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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추기경 1주기> 장기기증 문화확산 기폭제
(서울=연합뉴스) 조채희 기자 = 1989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성체대회에서 장기기증 의사를 밝혔던 고(故) 김수환 추기경은 1990년 1월5일, 강남성모병원을 찾아 '헌안(獻眼) 서약서'를 냈다.

   김 추기경은 당시 병원 안과과장에게 '나이가 많고 근시인데 괜찮겠느냐'고 물었고 며칠 고민 끝에 서약서에 서명했다. 김 추기경이 2009년 2월16일 오후 6시12분 선종한 후 7시20분께 안구적출 수술이 이뤄졌고, 김 추기경의 각막은 두 사람에게 이식돼 새로운 빛을 전했다.

   우리 사회의 큰 어른이던 김 추기경의 장기기증 소식이 일으킨 파장은 대단했다. 유명인들이 고인의 숭고한 생명사랑 정신을 이어받아 줄줄이 장기기증 서약을 하기 시작했고, 일반인과 단체들도 대열에 동참했다.

   그 결과는 장기기증 희망자수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KONOS)의 집계에 따르면 2009년 1-12월 1년간 전국 병원과 장기기증 등록단체를 통해 신청한 장기기증 희망자수는 18만5천46명으로 2008년 7만4천841명의 2배를 넘었고, 장기기증운동이 시작된 이래 최대규모를 기록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장기기증 운동단체인 한마음한몸운동본부도 1989년 설립 후 2009년 가장 많은 장기기증 관련 문의와 신청을 받았다.

   2009년 1월부터 11월10일까지 신청자는 3만77명으로, 본부 설립 이후 1989년부터 2008년까지 20년간의 신청자를 다 합친 3만3천435명에 맞먹는 수치였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지난해 10월 정기총회에서 전국 교구들의 장기기증 운동을 연결하는 '가톨릭 장기기증 네트워크'를 발족해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생명운동본부 산하에 두기로 결정했고, 이 네트워크는 조만간 출범해 본격적으로 장기기증문화 확산운동에 나선다.

   장기기증 운동은 개신교나 불교 등 다른 종교계로도 번졌으며 종교간 네트워크도 강화될 움직임이 일고 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는 2009년 한해 13만명 이상이 장기기증을 신청했으며 이 가운데는 전국 교회 신자들의 단체 기증이 상당한 부분을 차지했다. 또 2009년 9월29일 소천한 김준곤 한국대학생선교회(CCC) 명예총재 겸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초대 이사장이 역시 각막을 기증한 것이 전해지면서 장기기증의 열기가 이어졌다.

   불교계의 장기기증지원 및 복지활동 단체인 ㈔생명나눔실천본부는 2010년 장기기증 희망자 2천500명, 조혈모세포 기증희망자 3천500명 모집을 목표로 세웠다. 또 지난해 말부터 매달 불교계 유명인사들을 대상으로 '장기기증 희망등록 릴레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에따라 석종사 금봉선원장 혜국스님이 지난해 12월 장기기증 서약서를 쓴데 이어 1월 들어서는 조계종 총무원 호법부 스님들과 종무원 등이 장기기증 서약서에 서명했고, 전국 사찰로 확산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chaehee@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0/02/03 11: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