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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준 "연기 20년만에 이름 알아줘 행복">
'시크릿가든' 박상무에 '드림하이'선 교장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무대 경험이 20년밖에 안됐는데 앞으로 40~50년은 더 가야죠."
드라마 '시크릿가든'과 '드림하이'에서 개성 강한 연기로 주목받은 배우 이병준(47)은 20년 뒤에 '밖에'라는 조사를 썼다.

   강산이 두 번 변했을 시간이지만 그는 지나간 시간에 크게 개의치 않는 듯했다.

   지난 8일 인터뷰에서 "이제 이병준이라는 이름을 알아줘서 행복하다"며 밝게 웃었다.

   "전에는 이름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사람들이 저를 알아보고 공연장에서 이름을 직접 불러주시더라고요. 딸아이도 좋아해요. '공부의 신'으로 막 얼굴이 알려졌을 때 딸 중학교 졸업식에 갔는데 딸과는 졸업사진 딱 두 커트 찍고 다른 학부모나 학생들과는 1시간 내내 찍었어요.(웃음)"

이병준은 20년 넘게 연극과 뮤지컬, 영화, 드라마를 오가며 활동했지만 시청자의 시선을 끌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드라마 '공부의 신'부터다. 이후 그의 연기는 전형성에서 벗어난 캐릭터를 만나며 빛을 발했다.

   '시크릿가든'의 박상무는 중년의 나이와 직책에 걸맞지 않게 순진하고 소심한 회사원에 가까웠고 '드림하이'의 시범수 교장은 학생들 앞에서는 카리스마를 과시하지만 교장실에서는 색소폰으로 '학교종이 땡땡땡'을 연주하는 낭만을 지녔다.

   '공부의 신'에서 괴짜 영어교사 앤서니는 외양에서부터 평범을 거부하는 캐릭터였다.

   "많은 분이 노말(normal)하지 않은 캐릭터를 원하더라고요. 제가 기존의 연기자들과 다른 독특한 면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중저음의 보이스 컬러와 달리 표정이나 제스처에는 발랄함이 있어 쓰임새가 있다고 보시는 듯합니다."
독특한 캐릭터 연기는 치밀한 분석에서 나온다.

   그는 캐릭터를 분석할 때 무엇보다 '관객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냐'에 중점을 둔다고 했다.

   "제가 연기한다면 뭔가 더 뽑아내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요. 상무가 갖춰진 사람이 아니라 어눌하고 허술한 면이 있다면 시청자들이 더 좋아하지 않을까 해서 박상무의 그런 모습을 뽑아내려고 애썼어요. 시범수 교장도 격식이 있지만 색다른 모습을 추구하려고 했어요. 배용준씨를 따라 한 의상도 제가 아이디어를 낸 거에요. 시청자들의 상식을 깨는 변화를 주고 싶었어요."
그의 이런 노력은 호응으로 돌아왔다.

   시청자들은 그의 독특한 캐릭터에 주목했고 그가 '시크릿가든'에 이어 '드림하이'에 출연하자 '박상무가 회사를 관두더니 기린예고에 가서 교장을 한다'는 내용의 우스개가 온라인에 퍼져 나갔다.

  

그는 "사람들이 알아주다보니 더 캐릭터를 열심히 연구하게 된다"며 웃었다. 그러나 "기존에 보여줬던 모습이 전부가 될 수는 없다"며 "다른 스타일의 정극 연기도 많이 보여 드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우로서 주연하고픈 욕심이 생길 법도 한데 그는 '주연 욕심은 별로 없다'고 잘라 말했다.

   "70분짜리 미니시리즈에서 제가 40분을 나오면 시청자들이 채널을 다 돌릴 겁니다. 저는 주연을 뒷받침하는 맛깔 나는 조연이고 싶어요. 연기를 해서 튀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조연이 주연이랑 같이 튀려고 하면 같이 죽는 겁니다. 주연이 빛나야 조연도 같이 혜택을 보는 거죠."
독특한 캐릭터를 많이 연기했지만 그는 스스로 원만한 성격이라 정의했다.

   "말을 많이 하지는 않아요. 대신 될 수 있으면 웃으려고 합니다. 독특한 캐릭터들에도 제 모습이 조금씩 들어가 있어요. 앤서니에는 활달한 모습이, 박상무에는 어눌한 면이, 시 교장에게는 상사를 좇아가고 싶은 속마음이 들어 있습니다."
이병준은 1990년 연극 '한강은 흐른다'로 데뷔했다. 이후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서 주로 활동하다 1994년 영화 '네온 속으로 노을지다'로 스크린에 진출했다.

   1997년 서울시 뮤지컬단에 입단하면서는 뮤지컬에 치중했다. EBS의 공개방송 프로그램 '모여라 딩동댕'에 6년간 출연하기도 했다.

   "무대는 즉각적인 반응이 오고 관객과 교감할 수 있어서 매력 있어요. TV는 바스트샷이 나오기 때문에 얼굴을 알릴 수 있는 장점이 있지요. 장르마다 각자의 매력이 있어요. 모두 나름대로 장점이 있기 때문에 두루두루 하고 싶어요."

그는 이런 바람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2007년부터 한해 최소 3편 이상의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한 그는 최근 뮤지컬 '뉴 씨저스패밀리'에 이어 영화 '백프로'와 SBS 플러스 시트콤 '오~마이갓!'을 촬영 중이다.

   그러나 월요일만큼은 촬영 스케줄을 잡지 않는다. 숙명여대와 단국대에서 후배들을 가르치기 때문이다.

   휴식 시간이 없는 게 아쉽지는 않냐는 질문에 그는 "원래 나는 잘 못 노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쉬는 날은 운동하러 가거나 도서관에 가요. 그게 저에게는 놀이에요. 중앙도서관과 국회도서관이 제게는 놀이터입니다. 논문을 준비 중이라 자료를 찾기도 하고 도서관 야외에서 대본도 많이 봐요. 집에 있으면 안 외워지는데 도서관 가면 잘 외워져요. 도서관 오신 분들은 야외 구석진 곳을 잘 보시면 혼자 소리 내서 연습하는 저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웃음)"
okko@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1/04/11 07:1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