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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우 마루한그룹 회장은 누구?>
자수성가 日'빠찡꼬 대부'
"번 돈 다 내놓고 가겠다"

(부산=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막대한 재산의 사회 환원 의사를 밝힌 한창우(80) 일본 마루한그룹 회장은 한마디로 자수성가의 전형을 보여주는 재일동포 기업인이다.

   광복 2년 뒤인 1947년 16세의 나이에 가난을 못이겨 일본행 밀항선에 오른 뒤 그가 걸어온 인생역정은 한편의 드라마다.

   몇 번이나 결핵으로 쓰러져 병원 신세를 지면서도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호세이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했다.

   그러나 전후 불황으로 일본인들도 취업할 엄두를 못 내고 있는 판에 `조센진' 청년 한창우가 설 자리는 좁기만 했다. 일본에 먼저 간 친척의 도움으로 미네야마의 한 빠찡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것이 빠찡꼬와의 운명적인 만남이 됐다.

   자신이 일하던 빠찡꼬장이 과당경쟁으로 부도 위기를 맞자 이를 인수한 그는 밤을 새워가며 빠찡꼬 공부에 매달렸다.

   영업이 잘 돼 효고현 도요오카와 교토 마이쓰루 등으로 업장을 확대하고 전국 6곳에 볼링장도 열었다. 그러나 볼링 인기가 사그라지면서 60억엔의 빚더미를 안게 됐다.

   자살의 유혹을 떨쳐내고 본업인 빠찡꼬로 돌아와 10여년간 고생을 한 끝에 활로를 찾았으나 1976년 장남 이 미국 여행 도중 강에 빠져 사망하는 시련이 닥쳐왔다.

   아들의 죽음은 그를 충격으로 내몰았고 사업도 공백기에 접어들었다. 가까스로 마음을 추스른 그는 1980년 등장한 신형 빠찡꼬 기계 '피버'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재기에 성공했다.

   폭력단체의 개입을 차단하고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등 빠찡꼬업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불식시키는데도 힘을 쏟았다.

   마루한을 점포수 258개, 기계 대수 15만여대의 일본 빠찡꼬업계 부동의 1위로 키운 그에게는 `빠찡꼬의 대부'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빠찡꼬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푸드서비스업, 청소용역업, 광고업, 건축업, 보험업, 은행업에 차례로 진출한 마루한은 연간 30조원의 매출을 내는 일본 30대 그룹의 반열에 올라섰다.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사회공헌 활동을 활발히 벌인 공로로 일본 정부로부터 곤주호상, 수이호상(제3등 훈장)을 수상했고, 한국 정부로부터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

   다음은 한 회장과의 일문일답.

   --맨주먹으로 막대한 부를 쌓았다. 삶의 신조는.

   ▲나는 혼자 살아왔다. 밥을 못먹어 영양실조도 걸렸었다. 모든 것을 내 자신이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내게는 자립정신이 있다. 또 좋은 일은 하지만 나쁜 일은 한번도 안했다. 일본인을 앞서려면 두배 더 일하고 봉사도 해야 했다. 심하게 말하자면 내게 봉사는 일본 사회에서 차별 대우를 받은데 대한 보복이었다.

   --경영철학은 무엇인가.

   ▲급한 일을 먼저 하지 말고, 옳은 일은 먼저 하라. 상(商)도덕이 가장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것을 지키지 않으면 그 회사는 반드시 망한다. 신용도 지켜야 한다. 우리회사 1만5천여명의 직원은 회사 매출과 이익 규모를 자세히 알고 있다. 직원 대부분이 일류대학을 나왔다. 투명성이 없고 거짓말을 한다면 누가 나를 따라 오겠는가. 일본은 세금을 좀 많이 낸다. 그러나 한번도 빠지지 않고 제대로 냈다. 돈은 깨끗하게 벌고 깨끗하게 써야 한다.

   --세계적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의무)가 강조되는 추세다.

   ▲나도 돈을 버는 기술보다는 돈을 쓰는 예술에 집중해 여생을 살려고 한다. 내가 번돈은 다 내놓고 가겠다. 홀딱 벗고 가겠다. 남은 돈을 어떻게 쓸까 연구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사이에 뭔가 하나 남겨놓고 가겠다. 요즘은 눈만 뜨면 그걸 연구하고 구상한다. 지금은 밝힐 수 없지만 내가 번 돈은 한일 양국의 우호발전을 위해 쓰일 것임을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지난 2002년 일본 국적을 취득한 걸로 안다.

   ▲동포들이 거주국의 국적을 따서 국회의원도 되고, 대통령도 되는 게 애국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적은 바꿀 수 있어도 민족은 피는 바꿀 수 없다. 누가 뭐라해도 나는 한민족이다. 국적을 바꾸면서 이름은 한창우로 했다. 이걸 안해주면 국적을 안바꾸겠다고 겁박을 했다.

   ghwang@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1/11/04 07:2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