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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해선 못막는 '위험한 그들'의 귀환>
지난 2007년 경남 통영 여성관련단체들이 개원의사가 수면내시경을 받으러 온 젊은 여성환자를 상습성폭행한 범죄와 관련해 향후 성폭행 의사 면허취소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성폭행' 전과 의사들 형기 마친뒤 멀쩡히 개업
한 번 따면 '영원한' 교원·변호사 자격
선진국들 '비직업적 도덕성' 엄격한 잣대 적용

(서울=연합뉴스) 기획취재팀 = "I'll be back"(다시 돌아오겠다)
속편을 기다리게 하는 터미네이터도 아니면서 어느새 우리 곁에 슬그머니 돌아온다.

   '사고'를 친 전문직 종사자들 얘기다.

   고려대 의과대학 남학생 3명이 동기 여학생을 집단추행(구속기소)한 사건을 두고 뒷말이 많다.

   이들은 형사소송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재판을 받아 유죄가 확정되면 이에 상응하는 죗값을 치르겠지만, 고려대가 이들을 출교 또는 퇴학 처분을 하지 않는다면 후일 형기만 마치고 나면 언제든 의사라는 직업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의사의 자격을 규정한 우리나라의 의료법이 그렇게 돼 있다.

   이 의료법에 따르면 성추행과 성폭행은 물론, 살인, 폭력, 사기를 저질러도 직무와 큰 연관이 없으면 형 집행을 마치면 의사로 개업할 수 있다.

   지금은 떠들썩하지만 곧 사람들의 기억은 희미해지게 마련. 수년 뒤 이들이 의사로 일하는 데는 큰 지장이 없을 것이다.

   2007년 경남 통영의 한 40대 의사는 수면 내시경을 받으러 온 여성 환자들을 성폭행해 세상을 시끄럽게 했다.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그는 현재 복역 중이지만 의사 면허가 박탈되지 않았기 때문에 출소하면 그의 이력을 모르는 다른 지역에서 다시 진료할 수 있다.

   2008년 환자 2명을 성추행한 강남 유명 성형외과 의사는 벌금 700만원을 내고 바로 진료를 할 수 있었다.

   선망받는 전문직인 교수, 교사, 변호사도 '회복력'으로 따지면 터미네이터급이다.

   2009년 경기 안양시 한 고등학교 교사 4명이 교생 실습 나온 여대생 3명을 노래방에 반강제로 끌고 가 성추행했다.

   학교 이사회는 당시 교사 4명 중 1명을 파면하고 3명을 해임했지만 이들은 곧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심사를 제기해 3명은 해임, 1명은 정직 3개월로 징계가 낮아졌다.

   교원이 파면되면 5년 동안 공무원 임용이 제한되고 퇴직금이나 연금을 50%만 받을 수 있지만 해임될 경우는 임용제한이 3년으로 줄고 퇴직금도 전액 지급된다.

   정직이 끝난 문제 교사가 복귀하자 학부모들이 현수막과 팻말을 들고 나와 출근 저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4년 전 충북의 한 중학교 교장은 여교사를 성추행하고 학생, 교사에게 상습적인 폭언을 해 30여 곳의 시민단체들이 사퇴를 요구했다.

   충북교육청조차 성희롱 사실을 인정했던 그는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고 충북 학생교육문화원 교육연구관 연구관으로 재직하다 정상적으로 정년퇴직했다.

   지난해 7월 고려대 한 교수는 여자 대학원생을 성추행한 사실이 인정돼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아 학교의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했지만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했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는 등 재임용 거부 결정 과정에서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며 재임용거부를 취소하라는 결정을 내려 다시 교단에 설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고려대 학생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힌 상황에서 고려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초미의 관심사다.
서강대 한 교수는 2001년 10월 회식자리에서 여제자에 "키스를 하고 싶다. 너를 여인으로 만들고 싶다"는 성적으로 모욕적인 언사를 하고 신체접촉을 했다.

   학생들이 공동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사퇴요구를 하면서 학내가 시끄러워지자 이듬해 3월에서야 학교는 이 교수를 3개월 정직 처분했다. 그러나 이미 이 교수는 안식년을 보내고 있던 터라 징계가 유명무실했다.

   이 교수는 징계 처분이 끝나자 2002년 복귀해 같은 학생을 또 괴롭혔다. 결국 학교는 2003년 8월 해임 징계를 했다.

