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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이 된 전원일기'…장애인 착취·보조금 횡령·살인까지

각박해지는 사회 현상과 맞물려 농심도 변화

(전국종합=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 흔히 농촌을 떠올릴 때면 낮에 논밭에 나가 열심히 일하고 저녁에는 오순도순 모여 텔레비전을 보거나 이야기꽃을 피우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장면을 연상한다.

점차 세상이 각박해지면서 이런 농심을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이 됐다.

일부 농민은 장기간 장애인을 착취하는가 하면 보조금 횡령, 살인까지 하면서 시골 공동체의 모습은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 '잊을 만하면' 지적장애인 착취

충북 충주시는 지난 14일 지적장애인들에게 숙식만 제공한 채 농사일을 시키고 이들로부터 수천만원을 빌린 뒤 갚지 않은 농가 2곳을 적발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들이 지적장애 1급과 3급인 장애인을 5∼10년 이상 농사일에 부려 먹으며 제공한 대가는 식사와 잠자리가 전부였다.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은 것은 물론 장애인들이 한 푼 두 푼 모아둔 장애 수당과 생계·주거 급여 등에서 4천만원가량을 빌리고 돌려주지 않았다.

충주에서 장애인 노동력 착취가 적발된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18일 지적장애인에게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고 막노동을 시키고, 그에게 지급되는 장애인 수당 등을 챙긴 혐의(준사기)로 마을 이장 A(58)씨가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A씨는 2004년부터 최근까지 13년에 걸쳐 지적장애인 B씨에게 1년에 100만∼240만원의 임금만 주고 방울토마토 재배 하우스에서 일을 시켰다. 그는 이웃에 홀로 사는 동네 후배 B씨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보살펴 주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전북 김제에서도 13년간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고 70대 지적장애인을 부려 먹은 혐의(장애인복지법 위반)로 식당주인 조모(64)씨가 불구속 입건됐다. 조씨도 "갈 곳 없는 노인을 거둬서 부양했을 뿐"이라며 좀처럼 혐의를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보조금 횡령 근절방안 토론회 [연합뉴스 자료사진]
보조금 횡령 근절방안 토론회 [연합뉴스 자료사진]

◇ 보조금은 '눈먼 돈'…보조금 횡령

농가 소득향상을 위한 각종 농업 보조금이 '눈먼 돈'으로 불린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근절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대전지검 서산지청은 지난달 말 충남 서산·홍성·태안 일원 천수만을 막아 조성한 간척지에서 영농조합을 운영하며 비리를 저지른 조합장 등 15명을 기소했다.

구속기소 된 모 영농조합 조합장 C(55)씨는 2014년 3월부터 다른 영농조합과의 분쟁으로 농지를 임대할 권한이 없는데도 농지를 임대하겠다고 속여 피해자들로부터 1억5천98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 등을 받고 있다.

이 조합 대표이사 D(60)씨는 2011년 7월부터 11월까지 농민들에게 받아 보관하던 임대료 5억8천900만원을 불법 경마대금 등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업무상 횡령)로 구속기소 됐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국가보조금인 농업소득 직접지불금을 받을 자격이 없는데 1억3천만원 상당을 받아 챙긴 농민 6명을 적발, 이 가운데 한 명을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광주지검 목포지청도 지난 7월 갯지렁이 양식장 신설을 위한 국고보조금 신청자격과 공사 서류를 조작해 수억원을 가로챈 혐의(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최모(50)씨를 구속했다.

지난 5월에는 천일염 산업 육성 보조금 수천만원을 가로챈 대한염업조합 전 이사장 등이 경찰에 구속되는 등 보조금 관련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 "민원 해결 안 해준다" 이장 살해·돈 뜯으려 무고

전주지법 제1형사부는 이달 초 자신의 민원을 신경 써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마을 이장을 살해한 혐의(살인)로 기소된 농민 강모(43)씨에게 징역 9년을 선고했다.

강씨는 지난 6월 13일 오후 11시 30분께 전북 완주군의 한 치킨집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마을 이장 E(51)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강씨는 "신축한 농산물 저온창고에 대한 민원을 해결해주지 않는다"며 말다툼을 벌이다 E씨가 던진 뚝배기에 머리를 맞자 홧김에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시골 마을에 사는 F씨는 2012년 목돈이 필요하자 이웃을 상대로 상습적으로 고소해 합의금을 받아내려다 쇠고랑을 찼다.

그는 2012년부터 올해까지 이웃과 식당주인 등 41명을 상대로 "볏짚을 훔쳐갔다.", "경운기를 파손했다" 등의 갖가지 이유를 들어 고소장을 냈다. F씨는 또 거액의 민사소송을 제기해 주민들에게 막대한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줬다.

검찰은 주민 진술 등을 토대로 무고 사실을 밝혀냈고 결국 F씨는 구속기소 됐다.

이처럼 현재 농촌은 공동운명체와 상호부조의 일체감이 사라진 지 오래다. 주민들끼리도 각종 이해관계에 얽혀 갈등을 빚는 게 예사다.

이런 현상에 대해 한 농민은 "요즘 농촌에는 가뜩이나 개발에서 소외됐다는 피해의식에다 자신만 손해를 볼 수 없다는 기류가 흘러 농심이 예전만 못하다"며 "점차 각박해지는 사회 현상 때문에 이젠 전원일기 같은 훈훈한 농심을 기대하기는 무리"라고 말했다.

sollenso@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11/30 11:22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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