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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폭락에 세계경제 흔들린다…산유국 정권교체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원유가격 하락이 멈추지 않으면서 원유판매 수입에 의지해 온 산유국들이 재정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 산유국 국민들의 생활도 어려워짐에 따라 정치 불안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 원유 수입국 입장에서 저유가는 환영할 일이지만, 산유국들이 각국에 투자했던 자금을 회수하면서 주가가 떨어지고 있다.

원유가격 급등이라는 오일쇼크와는 정반대인 '역오일쇼크'에 세계가 흔들리고 있다고 마이니치 신문이 21일 보도했다.

원유 매장량이 세계 1위인 남미 베네수엘라는, 통화가치 하락에 따른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좌파정권 존속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작년 12월 의회선거에서 여당이 패배, 여소야대로 정국지형이 불안해졌다.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이 지난 15일 발표한 인플레율(2015년1∼9월)은 무려 141.5%다. 불황에 의해 치안도 악화되고, 국민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AP=연합뉴스) 바레인의 사막지대 사키르 유전의 오일펌프가 가동하는 모습.

원유가격의 하락은 세계적인 공급 과잉이 원인이다. 기술혁신으로 지하 깊은 곳 셰일오일의 채굴이 가능해져 미국의 원유생산량이 급증했다. 반면, 중국이나 신흥국 경제의 부진은 수요 침체를 불렀다. 수요는 주는데 공급은 늘어나 가격을 끌어내리는 구조다. 여기에 지금까지 협조 감산으로 가격 마지노선을 유지해 온 중동 산유국이 점유율 경쟁에 나서면서 가격이 지지되지 않았다.

원유수입 저조로 중동 산유국 재정상황도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작년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5%까지 확대됐다. 작년말에는 2016년도 예산 세출을 14% 삭감한다고 발표하고, 전기나 연료의 가격 인상도 단행했다. 사우디 정부는 풍부한 오일머니를 보조금으로 뿌려 왕정체제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억제해 온 만큼, 원유수입 저조는 체제유지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쿠웨이트나 바레인도 잇따라 재정긴축 정책을 도입했다. 석유와 천연가스에 세입의 50%를 의존하는 러시아도 예산을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러시아 재무성은 각 부처에 10%의 세출 삭감안의 제시를 요구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정권의 핵심정책인 극동개발계획도 올해 예산을 40% 삭감하는 수정안이 발표될 정도다. 석유 등 대형 국영기업의 민영화를 통한 재정 확보도 검토되고 있다.

지난 16일(한국시간 17일)구미에 의한 경제제재가 해제된 이란은 원유의 생산과 수출 확대를 노리고 있지만, 원유가격 하락에 따라 석유수입 의존도를 낮추려 하고 있다. 다만 이란이 상정하는 배럴 당 40달러의 유가수준이 회복되지 않고, 최대의 수출처인 중국 경기둔화가 계속되면, 영향은 피할 수 없다.

저유가는 한국이나 일본, 유럽, 중국 등 수입국에게는 휘발유나 전기요금의 가격인하 등에 따라 가계나 기업의 부담을 절감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초래한다. 그러나 각국의 주식시장에서 "산유국에서 선진국에 투자된 거액의 오일머니가 대거 빠져나갈 수 있다"는 불안감 일색이어서 새해 이후 주가하락이 계속되고 있다.

저유가의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주가하락이나 에너지관련 기업의 실적 악화 등 부정적 측면이 부각되기 시작한 셈이다. 작년 7~9월에만 190억달러(약 22조8천억원)의 오일머니가 세계 각지에서 산유국으로 환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유국들이 국부펀드로 불리는 정부계 기금을 통해 선진국의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했지만, 자금부족 보충을 위해 자국으로 철수시킬 수밖에 없어서다.

게다가 미국, 영국 등에서는 에너지관련 기업의 사업 축소나 고용 삭감의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에서는 2000년대 후반부터 셰일혁명에 의해 석유업계가 급성장했지만, 원유가 급락에 의한 채산성 악화로 미국 전체의 원유·천연가스 굴착 장치가 격감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19일 "세계경제가 잘 적응하지 못하면 경제성장은 크게 좌절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taei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1/21 10:16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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