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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北은 남북대화에 진지하게 임하라
(서울=연합뉴스) 6자회담 한국측 차석대표인 황준국 외교부 북핵기획단장이 4박5일간의 방북 일정을 마치고 돌아왔다. 남북관계가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우리측 고위당국자의 첫 방북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관심과 기대를 모았으나 역시 `6자회담 관계자'의 실무급 방북에 그쳤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북한이 미사용연료봉의 매각 문제에만 적극적인 성의를 보였을 뿐 황 단장의 외무성 방문이나 북측 고위인사 접촉 등을 철저히 차단한 점으로 볼 때 그를 `남측 고위당국자'로 인정한 구석이 없기 때문이다. 경색과 대치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그대로 드러낸 것 같아 씁쓸할 따름이다.

  
이번 방북에서도 북한은 역시 젯밥에만 큰 관심을 쏟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핵불능화를 초점으로 한 2단계 비핵화 과정을 진행 중인 북한은 현재 5MW 원자로용 2천400여개와 50만MW 원자료용 1만2천400여개 등 1991∼1994년에 생산된 1만4천800여개의 미사용연료봉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우라늄 양으로 환산할 때 101.9t에 해당하는 것으로 국제시세를 기준으로 1천1백만달러 정도의 값어치를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6자회담 경제.에너지 실무그룹 의장국인 한국은 그동안 미사용연료봉의 구입에 관심을 가져온 만큼 이번 방북에서 보관 및 관리 상태에 관해 면밀한 조사를 거쳐 남한의 원자로에 사용할 수 있는 품질인지, 가격조건이 구매하기에 적합한지 등을 꼼꼼히 따져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황 단장은 "북측이 원하는 연료봉의 가격을 제시했느냐"는 질문에 "답하지 않는 게 좋겠다. 여러가지 조건이 맞아야 한다"고 답변해 북한이 제시한 구체적인 가격이 우리가 예상했던 수준을 넘어섰을 수도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북한이 우리측 차석대표를 초청한 이유가 여기서 드러난다. 그들에겐 남북관계의 긴장 해소 등은 관심 밖의 사안일 뿐이고, 어떻게 해서든지 자신들이 보유한 연료봉의 가격을 높게 매겨 한국이 사가도록 하는 것에만 몰입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6자회담 관계자의 실무급 방북이지만 남한측 고위당국자인 황 단장으로부터 남북관계나 대북정책 등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들어볼 수도 있는 좋은 기회였음에도 이를 원천봉쇄한 채 자신들의 요구사항 관철에만 적극성을 띤 것이다. 검증문제를 비롯한 6자회담 현안과 미국의 오바마 신정부 출범과 관련한 북핵협상 전망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고 하지만 `先 관계정상화, 後 검증과 폐기' 등의 원론적 답변을 되풀이 한 것으로 알려져 실망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

  
남북 간 긴장과 대치가 무한정 지속될 수는 없는 일이지만 북한이 이처럼 계산적.타산적으로 나온다면 우리 역시 `주고받기'의 원칙에 철저할 필요가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한 진지한 대화나 협상 자세보다는 위협과 협박으로 일관하면서 자신들의 요구는 언제든지 들어줘야 할 의무가 있는 것처럼 남한 정부를 생각한다면 오산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각인시켜야 한다. 오바마 정부의 출범에 맞춰 북미관계 정상화 등 대미 유화 제스처에 급급해 하면서도 남한에 대해서는 갈수록 인색해지는 북한의 태도 역시 비난받아 마땅하다. 식량난과 에너지난 해소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한국을 제쳐놓고 대미협상에만 골몰한다고 해서 그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인지 북한은 거듭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끝)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09/01/21 11:48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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