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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진은 원래 의사였다"…산넘고물건너 나온 '태양의 후예'

메르스로 한달 쉬고,송중기 부상으로 대고비…시간 벌어주러 '장사의 신 객주' 5회 연장
원안 탄생 5년만에 빛봐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유시진은 원래 특전사 대위가 아니라 의사였다.

그러니까 우리는 '하마터면' 이렇게 멋진 특전사 요원 송중기를 못 볼 뻔 했다는 얘기다.

KBS 2TV 수목극 '태양의 후예'가 시청률 30%를 넘어 고공행진하고 중국 대륙도 사로잡았지만, 이 드라마가 시청자를 만나기까지의 과정은 지난하고 힘겨웠다.

출발은 무려 5년 전이었다. 어떤 우여곡절들이 있었던 것일까.

◇ 2011년 극본공모 우수작…의사들의 이야기

'태양의 후예' 신드롬의 9할은 잘생기고 뛰어난 특전사 요원 유시진 대위에 있다. 물론 송중기가 연기하는 유시진 대위다.

그런데 애초 이 드라마의 원안에서 유시진은 의사였다. 군인이 아니었다.

'태양의 후예'의 원작은 2011년 대한민국스토리공모대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김원석 작가의 '국경없는 의사회'다.

실제로도 존재하는 '국경없는 의사회'는 말 그대로 국경과 인종, 종교 등을 뛰어넘어 전쟁과 재난의 현장에서 활약하는 국제 인도주의 의료 구호단체다.

1971년 프랑스 의사들과 의학 전문 언론인들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홈페이지에 따르면 "오직 의료적 필요에만 근거하여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지원한다"는 단체다.

영화 '짝패' '죽거나 혹은 나쁜거나'의 조연출을 했고, 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 공동연출을 맡은 뒤 '여왕의 교실'의 대본을 쓴 김원석 작가는 인도주의 정신으로 무장해 재난 현장에서 활약하는 의사들의 이야기를 무게감 있게 썼다.

하지만 상을 받았다고 드라마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2011년 상을 받은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드라마화의 길에 들어선 것은 그로부터 무려 3년 뒤인 2014년이다.

서우식 전 바른손 대표가 김원석 작가와 함께 개발하던 대본을 스타 작가 김은숙에게 모니터링을 요청하면서 오늘의 '태양의 후예'가 시작된다.

2013년 말 '상속자들'을 끝낸 김은숙 작가가 김원석 작가의 이야기에 흥미를 보이면서 원안에 멜로를 강화하는 게 어떻겠냐고 아이디어를 냈고 그 과정에서 남자 주인공 유시진은 의사에서 특전사 요원으로 변신했다.

◇ SBS 편성 거절…송혜교 먼저 캐스팅·송중기 합류

김은숙 작가가 공동 집필자로 참여하면서 변신에 들어간 '태양의 후예'는 기존의 재난 휴먼 드라마에 김 작가 특유의 달달한 로맨스가 가미되면서 원안과는 상당히 색깔이 달라졌다.

심지어 이번에는 판타지가 아닌 줄 알았더니, 김은숙 작가는 이번에도 로맨스에 판타지라는 양념을 한껏 쳐서 뒤로 갈수록 '재난 휴먼'이라는 설명이 무색할 정도로 공중 부양한 드라마가 됐다.

하지만 바로 그러한 김은숙 작가의 손맛이 지금 '유시진 대위 신드롬'과 '송송커플 신드롬'을 탄생시킨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천하의 김은숙 작가도 처음으로 굴욕을 맛봤다. 배우가 캐스팅 되기 전이긴 하지만, 평소 서로 잡겠다는 김은숙 작가의 대본을 SBS가 거절한 것이다.

SBS는 김은숙 작가가 가져온 130억짜리 재난 휴먼 블록버스터를 보고 고민 끝에 "잘하는 로맨스에 집중하는 게 어떻겠냐"며 편성을 거절했다.

그렇게 해서 '태양의 후예' 기획은 2014년 가을께 KBS 드라마국으로 넘어왔다. KBS 인력이 달라붙어 캐스팅 작업을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송혜교가 먼저 OK를 했다. 그게 2015년 1월쯤이다.

KBS는 2015년 2월 편성을 결정했고, 이후 제대를 앞둔 송중기를 캐스팅했다.

시청률 늪에 빠져있던 KBS는 송혜교-송중기 커플이 확정되자 '태양의 후예'를 2015년 하반기에 편성하기 위해 드라이브를 걸었다. 하지만 송중기가 5월말 제대하고, 해외 촬영도 해야하며 중국 심의도 통과해야하는 스케줄을 소화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메르스·그리스 비·송중기 부상 등 이어져

송중기가 지난해 5월26일 제대하자 이틀 뒤 여의도 KBS별관에서는 '태양의 후예'의 첫 대본 연습이 펼쳐졌다.

하지만 그 직전인 5월20일 국내에서 첫번째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고 이후 한동안 '메르스 공포'가 온사회를 휩쓸면서 '태양의 후예'도 영향을 받았다.

제작진은 "메르스도 한달여 촬영을 쉬어야했다"고 털어놓았다.

9월말 출발해 10월 한달간 머물렀던 그리스에서는 비가 연일 이어져 고생했다.

제작진은 "그 당시가 우기가 시작되는 시점이라고 해 비를 예상하기는 했지만 이틀 연속 내리고 하니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또 강풍도 겹쳐서 본의아니게 촬영을 쉬어야하는 날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다행히 그리스 촬영 스케줄을 좀 여유있게 잡고 간 덕분에 정해진 귀국 날짜에는 맞춰서 돌아올 수 있었다. 비용도 그렇고 전체 제작 스케줄 상 그리스에서 귀국하는 날짜를 지키는 게 굉장히 중요했는데 그건 맞출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액션과 재난 신에서 고난도 촬영이 요구된 것도 제작 일정을 연장시켰다. 그 과정에서 애초 120억으로 잡았던 제작비도 10억이 추가됐다.

가장 큰 고비는 11월23일 송중기의 부상. 액션장면을 촬영하다 오른쪽 팔목이 골절되고 오른쪽 다리 무릎 뒤쪽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중상을 입으면서 촬영이 불가능한 상황에 몰린 것.

중국과의 동시방송을 위해서는 더이상 제작이 연기돼서는 안되는 시점에서 발생한 송중기의 부상은 '태양의 후예' 최대의 고비였다. 송중기는 팔목도 문제였지만 걷기가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열흘 정도 쉰 뒤 송중기는 불굴의 의지로 촬영장에 복귀했고 연출진은 카메라 각도 조절과 액션 난이도 조절 등을 통해 12월29일 촬영을 마쳤다.

그 사이 KBS는 '장사의 신 객주'를 5회 연장해서 '태양의 후예'의 방송 시간을 좀더 벌어줬다.

그렇게 해서 마침내 지난 2월24일 '태양의 후예'는 한중 동시 방송을 할 수 있게 됐고, '해를 품은 달' 이후 4년 만에 시청률 30%를 넘어선 미니시리즈 드라마가 됐다.

pretty@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3/27 09:5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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