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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헌판단 70년간 20건…일본은 왜 헌법 재판을 피하나

신간 '이즈미 도쿠지, 일본 최고재판소를 말하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현재의 일본 헌법은 종전 직후인 1946년 11월 3일에 공포돼 70주년을 맞았다. 제9조에 '국제 평화를 성실하게 희구하며, 국권의 발동인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행사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는 영구히 포기한다'고 명시돼 있는 이른바 '평화헌법'이다.

신간 '이즈미 도쿠지, 일본 최고재판소를 말하다'는 70년간 유지돼 온 일본 헌법과 사법 체계를 비판적 시선으로 살펴본 책이다.

저자인 이즈미 도쿠지(泉德治)는 1963년 도쿄 지방재판소 판사보를 시작으로 최고재판소 사무총장, 도쿄 고등재판소 장관 등을 거쳐 2002년 11월부터 6년 3개월간 최고재판소 재판관으로 일한 법조인이다. 그는 정통 법관 출신이면서도 최고재판소 재판관 시절 적극적으로 소수 의견을 낸 것으로 유명하다.

일본 최고재판소. [연합뉴스 자료사진]

일본에서는 최고재판소가 우리나라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역할을 모두 수행한다. 민·형사 재판의 최고심으로서 위헌판단까지 맡는다. 재판관 15명이 한국 판사와 마찬가지로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다 보니 민·형사 재판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일본 최고재판소는 70년간 헌법 재판에서 위헌으로 판결·결정한 사례가 20건에 불과해 기본권 보장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더군다나 정신적 자유나 표현의 자유에 관한 위헌판단은 거의 없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재판소는 헌법 규정의 취지를 파고들어 기본권이 실효성 있게 보장되도록 해야 하지만, 그동안은 글자대로만 헌법 규정을 해석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입법부와 행정부의 재량권을 판단할 때도 일관성이 없고 지나치게 신중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10여 년 전 있었던 두 가지 판결을 예로 든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2005년 외국에 거주하는 국민의 선거권을 인정하지 않는 법률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면서 "국민의 선거권이나 그 행사를 제한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로부터 1년 뒤인 2006년에는 인구 차이가 최대 5.13배에 이르는 참의원(상원) 선거구의 배분 규정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최고재판소는 "투표가치의 평등이 유일하고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라며 "국회가 정한 구체적 내용이 합리적인 재량권 행사로 인정된다면 투표가치의 평등이 손상되더라도 헌법을 위반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당시 선거권과 관련된 판결에서 이렇게 상반된 결론이 난 데 대해 저자는 "판단의 영향이 한정적이면 적극적으로 위헌판단을 내리지만, 영향이 전국적이면 갑자기 겸손한 태도를 보인다"고 비판하면서 위헌 심사 기준을 구축하지 않은 점이 일본 최고재판소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진단한다.

저자는 이처럼 기계적이고 소극적으로 헌법을 해석하다 보면 헌법의 진정한 목적인 인권 보장은 오히려 멀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본 최고재판소의 문제점을 분석한 그는 유럽의 헌법재판소, 미국 연방대법원, 한국 헌법재판소 등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들여다보고 일본에서 더 많은 위헌판단을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옹호하는 것은 재판소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하면서 "헌법에 보장된 사회적 소수자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국민주권과 기본권이라는 두 바퀴를 가진 일본 사회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말한다.

궁리. 이범준 옮김. 424쪽. 2만5천원.

psh59@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11/02 16:1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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