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국제유가는 하락세로 반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 금융투자자금 6년 만에 20배 증가
29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최근 3∼4년 사이 원유파생시장으로 유입된 금융투자자금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주요 투자은행(IB) 및 연구기관들은 지난해 골드만삭스 원유상품지수 등에 투자된 인덱스펀드 규모가 1천700억∼2천60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2002년 130억달러에 비해 최대 20배 가량 증가한 규모다.
원유파생시장의 금융투자자금 규모를 추정하는데 도움이 되는 원유선물시장의 비상업 매수포지션 규모도 2002년 이후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원유선물(옵션 포함) 비상업 매수포지션은 지난 10일 현재 122만계약으로 연초 대비 28% 늘어났다. 2002년 초 15만계약 수준이던 원유선물 비상업 매수포지션은 2003년 말 26만계약, 2004년 말 34만계약, 2005년 말 53만계약, 2006년 말 66만계약, 지난해 말 90만계약 등으로 지속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비상업 거래자들의 참여가 확대되면서 전체 매수포지션에서 비상업 매수포지션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2년 초 20%에서 최근에는 40%대로 증가했다.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선물 거래는 크게 상업적 거래와 비상업적 거래로 구분되는데, 상업적 거래는 가격 변동에 대한 헤지를 목적으로 하는 실수요자들의 거래를 말한다. 반면 비상업적 거래는 단기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투기 거래와 포트폴리오 투자 등을 포함하는데 일반적으로 비상업적 거래는 투기 거래로 인식되고 있다.
한편 전세계 원유선물시장 규모는 약 5천억달러이고, 장외시장(OTC) 규모는 1조5천억∼3조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에너지 관련 헤지펀드 수는 2004년 180개에서 최근 630여개로 늘었고, 이중 원유만 전문으로 거래하는 헤지펀드만 200여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유가 이상급등, 투기세력이 주도"
이처럼 국제원유시장에 금융투자자금이 큰 폭 유입되면서 국제유가에 거품이 초래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미 의회를 중심으로 투자 제한조치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물론 투기자금이 유가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는 신뢰할 만한 증거는 아직 없지만 이들의 투자 확대로 시장 변동성 및 가격 상승폭이 더 커졌다는 점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원유파생시장에 단기 성향의 투기자금 뿐만 아니라 연기금 등 장기 성향의 금융투자자금이 대규모로 유입되면서 유가가 급등세를 나타냈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미 의회는 특정 IB를 지목하며 이들에 의한 유가 조작(manipulation) 가능성을 언급했다.
최중경 기획재정부 제1차관도 지난 13∼14일 일본 오사카에서 개최된 G8 재무장관 확대회의(Outreach)에 참석, 최근 원유 등 상품가격 인상은 과잉유동성을 배경으로 한 투기수요가 주도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국제적 공조와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최 차관은 투기수요가 유가 인상을 주도하고 있는 근거로 ▲작년 이후 상품지수투자에 유입된 자금이 3배 이상 증가했고 ▲일부 지적과 달리 개도국은 지난 10년간 꾸준히 성장세를 지속했지만 유가 급등은 최근 2년간 급격히 진행됐으며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주식.부동산 시장 침체로 과잉유동성이 상품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는 상황 등을 들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제주에서 열린 제8차 ASEM 재무장관회의의 결과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유가 급등은 과잉 유동성에 따른 투기 세력의 영향도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에 대해 각국이 공동대응해야 한다는 방안이 회의에서 제시됐다"고 말했다.
◇ 美 의회, 투자 제한조치 검토
이런 가운데 미 의회는 금융투자자들의 원유파생시장 투자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며 구체적인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미 하원 에너지 상무위원회의 딩겔(Dingell) 의장은 지난 11일 에너지부의 원유시장 정보 수집력을 강화하는 법안을 제안했다. 이 법안에는 유가 및 석유제품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한 연구를 목적으로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증권거래위원회(SEC) 등이 공동 조사기관을 설립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아울러 지난 23일 열린 청문회에서 민주당 하원 지도부는 선물 투자에 대한 필요 준비금(margin requirement)을 높여 투기 여력을 감소시키고 포지션 한계를 강화하는 한편 규제가 허술한 역외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을 포함한 일련의 방안을 입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CFTC도 지난해 말부터 에너지 선물시장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 금융투자자들에게 정기적인 거래내역 제출을 요구하는 한편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의회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국제사회도 투기세력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누카가 후쿠시로 일본 재무상은 ASEM 재무장관회의에서 "고유가의 원인 가운데 하나가 투기성 자금이라고 보고 있지만 각국은 정확한 데이터를 갖지 못하고 있다. 이번 회의를 통해서 가을까지 국제통화기금(IMF)에 필요한 데이터를 찾아서 상황 돌파를 모색해 달라고 요구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자금에 의해 유가가 비정상적 급등세를 나타냈기 때문에 일단 이들에 대한 규제조치가 강화되면 유가는 하락세로 반전될 가능성이 높다.
일부에서는 금융투자자들의 포지션 한도를 축소하고 감독을 강화하는 등 미 의회의 규제가 시행되면 국제유가는 배럴당 80∼100달러 수준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으며, '비즈니스 위크'(Business Week)는 단기간 내에 유가가 25% 급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러한 규제조치가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어 CFTC의 규제 손길이 닿지 않는 런던과 두바이에서도 서부텍사스중질유(WTI) 선물이 거래되고 있어 이들 국가의 전폭적인 협조가 없으면 실효성이 크지 않고, 규제조치 강화로 금융투자자금이 덜 규제된 시장으로 빠져나가면 시장이 크게 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민주당과 달리 미 공화당이 규제조치 강화가 "잘못된 아이디어"라고 반박하면서 오히려 원유와 천연가스 등의 생산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실제 규제조치가 시행될지 여부도 아직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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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08/06/29 09:3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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