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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 나점수 "예술은 붙들 수 없는 것을 붙드는 행위"

김종영미술관 선정 '오늘의 작가'… 내달 24일까지 전시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표면에 깊이가 있을까요. 어쩌면 표면에 깊이란 말이 안 되는 표현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표면을 들여다보는 시간 그 자체에는 깊이가 있다고 봅니다."

김종영미술관이 선정한 '오늘의 작가'인 조각가 나점수(47) 씨는 22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소재 미술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시작을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나 작가는 나무와 흙을 주요 소재로 쓴 작품 30여점을 이번 전시에 선보인다.

그의 작품은 전체적으로 상업성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국내외 조각계의 유행이나 화려한 이미지 대신 톱질과 끌질로 마무리해 표면이 거칠거칠한 나무나 흙과 톱밥을 섞은 재료를 활용한 작품은 자연 그대로의 형태에 가깝다.

작품 상당수는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의미도 한눈에 파악되지 않는다. 나무 조각을 서로 기대어놓거나 쌓아올린 듯한 형태가 있는가 하면 흙덩어리로 만든 구조물도 있다. 바닥에 뉘어 놓은 나무판자 옆으로는 흙이나 톱밥이 뿌려져 있다.

그러나 시간을 두고 그의 작품을 보고 있자면 전시 제목처럼 표면 그 뒷편에 숨겨진 깊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각 작품을 보면 어느 하나 매끄러운 표면이 없다. 거친 표면을 살리기 위해 수천, 수만번의 톱질과 끌질을 반복한다는 작가는 "타고난 천성"에서 고된 작업을 계속하는 이유를 찾았다.

미술시간에 초상화를 그리면서 머리카락 한올 한올을 다 표현하다가 시간 안에 작품을 못마쳤던 어린시절처럼 지금도 이런 디테일에 집착한다는 것이다.

작가는 "3만5천번 끌질을 하면 나무에서 3만5천개의 서로 다른 조각이 생긴다"면서 "서로 다른 조각을 통해 인간의 희로애락애오욕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나무 흙과 지푸라기를 마구잡이로 섞은 듯한 흙덩어리도 마찬가지다. 높은 나무 좌대 위에 얹어놓은 흙덩어리는 완전히 건조된 상태라고 작가는 강조했다.

작가는 "제대로 마른 흙덩어리를 물에 집어넣으면 흔적도 없이 풀어지지만 덜 마른 것은 물에 닿으면 덩어리진다"면서 "마치 속까지 목마른 사람들을 보는 듯 하다"고 작품의 숨은 뜻을 설명했다.

좌대에도 의미가 있다. 그의 작품에는 다리가 3개인 삼족으로 된 구조물이 자주 등장한다. 뜻밖에 다리가 3개이면 4개일 때보다 균형 잡기가 편하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카메라 삼각대와 마찬가지 원리다.

작가는 이 삼족 구조물이 인류의 어떠한 선험적 형태와 구조에 관한 감각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했다.

전시작 중 하이라이트는 인체 모양의 입상과 바닥에 놓인 주먹 크기의 석탄을 기다란 나무 조각으로 연결한 구조물이다.

대다수 관객이 눈치 채지 못하고 지나치지만 이 입상에는 모터장치가 달려있어 석탄을 아주 느린 속도로 앞으로 끌어당겼다가 뒤로 밀어내기를 반복한다.

석탄은 약 10㎝ 길이를 움직이며 바닥에 깔린 종이에 검은색 흔적을 남긴다.

작가는 "석탄이 만들어지려면 3억년이 걸린다고 한다. 저렇게 석탄이 움직이면서 3억년의 단층이 하나씩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작가는 이어 "관객 상당수는 서둘러 보고 나가니 이 석탄이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하지만 이를 알아차린 관객들은 정지된 줄 알았던 물체의 움직임을 통해 시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예술의 길'을 "붙들 수 없는 것을 붙드는 행위"라고 정의하는 작가의 작품 의도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작품인 셈이다.

미술관 관계자는 "속도에 정신이 빼앗긴 이 사회에서 방향을 찾는 작업을 선보이는 작가"라고 소개했다.

김종영미술관은 일생을 미술교육에 헌신한 고(故) 김종영 선생의 뜻을 기리고자 2004년부터 매년 장래가 촉망되는 작가를 '오늘의 작가'로 선정하고 전시 기회를 제공한다.

전시는 7월 24일까지. 문의 ☎ 02-3217-6484

lucid@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6/22 16:42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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