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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덴시트·첵시트…유럽연합 분열하나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정치·경제 공동체의 표본으로 꼽히던 유럽연합(EU)이 분열의 길목에 들어섰다.

영국의 EU 탈퇴를 뜻하는 '브렉시트'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가운데 덴마크, 체코 등도 줄줄이 탈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프랑스 파리 연쇄 테러와 독일 쾰른 성폭력 사건이 연달아 터지면서 유럽에서 이민자·난민에 대한 반감이 커졌고 EU 탈퇴 논의에도 기름을 부었다.

(EPA=연합뉴스)
(EPA=연합뉴스)

◇ 영국부터 덴마크·체코·프랑스까지 번지는 EU 탈퇴 움직임

현재 유럽연합 탈퇴 가능성이 가장 큰 국가는 영국이다.

영국은 오는 6월 23일 국민투표에서 EU 탈퇴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브렉시트를 놓고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보리스 존슨 런던 시장 등 유력 정치인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으며 일반 국민들도 찬반으로 양분되고 있다.

유고브(YouGov)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브렉시트 지지 응답이 38%, EU 잔류 지지 응답이 37%로 거의 비등했다.

금융서비스업 비중이 높은 영국은 줄곧 EU의 금융 감독 규제를 모두 수용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보였으며, 상대적으로 높은 EU 분담금에 대해서도 불만을 터뜨려왔다.

영국은 자체 화폐를 가지고 있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도 편입되지 않은 국가인데다 유럽 대륙과는 정체성이 다르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렸다는 점도 문제다.

브렉시트가 기정사실이 되면 다음 타자는 덴마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덴마크는 영국과 마찬가지로 유로존에 편입되지 않은 국가며, EU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민족주의 세력이 득세하는 체코에서도 '첵시트' 가능성이 불거지고 있다.

보후슬라프 소보트카 체코 총리는 "영국이 EU를 떠나면 체코에서도 수년 뒤 EU를 떠나는 문제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프랑스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리 르펜 대표가 줄기차게 EU 탈퇴를 주장해왔다.

특히, 지난해 파리 연쇄테러로 이민자에 대한 반감이 커진 틈을 타 이른바 '프렉시트' 목소리를 키웠다.

지난해 의회에서 유로존 탈퇴 청원이 제기된 핀란드와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보수정당이 집권한 폴란드도 EU 탈퇴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헝가리에 몰린 난민들(EPA=연합뉴스)
헝가리에 몰린 난민들(EPA=연합뉴스)

◇ '통합의 유럽, 어쩌다…' 이민자 문제가 민심 흔들어

회원국들이 하나둘씩 탈퇴 대열에 서면서 EU의 통합 정신이 흐려지고 있다.

영국, 덴마크, 프랑스 등 주요국은 물론 각국에 속한 지역들도 분열 분위기를 틈타 독립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독립 주민투표까지 시행했던 스코틀랜드는 EU 잔류를 원하고 있어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스코틀랜드의 독립 논의가 재점화할 수 있다.

오랜 기간 독립을 주장해 온 스페인 카탈루냐주(州)도 마찬가지다.

김위대 국제금융센터 유럽팀장은 "체코, 폴란드, 헝가리 경제는 독일에 종속돼 있어서 (탈퇴) 목소리는 낼 수 있지만 실제 행동에 옮기기는 어렵다"며 "오히려 스코틀랜드, 카탈루냐 등의 지역들은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자기들도 선례를 따라가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유럽이 조각나게 된 배경에는 난민 사태가 있다.

이미 서유럽 선진국을 중심으로 값싼 이민자 인력 때문에 실업률이 높다는 불만이 퍼져 있었다.

여기에 지난해 파리 연쇄 테러가 일어나고 최근 쾰른 성폭력 사건의 범인으로 난민들이 지목되면서 반(反) 이민자 정서에 불을 당겼다.

이민자에게 사회보장을 차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물론 역내 자유통행을 보장한 셍겐조약까지 제한해야 한다는 논의도 나왔다.

김위대 팀장은 "가장 큰 문제는 난민과 테러문제"라며 "브렉시트 가능성은 작다고 보지만 국민투표 직전에 난민 집단 범법 행위가 발생하거나 망명자가 테러에 가담하는 사건이 발생한다면 결과는 예측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EPA=연합뉴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EPA=연합뉴스)

◇ EU 탈퇴, 개별국에도 유럽에도 得 될 것 없다

브렉시트는 지난해 7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팽배했던 '그렉시트' 사태와도 비견되지만, 상황은 많이 다르다.

그리스는 2010년부터 구제금융과 체무불이행(디폴트)을 반복해 온 경제 천덕꾸러기였지만 영국은 EU의 핵심 금융기관들이 모두 몰려 있는 금융 중심지다.

이 때문에 브렉시트가 현실화된다면 EU에도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큰 타격이 될 전망이다.

EU로서는 영국을 비롯해서 여러 국가가 줄줄이 빠져나가면 테러와 난민 위기 등이 산적한 상황에서 위상을 상실하게 된다.

영국도 금융업체들이 빠져나가고 무역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이를 반영하듯 경제계에서도 브렉시트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베텔스만의 조사 결과 영국의 기업 임원 76%, 독일의 경우 83%가 영국의 잔류를 원한다고 답했다.

버진, UBM 등 영국 주요기업 경영진은 인디펜던트에 기고문을 싣고 EU 잔류를 강력히 권고하기도 했다.

독일 싱크탱크 베텔스만은 영국이 EU 탈퇴를 할 경우 2030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14%에 해당하는 3천130억 유로(약 427조 4천억원)를 잃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안병억 대구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브렉시트는 영국에 엄청난 손해"라며 "영국은 자유무역협정(FTA) 등 모든 것을 새로 협상해야 하고 금융기관들이 다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HSBC는 브렉시트가 발생할 경우 런던 본부 직원 5천명 가운데 1천명을 파리로 이동시킬 것이라고 공언했다. 골드만삭스도 이 같은 상황이 일어나면 사무소 몇 곳을 유럽 대륙으로 옮길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AP=연합뉴스)
(AP=연합뉴스)

heeva@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2/25 05:52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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