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동의보감의 세계기록유산 의미 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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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 초간본 |
(서울=연합뉴스) 한국의 대표적 의학서인 '동의보감'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목록에 올랐다. 유네스코는 한국이 신청한 동의보감 초간본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31일 승인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훈민정음, 조선왕조실록 등과 더불어 모두 7건의 세계기록유산을 갖게 됐다. 세계기록유산 보유건수로 아시아에서 첫번째, 세계에서는 여섯 번째 국가라니 문화선진국의 자부심을 더해주는 낭보가 아닐 수 없다. 아시아 동쪽 끝의 조그만 나라가 그 나름의 독자적 문화를 창조하며 세계사에 영향을 미쳐왔음을 실증하는 사례이기도 해 더욱 기쁘다. 이번 등재를 계기로 동의보감과 허준, 그리고 전통의학이 재평가받기 바란다.
알다시피 동의보감은 16세기까지 동아시아 의학지식과 기술을 총망라함으로써 한의학의 신기원을 이뤘다. 총25권 분량으로 무려 14년 동안의 산고를 거쳐 탄생한 뒤 백성들의 보건의료증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단순한 치료에 그치지 않고 병의 근원으로 정신수양과 섭생에 주목했으며 중국 중심의 의학이론에서 탈피하는 창의성이 돋보였다. 철저한 임상을 바탕으로 치료와 복용의 기준을 세웠다는 점 역시 평가할 만하다. 누구나 쉽게 구하거나 접근할 수 있는 약재와 치료기술을 자세히 다뤄 의료 대중화에 기여하고, 병이 생기기 전에 치료하는 양생 개념을 적극 도입함으로써 예방의학의 기초를 마련한 것도 꼽을 수 있겠다. 이런 의학서를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하겠다. 또 이를 경시해온 주류 의료계의 관점전환과 인식지평 확대를 촉구하는 계기이기도 하다.
차제에 동의보감 편찬을 주도한 허준의 삶도 좀더 깊이 재조명되길 기대한다. 말 그대로 의성(醫聖)이었던 그는 온갖 시기와 모함을 끝내 이기고 불멸의 의학서를 역사에 남겼다. 의과에 합격한 뒤 궁중 내의가 돼 선조와 왕자 광해군의 병을 고침으로써 임금의 두터운 신임을 얻었고,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속에서도 침식을 잊고 의학연구에 몰두했다. 임진왜란 몽진 길에 임금을 호위하는 등의 공로로 양평군이라는 공신칭호를 받고 숭록대부에 봉해졌으나 중인신분이 당상관 작호를 받는 건 부당하다는 반대가 끊이질 않았다. 선조 붕어 뒤에는 임금 죽음의 책임을 어의인 그에게 뒤집어씌웠으나 광해군은 가벼운 유배처분으로 마무리짓기도 했다. 이처럼 고난의 삶 속에서 의서편찬과 환자치료에 일로매진한 점은 후손들에게 두고두고 소중한 귀감이 되고 있다.
동의보감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전통의학이 새롭게 조명되고 나아가 세계로 활발히 진출하는 계기라고 본다. 그동안 전통의학 또는 대체의학은 서양의학에 밀려 잔뜩 움츠려 있었던 게 사실이다. 주도권을 잡은 서양의학은 한의학을 폄하하기 바빴고, 대체의학은 아예 발도 붙이지 못했다. 내경편(내과), 외형편(외과), 잡병편(유행병 등), 탕액편(약제)과 더불어 침구편(침뜸)이 동의보감의 내용을 엄연히 구성하고 있으나 침뜸은 주류의료계의 냉대로 뒷전에 밀려 있는 실정이다. 이번 등재로 전통의학의 우수성이 널리 공인받은 만큼 국제의료시장에 뛰어드는 세계화의 날개를 달게 됐다. 전통의학의 과학화와 표준화를 꾀하고 임상결과를 좀더 뒷받침해 '근거중심의학'으로 거듭난다면 서양의학과 더불어 의학의 양대축으로 크게 도약할 것이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09/07/31 10:34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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