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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에 '민족주의' 부상…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커져

무디스 "브렉시트, 영국 신용등급 악영향 가능성"
러시아 경제위기, 중국-일본 대립도 '화약고'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민족주의가 세계경제를 뒤흔드는 새로운 거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아직 금융위기 여파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한 세계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영국, 러시아, 중국과 일본 등 각국의 민족주의 문제로 한층 가중되는 양상이다.

글로벌 정치·경제 파워 경쟁에서 미국의 입지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경제불안이 민족주의를 자극하고 이는 다시 경제를 더욱 흔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 브렉시트, 그렉시트 뛰어넘는 유럽경제 최대 불안요소로

11일 국제금융시장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가장 최근에 대두한 민족주의 바람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Brexit) 움직임이다.

영국 총선에서 '2017년까지 EU 탈퇴 국민투표 실시'를 공약으로 내건 보수당이 압승하면서 브렉시트는 당장 영국의 최대 현안이 됐다.

영국 내 반(反) EU 여론은 외국인 이민이 일자리를 빼앗아가고 복지 부담을 늘리고 있으므로 이를 막으려면 회원국 내 인력 이동의 자유를 보장한 EU 협약에서 탈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잉글랜드·웨일즈 주민 중 외국 출신의 비중은 2011년 13.4%로 20년 전보다 약 두 배로 늘었다.

이는 2004년 동유럽 8개국의 EU 가입과 2010년 이후 중동·북아프리카의 혼란에 따른 대량 난민 발생 등의 여파로 EU 내 저소득 회원국 이주노동자들이 영국 등 고소득 회원국으로 대거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최대 수출시장인 EU는 물론 EU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수십 개 국가의 시장을 잃는 등 EU와 영국 경제 모두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무디스는 영국 총선 직후 보고서를 통해 "영국이 EU에서 탈퇴하고 회원국에 준하는 폭넓은 혜택을 다시 얻어내지 못할 경우 국가 신용등급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케빈 데일리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도 보고서에서 "브렉시트 가능성은 여전히 크지 않지만, 이 문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영국 내수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독일의 베르텔스만 재단과 lfo경제연구소도 브렉시트로 인해 최악의 경우 오는 2030년 영국 국내총생산(GDP)이 14% 감소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들은 브렉시트로 영국이 EU 등에서 최혜국 지위를 상실하면 2030년에 영국은 GDP의 3.0%, EU는 0.36%가 각각 감소할 수 있으며, 탈퇴가 영국 시장에서 외국기업의 경쟁 약화와 투자·혁신 감소,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질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U에서 독일·프랑스에 이어 세 번째로 경제 규모가 큰 영국이 탈퇴하면 영국 자체의 손실은 물론 경제 부진에 허덕이는 EU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경고다.

특히 컨설팅업체인 그랜트 솔톤이 36개국 경영자 2천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내 응답자의 3분의 2가 브렉시트의 유럽 경제 영향을 우려해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그렉시트)를 우려하는 응답자 45%보다 많았다.

브렉시트가 그렉시트를 능가하는 세계 경제의 불안요소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브렉시트는 잉글랜드와 달리 친(親) EU 여론이 강한 스코틀랜드의 독립 추진을 초래할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스코틀랜드가 독립하면 영국 경제는 북해 유전을 잃는 등 EU 탈퇴의 후유증에 더해 이중고를 겪게 된다.

또한 스페인 카탈루냐 등 유럽 각지 분리독립 세력의 입지 강화라는 연쇄반응으로 이어져 EU의 구심점이 흔들리면서 세계 경제에 미치는 불확실성은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 러시아 경제위기, 아직 '현재진행형'

작년 우크라이나 내전과 러시아 경제위기도 민족주의가 신흥시장 등 세계 경제를 뒤흔든 대표적인 사례다.

친서방 성향이 강한 서부와 러시아계 인구가 많은 동부의 친러시아 세력 간의 갈등은 서부 세력의 정권 장악을 계기로 정부군과 동부 분리주의 무장세력 간의 무력 충돌로 번졌다.

이에 러시아가 사실상 개입해 크림 공화국을 합병하자 미국과 EU는 러시아에 손을 뗄 것을 압박하며 러시아산 석유·가스 수입 금지 등 광범위한 경제 제재를 가했다.

그 결과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작년 하반기 이후 50% 이상 폭락한 여파로 신흥국 전반의 금융시장이 통화가치 하락 등의 혼란을 겪었다.

게다가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미국의 묵인하에 국제 유가 끌어내리기에 나서면서 석유·가스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러시아 경제는 뿌리째 뒤흔들렸다.

러시아 경제의 성장률은 2012년 3.4%에서 작년 0.6%로 추락했으며, 올해도 4.0%의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시장에서는 전망한다.

이에 따라 한때 중국 등과 나란히 브릭스(BRICs) 4개국 중 하나로 떠오르는 스타 대접을 받았던 러시아 경제도 국가 신용등급이 투자부적격(정크) 단계로 곤두박질 칠 정도로 전락했다.

올해 들어 우크라이나 내전이 소강상태로 접어들면서 루블화 가치가 2월 이후 약 40% 반등하는 등 러시아 경제는 충격에서 일단 벗어나는 분위기다.

하지만 작년 9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국 정부의 휴전 협정에도 러시아의 지원을 받은 동부 반군과 정부군의 교전이 산발적으로 계속되는 등 위기가 완전히 풀린 것은 아니다.

따라서 러시아 경제의 불안도 언제든 재발할 여지가 적지 않아 보인다.

◇ 중국-일본 갈등도 '복병'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 등을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갈등도 언제든지 아시아와 세계 경제를 뒤흔들 수 있는 화약고로 꼽힌다.

2010년의 양국간 영유권 분쟁은 희토류 수출 금지 등 경제적 압박을 무기로 내세운 중국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보수 자민당이 당시 상처받은 일본인의 민족적 자존심을 자극해 2012년 말 총선에서 민주당 정권을 밀어내고 정권교체에 성공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안으로는 대규모 양적완화와 엔저를 골자로 하는 '아베노믹스'로 일본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또한 밖으로는 과거사 반성을 부정하는 우익 노선을 추진하자 중국과 한국 등 과거 일본 침략의 피해국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아베 정권은 중국의 부상을 경계하는 미국에 밀착해 지난달 말 미·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자위대의 활동 범위를 전 세계로 넓히는 등 '중국 포위'의 첨병으로 나서고 있다.

이에 중국도 러시아와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 대규모 경제협력 사업으로 유라시아 일대를 자국의 경제권으로 만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중국과 일본의 민족주의 대립이 신(新)냉전 체제의 핵심으로 비화하는 가운데 영유권 분쟁 등 언제든 다시 폭발 가능한 위험 요소가 적지 않아 향후 양국 간 관계가 주목된다.

jhpark@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5/05/11 05:5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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