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사태, 저널리즘 '출처확인' 규칙 깨져>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이란의 정국혼란에 대한 서구 언론의 취재가 원천봉쇄되면서 트위터와 페이스북, 유튜브 등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출처가 확인되지 않는 이란 사태 관련 영상과 사진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영.미 언론들은 이란어를 구사하는 기자를 전담배치해 인터넷에서 떠도는 사진과 영상의 출처를 확인하거나 이마저 불가능할 경우 "진위는 알 수 없지만 트위터에 올라온 사진"이라는 식의 단서를 달고 보도를 하고 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29일 "출처를 확인하라(Check the source)"라는 저널리즘의 첫 번째 규칙이 이란 문제에 있어서는 "먼저 보도하고 나중에 물어봐라"라는 식으로 변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NYT에 따르면 CNN은 지난주 자사의 테헤란 특파원이 이란 당국에 의해 취재활동이 금지돼 추방된 이후 사진과 영상 등 이란 사태 보도에 필요한 자료들을 각종 블로그와 트위터 등 인터넷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CNN뿐 아니라 뉴욕타임스와 가디언 등의 유력 신문과 허핑턴포스트 같은 뉴스사이트 역시 마찬가지다.
그동안 전통적인 미디어는 인터넷상의 확인되지 않은 방대한 정보들을 기사에 인용하는데 상당히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왔지만, 이란 정부가 외국 언론의 취재를 통제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시위에 가담한 이란 시민들이 개인 블로그와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킹사이트에 올리는 각종 사진.영상과 소식 등을 영.미 언론들이 재빠르게 기사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이란의 반정부 시위를 격화시킨 '네다'라는 이름의 이란 여성이 숨진 모습을 인터넷에 전한 것도 디지털카메라가 달린 휴대전화기를 이용했던 이란 시위대 2명이었다.
영국의 일간 가디언에서 이란 관련 블로그 포스트를 편집하는 매튜 위버 씨는 "이란에서 쏟아져나오는 블로그 포스팅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하다"며 이란에서 시위나 갈등이 발생하면 "트위터의 단문장 서비스로 가장 먼저 소식이 올라오고, 다음에 사진이 뜨며 그다음 유튜브에 영상이 올라오고, 마지막으로 뉴스통신사의 기사가 타전된다"고 말했다.
로이터나 AP 등 전통적으로 리얼타임 뉴스에 강했던 통신사 기사보다 네티즌이 올리는 소식이 더 빠르게 세상에 알려진다는 얘기다.
한편, 자사 특파원이 이란에서 추방당한 CNN은 시청자들에게 자사의 시민저널리즘 사이트 아이리포트닷컴(iReport.com)에 적극적으로 사진과 영상을 업로드하기를 당부하고 있다.
시민들이 올린 영상과 사진은 전담팀에 의해 면밀히 분석된 뒤 신빙성이 있는 자료라고 판단되면 텔레비전 방송에 자료로 사용된다.
CNN은 특히 자료의 신뢰도를 검증하기 위해 포스팅을 올린 해당 인물과 직접 접촉을 시도해 관련 내용을 묻고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작업을 거친다.
이란 현지어인 파르시어를 사용하는 직원이 영상에 담긴 소리와 시위대의 구호등을 정밀 분석하기도 한다.
CNN은 지금까지 이란 사태와 관련된 영상.사진물을 인터넷을 통해 5천200건 입수해 확인절차를 거쳐 이 가운데 180건을 텔레비전 방송에 사용했다.
그러나 자사 기자가 제작한 영상과 뉴스가 아니기 때문에 기사의 진실성에 대한 최종 책임을 언론사가 질 수 없다는 것은 여전히 문제로 남는다.
미국의 진보성향 뉴스사이트 허핑턴포스트의 수석 뉴스 편집자인 니코 피트니는 이란 대선 직후인 지난 13일부터 관련 뉴스를 인터넷에서 수집하기 시작해, 지난주에는 백악관 기자회견에 초청돼 이란 문제와 관련된 질문을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던지기도 했다.
익명의 네티즌들의 활약은 더욱 눈부시다.
뉴욕타임스가 운영하는 블로그 더 리드의 편집자 로버트 맥키 씨는 트위터 같은 사이트에는 종종 잘못된 정보가 올라오기도 하지만 대체로 크게 잘못된 것도 없다며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이란 사태라는) 퍼즐을 푸는데 도움을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출처확인의 문제는 남는다.
그래서 일부 텔레비전 앵커들은 따라서 인터넷상에 올라온 이란 사태 관련 영상과 사진을 소개하면서 단서를 붙이기도 한다.
지난 24일 폭스뉴스의 앵커 셰퍼드 스미스는 방송에서 이란 경찰로 보이는 남자가 시위대로 보이는 사람을 구타해 끌고 가는 유튜브 영상을 소개하며 "이 영상이 언제 어디서 찍혔는지 우리는 알지 못하며, 이것을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도 없고, 연출된 것인지조차 알지 못한다"며 "우리가 아는 건 그것이 최근 유튜브에 올라왔다는 사실뿐"이라고 말했다.
yonglae@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09/06/29 16:0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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