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인국 주 유엔 대사
(샤름 엘-셰이크<이집트>=연합뉴스) 고웅석 특파원= "이번 비동맹 회의는 6자 회담을 회피하려는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냉담함을 재확인한 자리였습니다."
이집트 홍해 휴양지 샤름 엘-셰이크에서 16일 폐막한 제15차 비동맹운동 정상회의에 `게스트' 자격으로 참석한 박인국 주 유엔 대사는 이날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번 회의의 결과를 이같이 평가했다.
박 대사는 비동맹운동 정상회의 폐막식에서 채택된 최종 합의문에 그간 북한의 입김대로 작성됐던 이른바 `한반도 조항'이 삭제된 것을 "34년간 앓던 이가 빠진 것"에 비유하며 한국의 외교가 거둔 성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반도 조항에는 그동안 주한미군 철수 등 북한의 일방적인 주장이 여과 없이 포함됐었다"며 "이번 회의를 준비하는 각료회의에서 북한은 한반도 조항 중 6자 회담 관련 내용을 삭제하려 했으나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저지됐고, 결국 조항 전문이 34년 만에 처음으로 합의문에서 빠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결과는 북한이 외교 선전장으로 활용해왔던 비동맹 회의에서조차 소외되고 있고, 나아가 국제사회로부터 냉담한 반응을 받고 있다는 점을 여실히 반영해주는 것이라고 박 대사는 강조했다.
북한은 1975년부터 비동맹운동에 가입해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은 1997년부터 게스트 자격으로 회의 참관을 하고 있다.
박 대사는 외교통상부 외교정책실장과 다자외교실장을 거쳐 지난해 5월부터 주 유엔 대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올해 6월에는 경제, 금융, 개발, 환경 분야를 다루는 유엔의 핵심 위원회인 제2위원회 의장으로 선출됐다.
다음은 박 대사와 일문일답.
--이번 회의 결과의 의미는.
▲비동맹회의는 1975년 북한이 단독으로 가입한 이후 북한의 외교 선전장이었다. 하지만, 이번 회의에서 북한은 자신의 텃밭에서조차 소외가 되고 국제사회로부터 냉담한 반응을 받는 셈이 됐다. 북한은 애초 비동맹회의의 최종 합의문 중 한반도 조항에서 6자 회담 내용을 삭제하려고 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이런 시도가 저지됐고, 결국 한반도 조항 자체가 사라지는 결과를 낳았다. 우리로서는 34년간 앓던 이가 빠진 셈이다.
--한반도 조항이란.
▲3년마다 열리는 비동맹운동 정상회의에서는 폐막식 때 세계 주요 이슈와 관련된 최종 합의문을 채택하는데, 거기에 한반도 조항이 들어 있었다. 정회원인 북한은 이 조항에 주한미군 철수 등을 단골메뉴로 넣어왔고,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이후에는 비교적 균형잡힌 문구로 작성이 됐으나 우리는 여전히 게스트이기 때문에 수세적인 입장이었다. 그런 한반도 조항 전문이 이번에 완전히 빠지게 된 것이다. 북한의 입지가 그들 외교의 주무대에서마저 매우 약화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북한의 6자 회담 회피 선언에 대한 비동맹 회원국 반응은.
▲이번 회의에서 리비아 국가원수 무아마르 카다피는 그동안 핵개발을 해보려 했으나 국제정세가 변해서 더이상 핵을 추구할 필요가 없어 포기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핵무기의 무용론이 점점 설득력을 얻어가는 게 국제사회의 흐름이다. 하지만, 북한은 이에 역행하고 있다. 북한의 안마당이었던 비동맹운동에서조차 용납되지 않고 있다. 이런 사실은 이번 회의 때 여러 나라들과 개별적으로 가진 양자 접촉에서도 확인이 됐다.
--향후 한국과 비동맹운동 간 관계설정은.
▲비동맹운동은 118개국으로 구성된 국제사회의 `보팅 파워(voting power)' 정치블록이다. 이런 조직이 그동안 우리에게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기구였다는 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꾸준히 비동맹 회원국들과의 관계 개선과 양자외교의 노력으로 6자 회담 문제 등과 관련해 대다수가 북한보다는 우리를 지지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한국에 대한 비동맹 회원국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우리는 대부분 개발도상국인 비동맹 회원국에 대한 지원외교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freemong@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09/07/17 09:57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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