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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엘리엇, 주총 표대결로…삼성 일단 승기

'삼성물산 웃었다'
'삼성물산 웃었다'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이 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 서초사옥에서 열린 수요사장단회의가 끝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용대 민사수석부장)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2015.7.1 seephoto@yna.co.kr
'자사주 매각금지' 가처분 결과 변수로 남아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저지하기 위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1일 기각됨으로써 삼성물산 임시 주주총회가 이달 17일 예정대로 열리게 됐다.

삼성은 특히 엘리엇이 공격 명분으로 삼은 양사 간 합병비율에 문제가 없다는 법원 판단을 받아냄으로써 향후 표대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하지만 엘리엇이 함께 제기한 삼성물산의 자사주 매각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결정은 주총 직전에야 나올 예정이어서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 "예상된 결과…핵심은 자사주 가처분"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주총 개최 자체를 막아달라는 엘리엇의 요구가 법리적으로 수용 가능성이 작았다는 점에서 법원의 이날 결정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평이 주류를 이뤘다.

업계의 시선은 삼성물산이 우호 관계에 있는 KCC에 매각한 자사주 899만주의 의결권 행사 여부에 쏠리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의 고위 관계자는 "엘리엇이 낸 2건의 가처분 신청 가운데 KCC로 넘어간 자사주의 의결권 행사를 막아달라는 것이 핵심"이라며 "주총 금지 요구는 기각될 가능성이 컸다"고 말했다.

법원이 엘리엇의 손을 들어 자사주 처분을 금지할 경우 KCC로 넘긴 자사주 5.76%의 의결권 행사가 차단돼 삼성그룹으로서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다만 이날 법원의 결정 논리를 살펴보면 삼성그룹에 유리한 점이 적지 않다.

우선 법원은 1대 0.35로 결정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이 현행법 테두리에서 적법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주가는 공개시장에서 다수 투자자가 참여해 형성된 것이므로 주가 조작 등 명백한 범법 행위가 개입됐다는 것이 입증되지 않고서는 상장 법인끼리 합병할 때 유일한 기준이 된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또 삼성물산 주가가 낮고 제일모직 주가가 높은 상황에서 합병이 결정됐다고 해도 총수 일가의 이익을 위해 결정된 것이라고 볼만한 증거가 뚜렷하지 않다는 재판부의 판단도 삼성그룹에는 고무적 결과다.

'불공정한' 합병 비율과 총수 일가에게 유리한 합병 시점의 문제는 삼성그룹을 공격하는 엘리엇의 주된 무기였다.

법원이 이런 엘리엇의 공격 논리를 약화시키는 결정을 내림으로써 주총을 앞두고 주주 다수의 이익을 위한다는 '도덕적 우위'를 앞세워 반대표를 결집해보려던 엘리엇의 계획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 표대결의 3대 변수…KCC 의결권·국민연금·ISS

이번 주총에 지분 70%가 참여한다고 가정할 때 삼성은 합병 통과를 위해 47%의 지분을, 엘리엇은 합병안 부결을 위해 23%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엘리엇과 삼성물산은 위임장 확보전(프락시 파이트)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재 삼성물산의 우호 지분은 계열사와 이건희 회장 개인, KCC를 모두 더해 19.95%이다.

엘리엇의 지분 7.12%를 포함해 외국인이 33.61%를 보유 중인 가운데 국민연금 10.15%를 비롯해 국내 기관이 21.2%의 지분을 들고 있다.

삼성물산이 국민연금과 국내 기관의 지분을 모두 확보한다고 가정해도 총 지분이 41.15%에 그친다.

승리를 위한 최소한의 지분으로 예상되는 47%까지는 여전히 미치지 못한다. 엘리엇의 제외한 나머지 외국인 지분이나 소액 주주 지분을 6%가량 추가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2.11%의 지분을 보유한 일성신약은 합병 반대를 시사하고 있다. 엘리엇과 연대 가능성이 큰 미국 헤지펀드 메이슨 캐피털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지분 2.2%를 최근 확보했다는 점도 삼성에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따라서 KCC 지분 5.96% 가운데 애초 삼성물산 자사주였던 5.76%의 의결권 행사 여부는 국민연금의 행동 방향과 더불어 게임의 판세를 가를 주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주주 가치 훼손'을 주된 이유로 들어 SK C&C와 SK의 합병에 반대한 점을 들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도 반대표를 던질 유사한 결론을 내릴 수 있지 않느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다만 국민연금이 최근 삼성물산에 합병 후 주주 가치 제고 방안을 문의한 것은 삼성 측에 좋은 신호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삼성 측이 가시적인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내 '성의'를 보인다면 SK와는 다른 결론을 내릴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국민연금의 요구 이후 삼성물산과 합병을 추진하는 제일모직은 6월 30일 기업설명회(IR)를 열어 주주권익위 신설, 배당성향 30%로 확대 등의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국민연금 외에 사학연금, 교직원공제회, 공무원연금 등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들은 제일모직 지분을 함께 보유한 경우가 많아 합병 찬성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이 밖에 3일 나올 것으로 알려진 ISS의 의견서도 엘리엇의 제외한 외국인 주주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중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cha@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5/07/01 14:29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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