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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학계가 말하는 세월호…"우리 모두의 참사"

참사 1주기 맞아 관련 책 연이어 출간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1주기가 눈앞에 다가온 세월호 참사는 학계와 문학계에도 큰 충격이었다. 유채꽃 핀 제주를 향해 가던 304명을 허무하게 떠나보낸 참사. 슬퍼한 건 모두가 같았지만 예술적·사회적 감수성이 예민한 이들의 내상은 더 컸다.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희생돼야 했는지, 왜 우리는 그들을 구할 수 없었는지 지난 1년은 고민의 연속이었다. 이들이 그동안 해온 고민들이 참사 1주기를 맞아 연달아 책으로 출간됐다.

◇ 고통의 1년을 적다 = 문학평론가이자 시인으로 활동 중인 방민호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는 세월호 추모 시집 '내 고통은 바닷속 한방울의 공기도 되지 못했네'(다산책방)를 펴냈다. 시집 제목은 아이들을 구해내지 못한 어른 모두의 죄책감을 대변한다.

그는 책에 담긴 57편의 시 제목마다 시를 쓴 날짜를 나타내는 네 자리의 숫자를 덧붙였다.

"이제 나는 통증 속에서만 / 살아갈 수 있는지 모른다 / 오로지 아픔만을 사랑하는 믿음 속에서만 / 겨우 물 위로 떠오를 수 있는지도"(통증에 매달림 - 세월호 1123)

시인은 4월 16일, 그날 이후 단 하루도 편하게 잠들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지난 한 해 동안 이 시들에 매달려 왔다. 그러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겨레출판과 4·16 가족협의회는 책 '잊지 않겠습니다'에서 참사 이후 희생자 가족들이 일간지에 기고한 편지글을 엮어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 114명과 선생님 2명의 가족이 하늘에 있는 이에게 편지를 썼다. 까맣게 탄 가슴을 안고 눈물 젖은 편지를 쓴 건 희생자들이 잊히지 않길 바라기 때문이었다.

아이가 신었던 신발을 신고, 아이의 등하굣길을 걸어보는 것으로 위안 아닌 위안을 얻는 부모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딱 한 번만이라도, 아이들을 만져보고 안아보고 싶다고.

박재동 화백은 아이들의 사진을 토대로 그림을 그렸다.

◇ 참사는 개인의 상처 아닌 '공공의 기억' = 학자들은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우리 사회의 문제를 돌아보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국내 중견·소장 철학자들은 한국철학사상연구회가 기획한 책 '망각과 기억의 변증법'(이파르)에서 세월호 참사가 개인의 기억이 아닌 사회적 기억으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사를 단일한 고통의 사적 사건으로 단정하지 않고 공적 차원에서 바라볼 때 고통의 외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억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사건을 바라보는 일부 젊은 세대의 냉담한 시선이 능력과 실적을 최우선으로 하는 교육 시스템과 연관돼 있다며, 더 나은 삶을 위한 시민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장을 비롯한 서울대 사회학 분야 교수·연구원 8명은 책 '세월호가 우리에게 묻다'(한울아카데미) 속에 참사 이후 풀리지 않는 질문의 해답을 실었다.

왜 그런 어처구니 없는 참사가 일어났는가? 우리는 왜 수십 년째 비슷한 종류의 재난을 반복해서 겪고 있는가?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들이 주목한 것은 '공공성'이다.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났듯 현대 사회의 위험은 불특정 다수에게 일어나고 사회 구성원 모두의 안전을 위협하는 만큼 개인이 아닌 공공성의 영역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공존의 가치가 공유되고 사회적 합의의 틀이 만들어질 때 비로소 한국 사회가 세월호의 위기를 넘어설 수 있다고 답한다.

◇ 내 가족은 누가 지킬 것인가 = 안전 분야 전문가인 김석철 박사는 책 '재난반복사회 대한민국에서 내 가족은 누가 지킬 것인가?'(라온북)를 통해 후진국형 재난이 반복되는 한국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저자는 '실패의 자산화'를 선진국과 후진국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꼽았다.

선진국들도 대형 재난을 겪을 수밖에 없지만, 그들은 확실한 후속 대책으로 피해를 최소화한다. 하지만 한국은 재난·참사가 발생하면 '법규 정비,' '조직 강화', '컨트롤타워 기능 강화' 등 판에 박힌 후속 대책만 내놓았다.

저자는 책임 회피용 대책만 제시하는 정부도 문제지만, 매번 이를 묵인하는 국민의 잘못도 크다고 지적한다. 책에는 재난 반복을 막기 위해 개인이 가져야 할 안전의식과 필요한 지식, 또 사고 예방을 위해 가정에서 알아야 한 지침이 고루 담겼다.

정신과 의사 정혜신과 시인 진은영은 참사 이후 문드러진 마음의 치유에 노력을 기울였다.

지난해 가을 경기도 안산에서 시작된 두 사람의 만남은 계절이 바뀌어도 이어졌다. 이들은 세월호 트라우마는 물론 우리 사회에 빈발하는 갖가지 트라우마와 그 치유의 필요성, 그리고 치유의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사회적 실천 방법을 고민했다.

두 사람이 느낀 생생한 고통의 현장과 치유법에 대한 생각을 책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창비)에서 대화 형식으로 풀어냈다.

hye1@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5/04/14 09:48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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