   한 변호사는 1994년 자신의 법률사무소에 입사하려고 면접을 보러온 여대생에게 성적으로 저속한 표현을 한 것이 알려지면서 과태료 30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그는 3년 뒤 바람을 피우고 변호사 회비를 1년간 내지 않아 또 과태료 300만원을 냈다.

   2년 뒤 이 변호사는 법률 상당을 하러 온 진정인을 폭행해 약식기소돼 벌금형(30만원)을 받아 다시 과태료 100만원 처분을 받았지만 지금까지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참여연대의 자료에 따르면 2번 이상 징계를 받은 변호사는 지금까지 34명으로 심지어 김모(65) 변호사는 정직 5번과 과태료 1번 등 모두 6번의 징계를 받기도 했다.

   검사나 판사는 현직에 있을 때 직무 외 범죄를 저지르면 징계를 받기 전 냉큼 사표를 던지고 변호사로 개업하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졌다.

   현직에 있을 때 징계 기록이 남으면 변호사 등록심사 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변호사에 대한 징계는 등록변호사에 대해서만 내릴 수 있어 해당 범죄가 유죄로 확정되기까지 걸리는 시차를 이용해 일단 변호사로 등록하면 된다.

   범죄가 유죄로 확정되면 이는 그가 변호사 등록을 하기 전에 일어난 사건이므로 사회적으로 엄청나게 이목을 끈 사건이 아니면 징계 대상으로 삼지 않게 된다.

   ◇'절대 죽지 않는' 의사
이른바 '국가 자격증'이 있어야 하는 고소득 전문직 가운데 자격 취소 요건이 가장 관대한 직업은 의사(한의사 포함)다.

   의사 자격의 결격사유를 규정한 의료법(8조)으로는 웬만해서 의사가 '흰 가운'을 벗을 일은 없다.

   정신보건법에 따른 정신질환자(정신병·인격장애·알코올 및 약물중독·기타 비정신병적 정신장애)는 의사가 될 수 없는데 이조차 전문의가 의료인으로서 적합하다고 인정하면 의사가 될 수 있는 단서조항이 딸렸다.

   마약, 대마와 향정신성 의약품을 투여·흡입해 해당 법률에 따라 기소가 돼도 전문 검사기관에서 '중독자'로 분류돼야 의사 면허가 취소된다. 초범이거나 단순 마약사범이라면 의사를 계속 할 공산이 크다는 뜻이다.

   허위 진료기록 발부, 낙태, 지역보건법 등 유관 의료관련 법령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경우엔 형의 집행이 끝나면 의사 면허가 재발부된다.

   강간 혐의로 입건된 의사 수는 2006년 35명, 2007년 40명, 2008년 48명으로 느는 추세다. 매년 40명 안팎의 의사가 성폭행을 저질러 입건되는 셈이다.

   성매매를 한 초범 남성이 받는 재범방지 교육(존스쿨) 이수자 중 의사와 변호사 등 전문직의 비율이 2006년 13.0%에서 2008년 29.5%로 상승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지난해 전체 등록의사 10만4천602명 중 의사 면허가 취소된 경우가 7건에 그치는 것은 이런 헐렁한 의료법 때문이다.

   면허정지 역시 의료법 66조에 따라 의료인이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하거나 거짓, 과대 광고행위를 할 경우가 아니면 피할 수 있다. 진료 중 성범죄를 유추 적용할 수 있는 '비도덕적 행위'가 적발될 경우 처벌은 1년 이내의 자격정지지만, 웬만한 경우는 적용되지 않아 실제로 처벌을 받은 경우는 단 한 번도 없다.

   성범죄조차도 진료 행위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도덕적인 행위'로 간주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자격정지 처분없이 면허를 유지한 것이다.

   그야말로 의사 면허는 '불사조'인 셈이다.

   특이할 만한 것은 의사의 결격사유를 규정한 의료법이 점점 관대해졌다는 것이다.

   기존엔 범죄의 유형을 구분하지 않고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집행이 끝날 때까지 의사면허가 중지됐지만 2000년 의료법 개정으로 의료 행위와 관련한 법률을 위반했을 때로 대폭 축소됐다.

   예를 들어 2000년 전까진 성폭행을 저질러 유죄가 확정된 의사는 형 집행 종료까지는 의료 행위를 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불구속 상태라면 의사로 계속 일할 수 있다.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가 의사의 품행에 얼마나 너그러운지 더 잘 드러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년마다 의사 면허를 갱신해야 하는데 심사 기준이 되는 것은 의사로서 기능적 측면이 아니라 오히려 비직업적 도덕성이다.

