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임진강참사' 사과요구 배경은>(종합)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김승욱 기자 = 북측이 사전 통보없이 임진강 댐에서 물을 방류, 우리 측 민간인 6명이 실종 또는 사망한데 대해 정부가 원칙적이고 강한 대응기조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8일 통일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북한의 방류를 `무단 방류'로 규정하면서 북측 책임있는 당국의 충분한 설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전날 북한이 통지문을 통해 `임진강 댐 수위 상승으로 긴급 방류했다'고 해명했을 때 "북측의 통지는 우리 측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고 우리 측의 심각한 인명 피해에 대해 전혀 언급이 없었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힌 데 이어 나온 후속 대응이었다.
무엇보다 사과를 요구한 대목이 눈에 띈다.
정부가 특정 사안과 관련, 북에 공식적으로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북측 군사통제지역으로 민간인이 들어간 우리 측 과실이 있었다는 점에서 사안은 다르지만 작년 금강산 관광객 고(故) 박왕자씨가 북한군 초병의 총격으로 사망했을 때도 정부는 우리 측 당국자 참여 하의 현장조사를 통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책 등을 요구했지 사과를 요구하지는 않았다.
그런 만큼 이번 공식적인 사과 요구는 정부가 이번 임진강 사태를 결코 어물쩍 넘기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여기에는 이번 사태에 대한 격앙된 국민 여론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 비중있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어제 상황에서는 방류의 원인이 뭔지 규명하는 게 먼저였지만 북한이 (대남 통지문을 통해) 사실상 무단방류를 시인한 셈인 만큼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가 방류 경위와 관련한 책임있는 당국의 충분한 설명을 요구한 것은 `댐의 수위 상승 때문에 방류했다'는 북한의 1차 설명을 납득할 수 없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다.
북측 임진강 유역의 경우 지난달 26~27일 300mm 안팎의 비가 온 이후 큰 비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만큼 `댐의 수위가 높아져 급히 방류했다'는 북측 주장은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우니 추가 설명을 하라는 얘기다.
이번 사태와 관련, 북한의 의도성 유무 등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는 정부의 입장이 읽히는 대목이다.
그러면서 정부는 사태 재발방지를 위한 남북간 협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유관 당국간 남북대화 제의 등으로 협의를 적극 추진할 뜻을 밝힌 것과는 거리가 있다고 당국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북한의 최근 대남 `유화 조치'들을 `근본적 변화가 아닌 전술적 변화'로 간주하는 입장 하에 대북 접근을 서두르지 않는 정부의 현재 기조가 이번 사안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결국 우리 쪽에서 북한측 코트로 다시 공을 넘긴 상황에서 관심은 북한의 반응과 이번 사태가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에 쏠리고 있다.
북한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고 유감 표명이나 사과를 할 경우 양측은 사태 재발방지책을 제도적으로 마련하는 문제를 놓고 대화 가능성을 타진하는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성의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을 경우 어렵게 마련된 남북관계 개선의 모멘텀이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일각에서는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북한이 최근 대남 유화적 조치들을 통해 남북관계를 풀어나가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만큼 이번 사태의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차원에서 정부의 사과 요구 등에 호응할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도 있다.
비록 내용이 부실하긴 했지만 북측이 7일 우리 측 통지문을 받아간지 6시간 만에 회신을 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한 것도 이런 예상에 힘을 싣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북측이 특정 사안과 관련, 우리 정부에 사과한 전례는 거의 없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작년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 때도 북측은 관광객 사망에 대해 유감을 표하긴 했지만 군 통제지역으로 민간인이 진입한 점을 지적하며 `사과는 오히려 남측에서 해야 한다'는 취지의 공식 입장을 내 놓은 바 있다.
그런 만큼 북한이 비협조적인 태도로 나오거나 `적반하장'식의 태도를 보일 경우 작년 남북 양측의 현격한 입장차 속에 남북관계의 추가 악화로 연결된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jhcho@yna.co.kr
ksw08@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09/09/08 16:26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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