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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치는 중남미> ①'벼랑 끝' 베네수엘라…"주유하러 차 500대 긴 줄"

"저유가 직격탄에 경제 '휘청'…외환·가격 통제로 생필품 품귀 현상
고유가 시절 복지 고수로 재정 부실…"美·기득권이 벌인 경제전쟁 희생양" 시각도

<※편집자주 = 중남미가 경제난과 좌파 정권의 붕괴 도미노로 요동치고 있습니다. 브라질과 베네수엘라는 대통령 탄핵과 국민소환 투표를 놓고 정국 혼란이 가중되고, 아르헨티나에는 12년 만에 우파정권이 들어섰습니다. 원유 가격 하락에 따른 경제난으로 벼랑끝에 몰린 베네수엘라의 위기 상황을 진단하고, 중남미 좌파 정권의 퇴조 경향, 중남미 정치지형 변화 양상과 전망 등을 3꼭지로 나눠 짚어봅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기름을 넣기 위해 새벽 4시부터 자신의 포드 차량에 앉아 있는 벤후메아(74) 씨는 이미 신문을 두 번 읽고, 줄을 서러 오기 전에 샀던 오렌지 음료를 다 마셨다.

그는 이마에 맺힌 땀을 훔치며 "여기서 매일 반나절을 보낸다. 오늘은 두 시간 째 줄을 서고 있다. 방금 급유차 한 대가 들어왔는데 탱크를 채울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불평했다.

BBC문도는 지난 50년간 세계 석유산업의 중심지였던 베네수엘라 제2 도시 마라카이보 시에서조차 주유하려고 긴 줄을 서야 하는 한 시민의 일상을 최근 소개했다.

한때 '오일 머니'로 중남미 좌파 국가들을 호령하던 베네수엘라가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중남미언론은 세계 최악의 물가상승률 고공행진 탓에 베네수엘라 국민이 각종 생필품과 의약품 부족으로 혹독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으며 생계형 범죄와 시위가 끊이질 않고 있다고 연일 전하고 있다.

텅빈 진열대[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위기의 일차적인 원인은 2014년 6월 대비 60%나 추락한 석유 가격 때문이다.

석유는 베네수엘라 수출 소득의 96%를 차지하고 예산의 절반을 충당할 만큼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2014년까지 계속된 고유가 시대에 석유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외화로 국내 경제를 지탱해왔다.

그러나 2014년 4월부터 2016년 1월 사이에 유가는 배럴당 108달러에서 30달러로 거의 75%가량 떨어졌다.

고유가 시절에는 벌어들인 막대한 외환으로 부족한 물자를 수입해 메울 수 있었으나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기존의 경제구조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저유가 직격탄에 더해 정부의 외환 및 가격 통제는 경제위기를 부채질했다.

베네수엘라 좌파 정권은 기존 산업자본을 규제하고 이를 국영기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엄격한 외환통제 정책과 물가안정을 위한 가격 통제 정책을 도입했다.

최근에는 석유로 벌어들이는 외화수입이 줄어들자 가장 시급한 식료품과 의약품을 공식환율(달러당 10볼리바르)로 수입해 저가로 시중에 판매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또 공정 가격법을 시행해 청소용품, 개인위생용품, 식품 등 50여 개 생필품의 소비자 판매가격을 통제하고 있다.

이런 정책 때문에 민간분야의 투자의욕이 떨어져 생필품 등을 생산하는 내수 산업기반이 대부분 붕괴 직전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2006년부터 2014년 사이에 베네수엘라의 민간기업은 20%나 감소했다.

니콜라스 마두로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2013년 이후 10개 이상의 미국계 기업이 경제위기에 대비해 베네수엘라에서 철수하거나 생산을 대폭 줄였다.

최근에는 코카콜라사가 설탕 부족으로 생산을 중단하고 타이어 제조회사인 브리지스톤은 현지 투자자에게 자산을 매각하기로 했다. 제지업체인 킴벌리 클락은 베네수엘라 공장의 생산량을 90% 감축했다.

여기에 정부 공식환율로 수입된 제품을 다시 인근 국가로 밀수출해 공식환율과 암시장환율 간의 가격 차에 따른 이득을 노린 사재기도 극성을 부려 의약품과 생필품, 휘발유 등의 부족 현상을 심화시켰다.

베네수엘라 석유역사 학자인 카를로스 메디나는 "베네수엘라의 휘발유 가격은 콜롬비아나 브라질보다 수백 배 저렴하므로 휘발유 밀수출은 마약밀매보다 수익성이 더 좋은 사업"이라고 말했다.

극심한 식량난을 겪는 베네수엘라서 항의 시위[AP=연합뉴스 자료사진]

고유가 시절의 무상복지를 유지한 점도 현재 베네수엘라가 처한 위기의 또 다른 요인으로 거론된다.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은 1999년 대통령 취임 후 2013년 암으로 사망할 때까지 석유로 벌어들인 재원의 상당 부분을 16년간 빈민층에게 무상교육·의료와 저가 주택을 제공하는 데 썼다.

이런 복지정책은 차베스 전 대통령이 취한 대중영합적 좌파 노선을 뜻하는 '차비스모'(Chavismo)의 후계자를 자처하는 마두로 대통령까지 이어졌다.

결과는 양면적이다.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20% 수준으로 불었지만, 빈곤율은 1998년 49%에서 2012년에 최저치인 25%로 떨어졌다.

미래에 대비한 투자 유도와 균형재정을 소홀히 하고 석유 수출 소득을 부실하게 관리한 탓에 비상시를 대비한 석유 대책기금에 남은 돈도 300만 달러에 불과하다.

경제난이 심해지자 작년 말 총선에서 압승한 야권은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국민소환 투표를 추진하고 나섰다.

마두로 대통령은 경제위기의 원인을 '제국주의의 음모'라고 규정하고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정국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베네수엘라 대통령, 기자회견서 미국 비난[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일각선 베네수엘라가 미국과 국내 우익 기득권층이 주도한 '경제전쟁'의 희생양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미국 대안매체 카운터펀치는 최근 "미국이 칠레의 사회주의자 살바도르 아옌데 정권을 전복한 것처럼 베네수엘라 우익 야권, 기득권층과 손잡고 경제난을 조장하고 있다"면서 "서방언론을 비롯한 아무도 베네수엘라에서 우파 엘리트가 수입 상품의 공급과 배분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핵심사실을 논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penpia21@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6/06 09:3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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