   의사가 형사사건을 저지르고 유죄가 확정되면 범죄의 종류에 관계없이 죄질에 따라 1년 이하의 면허정지, 진료행위 시 보호관찰 의무 등의 제재를 받는다.

   특히 환자와 성적 접촉은 엄격하다. 환자가 이에 동의해도 '성착취'(sexual exploitation)로 보고 형사처벌을 받고 의사 면허도 취소되는 데 이는 행정법원도 취소 결정을 정지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하다.
미국 텍사스주도 캘리포니아주와 비슷한데 면허가 취소된 의사의 실명과 사유, 지역 등 개인 정보를 상세하게 대중에게 공개한다.

   독일 연방의사규정을 보면 의사가 형사소송의 피고인이 되면 무죄 확정 때까지 의사면허가 정지되고 유죄로 결론나면 재발급되지 않는다.

   일본도 벌금 이상의 형을 받은 사람은 의사 면허를 받을 수 없고 의사가 벌금 이상의 형을 받으면 심할 경우 의사면허가 취소된다.

   감사원은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장관에게 보낸 처분요구서에서 "의료인이 직업적인 진료행위를 성범죄 수단으로 이용했을 때 해당 의료인의 진료행위를 제한해 재범을 막아야 한다"며 "이런 성범죄를 의료인의 결격사유·자격정지 사유에 포함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김춘진(민주당) 의원 등 국회의원 10명이 올해 1월 의료인 결격사유에 성범죄 항목을 추가하고 이 경우 면허 재교부를 영구히 금지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의사협회와 관련 부처 간 이견으로 현재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다시 살아나는' 교사·교수
교육공무원법, 국가공무원법, 사립학교법에서 규정하는 교원 징계 규정은 '위험한' 교사와 교수의 교단 복귀를 돕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들의 징계 사유는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거나 태만했을 경우, '직무를 불문하고 체면·위신'을 손상했을 경우로 추상적으로 규정된다.

지난 2006년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회원들이 세종로 정부청사 후문 앞에서 성추행과 성폭행을 한 부적격 교사의 영구 퇴출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교육공무원법을 보면 고교 이하의 교원은 미성년자 성범죄, 금품수수, 시험문제 유출·성적조작, 학생에 대한 폭력을 해 해임·파면되거나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았을 때 채용을 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역시 '교육공무원징계위원회에서 해당 교원의 반성 정도 등을 고려하여 교원으로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의결하면 예외'라는 단서 조항을 달아 '부활'의 길을 열었고 그나마 대학교수는 채용 제한 규정이 적용되지도 않는다.

   징계의 종류는 중징계(파면·해임·정직)와 경징계(감봉·견책)가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각급 학교 교원징계에 관련한 교원소청심사 결정과 법원판례를 전수조사한 결과 중징계 사유 중 금품수수와 성범죄가 가장 많았다.

   파면(35명)의 사유는 금품수수와 성범죄가 각각 14건, 9건이었고 해임은 성범죄가 24건, 금품수수가 11건이었다.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인 파면을 당한 일반교원(교수포함) 중 소청심사를 청구한 사건은 49건으로 이 가운데 42건(85.7%)가 인용돼 파면을 면했고 평교사만을 보면 인용률이 95.2%에 달한다.

   2005∼2009년 소청심사위의 처리건수 대비 평균 구제비율이 32.6%임을 고려하면 파면 징계를 낮춘 결정의 비율이 상당히 높다.

   교육공무원법상 '교육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을 보면 비위의 유형과 경중, 평소 근무성적, 공적, 반성의 여부 등 정상을 참작해 징계를 결정하게 돼 있다.
피해자와 합의나 피해 정도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징계양정엔 성폭력(강간), 상습적 폭행, 금품수수, 성적조작과 같이 교사로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범죄에 대해서도 최하 징계인 견책까지 받을 수 있는 근거를 뒀다.

   징계를 감경한 이유를 보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다.

   2006년 여학생을 집으로 유인해 강제추행해 파면 징계를 받은 교사는 '깊이 반성하고 뉘우치는 빛을 보였다. 20년간 직무와 관련해 징계를 받은 적이 없고 성실히 근무해 학생지도에 공헌한 바 크다'며 소청심사를 통해 해임 처분으로 감경된 적도 있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의 조연오 정책위원은 "교사는 봉사와 희생을 사명인 직업으로 학생 앞에서 무조건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며 "특히 아이에게 평생 상처로 남는 성범죄는 영구 퇴출할 수 있도록 징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정책위원은 "성범죄는 학교가 교사 편에 서고 부모도 자녀가 받을 불이익과 수치심 때문에 공론화하지 못하는 데 이를 일부 나쁜 교사가 악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죽을 때까지' 변호사
변호사는 법률 행위를 통해 국민의 권익을 지키고 공공의 이익과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주체로서, 공공성을 기본으로 해야 하는 데다 고도의 전문지식이 요구되는 탓에 독점적인 지위에 상응하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직종이다.

