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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에 과태료 300만원…'솜방망이'처벌 논란 >
방통위, 법 위반 확인하고도 처벌에 한계…법 개선키로
'위치정보 수집' 제재조치는 '세계 첫 사례' 의미도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방송통신위원회가 3일 애플의 위치정보 수집에 대해 과태료 부과 결정을 내린 것은 세계적으로 논란이 돼 온 애플의 위치정보 수집에 대해 위법성을 처음 판단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방통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애플에 대해 시정 요구 조치와 함께 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으며 구글에 대해서는 과태료 부과 없이 시정 요구 조치를 내렸다.

   방통위의 이날 결정은 행정기관이 애플의 위법행위를 판단한 세계 최초의 사례라는 의미에도 불구하고 애플과 구글이 국내 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4개월이나 되는 긴 조사 기간을 고려할 때 지나치게 가벼운 처벌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국이 일찌감치 세계적으로 전례 없이 위치정보 관련 입법을 하기는 했지만 스마트폰 대중화 시대에 맞춰 관련 법·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다.

  
◇ "애플, 동의 없이 위치정보 전송" = 방통위는 이날 애플과 구글이 모두 개인을 식별하지 않는 형태로 위치 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확인, 이 부문에 대해서는 위법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두 업체가 아이폰 사용자 개개인을 식별하는 형태로 위치 정보를 수집했다면 이용자의 동의와 규제기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두 회사가 가입자에게 위치정보의 수집, 이용, 제공 관련 사항에 대해 동의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방통위의 판단이 달랐다.

   방통위는 애플의 경우 이용자가 위치서비스를 '끔(off)'으로 설정했을 때에도 위치 정보가 전송됐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과태료 부과를 결정했다.

   위치정보의보호및이용등에관한법률(이하 위치정보 보호법) 15조에 따르면 소유자의 동의 없이 위치 정보를 수집, 이용 또는 제공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방통위는 애플의 경우 이용자가 일단 위치정보 수집에 동의했다고 해도 위치서비스를 끄는 행위를 통해 동의를 '철회'한 것으로 판단, 애플이 이 항목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방통위는 아울러 애플과 구글 모두 위치 정보 캐시를 암호화하지 않아 위치정보보호법 16조를 위반했다고 지적하고 위법사항에 대해 시정조치를 명령했다.

   위치정보 보호법 16조는 위치정보사업자에게 위치정보의 누출, 변조, 훼손 등을 방지하기 위해 방화벽의 설치나 암호화 소프트웨어의 활용 등의 기술적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사업 정지 혹은 매출액의 3%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방통위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위치정보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돼 관련 매출액에 근거한 과징금 부과시 처분의 실익이 없다"며 과징금을 부과하지는 않았다.

   ◇ 애플 위법성 지적 세계 첫 사례…대규모 집단 소송 일까 = 지난 4월 애플이 단말기의 위치정보를 축적한 사실이 알려진 뒤 세계적인 논란이 일었지만 그동안 어떤 나라도 애플의 위법성에 대해 행정적인 제재 조치를 내리지는 못했었다.

   방통위가 이날 과태료 부과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한국이 지난 2005년 위치정보 보호법을 세계 최초로 제정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 법원에 애플의 책임을 묻는 소송이 제기됐지만 아직 결론이 난 경우는 없다.

   한국의 경우 지난달 창원지법이 애플코리아가 위치정보 수집에 따른 인격권 침해를 이유로 위자료를 신청한 개인에게 위자료를 지급을 명령한 적 있다.

   하지만 이는 애플이 소송에 대응하지 않아 원고측 주장을 인정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취지의 판결이어서 위법성에 대한 본격적인 법원 판단이라고는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행정기관인 방통위가 애플의 위법성을 인정함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관련·유사 소송이 영향을 받거나 향후 또다른 대규모 소송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창원지법의 판결 이후 2만7천800여명이 소송인단으로 참여한 270억원대 집단소송이 준비 중이며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인 인터넷 카페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국내에서 아이폰이 300만대 이상 팔린 것을 감안하면 현재 소송에 참여한 사람은 전체의 1%에 조금 못미치는 수준이지만 이번 방통위의 결정 이후 소송에 나서겠다는 소비자가 대거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방통위의 석제범 네트워크정책국장은 "애플의 위법행위가 소비자의 피해로 이어졌는지 인과관계는 사법부가 판단할 부분"이라며 "위법행위로 인해 가입자 피해가 얼마만큼 일어나는지에 대한 사례는 위원회 차원에서 인지하고 있는 것은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 솜방망이 처벌 비판…관련 법·제도 개선 필요성 = 방통위가 애플에 대해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 것은 현행 위치정보 보호법의 규정에 따른 것이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가벼운 처벌이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위치정보보호법 시행령에는 이용자 동의 없는 위치정보 제공에 대해 1차 위반시 300만원, 2차 위반시 600만원, 3차 위반시 1천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으며 위반 행위의 동기와 내용 등에 따라 금액의 2분의 1 범위에서 가중하거나 감경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애플의 위법행위가 큰 사회적 파장을 몰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걸맞는 제재조치를 취하기는 현행법상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방통위는 두 업체가 암호화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고 판단했음에도 이와 관련해 과태료를 부과하지 못했다. 과태료는 위치정보사업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산출하는 데 이들 업체의 관련 매출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해당 업체가 위치정보나 관련 위법 행위에 대해 얻는 이익이 명확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방통위가 쉬운 판단으로 과태료 부과를 포기하지 않았느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까닭에 방통위 내부와 관련 업계에서는 이참에 방통위가 위치정보보호법 등 관련 법과 제도를 현 상황에 맞게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이날 관련 결정이 내려진 방통위 전체회의에서도 위원들은 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해 한 목소리를 냈다.

   김충식 위원은 "기술 진보에 낡은 법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며 "국민들이 위치 정보를 꼭 보호해야 할 사생활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과태료를 상식에 미치는 수준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성규 부위원장도 "위법사항을 적시해서 처벌하는 만큼 나름 의미가 없지 않지만 다른 데(업체)도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법적으로 미비책을 빨리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광수 방통위 개인정보보호윤리과장은 "현행 법이 스마트폰이 생기기 전에 기술 발전을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만들어진 것인 만큼 부족한 점을 법 개정을 통해 보완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bkkim@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1/08/03 18:49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