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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유감 표명 '결단' 통해 남북관계 국면 전환 추진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북 심리전 맞서 '허장성세'…속내는 관계개선 돌파구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전면전도 불사할 듯 도발적 행보로 치닫던 북한이 나흘간의 판문접 접촉 끝에 마침내 유감 표명과 재발 방지 약속이라는 '결단'으로 합의 도출을 이뤄냈다.

남측의 대북 확성기 심리전 방송에 반발하며 포격 도발로 정세를 최고조로 악화시키더니 남북 고위 당국자 접촉을 먼저 제의하고 회담 전 과정에서 과거엔 찾아볼 수 없었던 인내심을 발휘하며 타결 의지를 드러냈다.

사실 이번 접촉은 그동안의 장관급 또는 실무자 회담과 달리 최고지도자를 대신한 고위급 정책 결정자들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남북 양쪽 모두 회담장을 박차고 나가기엔 정치·외교적 부담이 너무 큰 자리였다.

현재의 남북간 대립이 군사적 충돌을 동반하는 상황에서 섣불리 판을 깬다면 군사적 대결은 전면전을 우려할 정도로 더욱 격화될 뿐 아니라 그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남북간 접촉에 주도적으로 나서며 관계 개선을 위한 큰 틀의 합의 도출을 이뤄낸 것은 표면적으로 확성기 방송을 반드시 중단시키겠다는 의지가 그만큼 절실했음을 보여준다.

확성기 방송은 그 어느 지역보다 체제에 대한 충성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전방지역 군인과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데다 북한이 신성시하는 최고지도자와 지도부의 치부를 정조준한 심리전이라는 점에서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다.

북한이 군사도발로 한반도 정세를 한껏 긴장시키는 한편 물밑에서 고위 당국자 접촉 제의라는 '투 트랙' 전술을 편 것도 확성기 방송이 가져올 파장이 그만큼 부담스러워 '충격적이고 신속한 방식'으로 해결하려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밝은 표정의 남북대표단
밝은 표정의 남북대표단 (서울=연합뉴스) 우리측 대표인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북측 대표인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당 비서(왼쪽부터)가 25일 오전 판문점에서 '무박4일' 마라톤 협상 끝에 타결회의를 가지며 밝은 표정으로 대화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 김정은 제1위원장과 지도부 입장에서 가장 절박한 건 확성기 중단"이라며 "처음부터 이 사안을 '도발'과 '회담'이라는 '속성 요법'으로 해결하려는 노림수였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북한이 우리 정부가 요구하는 수준의 유감 표명과 재발 방지까지 전격 약속하는 대용단을 내린 것은 단순히 심리전 중단을 넘어 장기경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남북관계를 전면적이고 포괄적으로 개선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애초부터 군사당국자 접촉이 아닌 대남정책 결정의 수장인 김양건 대남담당 비서의 회동으로 제안한 것이나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의 회담 참석이라는 남측의 요구를 전격 수용한 데서 대화를 통한 해결 의지가 읽힌다.

북한 매체가 고위 당국자 접촉 소식을 전하면서 남측을 종전의 '남조선' 대신 '대한민국'이란 공식 국호로 호칭하며 '국가 대 국가'의 만남으로 상대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인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결국 북한이 이번 기회를 통해 남북관계를 풀고 나아가 전반적인 대외정세를 유리하게 가져가려는 속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남북관계 개선으로 경제협력을 활성화하고 이를 토대로 경제성장을 위한 외국자본 유치는 물론 국제사회와의 소통과 협력에 유리한 대외적 환경을 마련하려는 폭넓은 전략적 차원에서 이번 국면에 대응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한반도 정세를 일촉즉발의 극단적 상황으로 몰고감으로써 관련 강대국에도 강한 충격요법을 주는 부수적 효과도 노린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사실 북한이 말이 아닌 실질적인 군사행동으로 한반도의 긴장수위를 높였으나 미국이나 중국 등 관련국들은 제대로 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따라서 북한은 이번 국면에서 무력시위를 통해 미국과 중국의 대북정책 전환의 필요성을 나름 각인시켰다는 자평 아래 '추하지 않은 후퇴'를 선택한 것이라고 일부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북한 국방위원회는 지난 15일 "미국이 우리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포기한다면 우리 역시 그에 대응한 실천적 조치를 취하겠다"며 미국의 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이어 북한 외무성은 지난 21일 남북한 모두에 자제를 요청한 중국을 겨냥해 "지금에 와서 그 누구의 그 어떤 자제 타령도 더는 정세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없게 됐다"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출했다.

중국은 북한이 지난 2009년 5월 2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같은 해 7월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을 좌장으로 하는 중앙외사공작영도소조를 열어 북한의 지정학적 의미 등을 고려해 북한 문제에 지속 개입,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오바마 행정부와 시진핑 정부는 사실상 북한문제를 방치한 상황"이라며 "북한은 이번 남북간 긴장지수를 한껏 끌어올려 미국과 중국 정부가 취해온 무시전략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chsy@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5/08/25 02:4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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