   변호사는 다른 전문직종에 비해 징계규정과 결격사유가 상대적으로 엄격한 편이지만, 변호사 자격이 완전히 취소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솜방망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한다.

   변호사법(90·91조)에 따르면 변호사는 영구제명, 제명, 3년 이하 정직, 3천만원 이하 과태료, 견책 등 5가지 징계를 받을 수 있다.

   완전히 면허가 취소되는 영구제명 징계는 직무와 관련된 범죄로 2회 이상 금고이상 형을 받은 경우와 2회 이상 정직 이상의 징계처분을 받고 나서 다시 징계대상이 되는 변호사 중 직무를 수행하기에 '현저히 부적당한' 경우로 극히 제한적이다.

   다른 징계는 변호사회칙을 위반하거나 변호사로서 품위를 손상하면 조사를 거쳐 징계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가 대한변호사협회의 1993∼2007년 7월까지 징계 처분 자료를 집계한 결과 영구제명 징계를 받은 변호사는 없었다.

   대한변협 측도 "영구제명된 변호사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기간 징계건수는 460건으로 견책이 12.4%, 과태료 58.3%, 정직 24.1%, 제명은 2.2%다. 제명 처분은 이 법 5조가 정한 결격사유가 해소되면 대한변협에 다시 변호사로 등록해 개업할 수 있다.
변호사법 5조는 범죄의 유형에 관계없이 금고 이상(집행유예 포함)의 형을 받으면 형 집행이 끝난 뒤 2∼5년간 더 변호사로 영업할 수 없다.

   그나마 제명 처분을 받은 10명 중 5명은 의정부 법조비리가 있었던 1998년에 집중됐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아직 변호사 자격을 완전히 상실한 사람은 없는 셈이다.

   변호사의 징계 규정이 강화되고는 있지만 유럽, 미국 등 법률 선진국에 비해선 아직도 걸음마 수준이다.

   영국을 좋은 모범사례로 들 수 있다.

   영국의 변호사협회 격인 CIC(Council of the Inns of Court)는 변호사의 행동규범(code of conduct)을 아주 상세하게 문서로 만들었고 이를 어겼을 때 징계규정(Sentencing Guidance)만 A4 60쪽 분량에 달한다.

   이는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볼 수 있다.

   대한변협도 변호사 윤리강령이 있지만 '인권을 보호하고 세계평화에 이바지한다' 등 추상적인 선언에 그친다.

   징계는 3인 또는 5인으로 구성되는 징계회의에서 결정되는 데 견책, 1만5천파운드 이하 과태료, 3년 이하 면허 정지, 면허 취소 등의 단계가 있는 점에선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그러나 변호사가 저지를 수 있는 거의 모든 비위와 이에 해당하는 징계, 정상참작·가중 사유를 폭넓고 구체적으로 기술했다는 점에선 큰 차이가 있다.

   최고 징계인 면허 취소는 폭력, 횡령, 사기, 성범죄, 이력 조작, 문서 위조 등 범죄를 저질렀을 때는 물론, 변호사로서 직무상의 심각한 실수를 반복하거나 변호사로서 품위를 어겼을 때, 의뢰인과 대중에게 계속 해를 줬을 때 등이다.

   직무상 범죄로 형사소추를 당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도 2번까지 '기회'를 주는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상당히 엄격한 셈이다.
조희경 홍익대 법대 교수(영국변호사)는 "영국은 변호사의 직무상 또는 비직무상 과실이나 범행의 내용, 징계 수위를 매우 엄격하게 규정한다는 점에서 한국과 차이가 크다"며 "법률 소비자로서 의뢰인의 권리를 매우 중요시한다"고 말했다.

   변호사를 징계할 때 법률 소비자인 일반 국민의 권리를 가장 먼저 보장하는 것도 차이점이다. 우리나라는 변호사 징계를 청구할 수 있는 주체는 대한변협회장뿐이다.

   이에 비해 영국은 의뢰인이 변호사의 업무 자세나 도덕성에 불만이 있으면 이를 변호사 규제기관인 BSB(Bar Standard Board)에 쉽게 징계를 청구할 수 있는 제도가 잘 마련된 점도 변호사의 도덕성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변호사 징계제도'의 저자인 오종근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는 변호사 비리의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인 의뢰인의 지위가 징계청구도 못 할 정도로 매우 열악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사법체계인 일본은 의뢰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변호사 징계청구를 할 수 있고 징계결과에 대해 이의 신청도 한다.

   오 교수는 "대한변협회장이 독점하는 징계청구권을 개선하고 징계에 대한 의뢰인의 불복 절차도 마련해야 한다"며 "대한변협이 중심이 된 징계제도도 '제식구 감싸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독일은 검사가 법원에 변호사 징계소추를 하고 미국은 법원이 징계위원회 위원과 징계소추인을 선임한다.

   문제는 이런 징계를 받은 변호사의 정보를 일반인이 잘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징계 결정은 대한변협이 발간하는 월간지 '인권과 정의'에 실리는 데 이 사실을 일반인은 잘 알지 못한다. 게다가 '변호사 윤리규정 위반'과 같이 징계 사유를 모호하게 밝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국이나 일본이 징계를 받은 변호사의 실명과 징계의 상세한 사유와 시기 등을 인터넷으로 공개하는 것과 비교하면 한참 후진적이다.
최근 대한변협이 변호사의 최근 징계 정보를 홈페이지(www.koreanbar.or.kr)에서 검색해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뒤늦게 개선책을 내놨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장동엽 간사는 "법률 서비스의 소비자로서 국민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제도를 더 강화해 변호사의 능력뿐 아니라 도덕성을 투명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영국 변호사 징계규정 문서의 첫머리엔 이런 내용이 있다.

   '이 규정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법률 소비자와 대중의 권리를 보호해 변호사의 능력과 품행에 관련한 높은 기준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지금도 충분"..'그들'의 항변
사회적인 존경과 선망의 대상인 이들 전문직일수록 사회 통념보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정작 해당 전문직에선 "지금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의료인의 권익을 대변하는 대한의사협회는 김춘진 의원 등의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연합뉴스의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의사협회의 입장은 지난해 12월 국회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살펴볼 수 있다.

   의사협회는 "(진료 중 성폭행 같은) 파렴치한 범행을 한 의사를 현행 형법, 성폭력특별법으로 얼마든지 중한 형벌을 부과할 수 있는데 영구면허 취소라는 의료인이 감내하기 어려운 최고 수준의 처벌을 의료법에 추가한 것이 보편타당한가"라는 이의를 제기했다.

   의사협회는 "의료면허는 특수한 교육을 받아야 해 누구나 취득할 수 없는 것으로, 이런 면허·자격 체계로 운영되는 다른 직종은 직업을 이용한 범행을 해도 이를 취소하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며 "환자가 의사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형평성에 맞지 않고 헌법이 보장하는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어긋날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대한변협 장진영 대변인은 "영구제명이 안되더라도 강력범죄, 성범죄 등 중범죄를 저질러 법에 따라 수년간 변호사로 활동하지 못하면 사실상 변호사로서 생명이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장 대변인은 "변호사는 범죄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과실범이라도 '품위유지' 조항에 따라 대부분 징계를 받고 있다"며 "운전면허가 음주운전으로는 취소되지만 사기죄로는 취소되지 않는 것처럼 직무 외의 범죄로 생계와 직결된 면허 취소까지 책임을 묻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전문직군의 이런 항변을 수긍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외부인들에겐 '철밥통을 지키기 위한 직군 이기주의'로 밖에는 비치지 않는다.

   고대 의대생 출교 요구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김현익 송파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성추행을 한 의대생들은 의사가 되기엔 확실한 결격사유가 있는 사람들"이라며 "의사는 환자와 많은 신체적 접촉이 있을 뿐아니라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직업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의사를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강시원(33, 회사원)씨는 "범죄를 저지른 의사나 변호사가 그 책임과 소양을 다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만큼 합리적인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특히 의사는 단순히 병을 고치는 게 아니라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다른 직업보다 더 큰 윤리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대 의대생 출교 서명 운동에 참여한 이영미(44)씨는 "학교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수습했어야 했는데 졸업생으로서 부끄럽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은 관련 법률 개정 등에 앞장서 스스로 자신이 몸담고 있는 직종의 도덕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hskang@yna.co.kr
vivid@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1/07/18 07:29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