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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예산안 처리시한 또 어기나

(서울=연합뉴스) 국회가 사상 최대 규모인 400조 원대의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해야 하는 법정 시한(12월 2일)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시한 내 처리 전망이 불투명하다. 탄핵 정국으로 인해 예산안 심사가 뒷전으로 밀린 데다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과 증세 등 현안에 관해 여야의 양보 없는 대치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은 누리과정 예산의 중앙정부 부담을 관철하겠다며 잔뜩 벼르고 있지만, 정부·여당은 '최순실 파문'으로 휘청거리면서도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야당은 복지예산 확보 및 재정 건전성 악화 방지를 이유로 법인세와 소득세 등을 인상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정부와 여당은 글로벌 경제 추세의 역행 등을 이유로 원칙적인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는 30일 국회에서 회담을 열어 예산안의 법정 시한 내 처리 원칙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는 마지막 공식 회의날인 이날까지도 법인세·소득세율 인상, 누리과정 예산 부담을 둘러싸고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여야는 조세소위가 끝나도 각 당 지도부, 정책위원회 의장들끼리 물밑 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그러나 여야 의견이 끝내 평행선을 달리면 12월 1일 본회의에 정부 예산안이 자동 부의된다. 현재의 여소야대 국면을 감안할 때 정부안이 그대로 통과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봐야 한다. 자동 부의된 예산안마저 부결되면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을 넘기게 될 것이 분명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여야가 남은 한 달간 예산안에 관해 합의를 보지 못한 채 해를 넘겨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가 초래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흘러나온다.

1987년 개헌 이후 지난해까지 28년간 예산안이 법정 기한 안에 처리된 것은 7차례에 불과할 정도로 국회는 예산안 심사에 성실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 왔다. 법정 시한에 임박하거나 시한을 넘겨 서둘러 예산을 처리하다 보니 꼼꼼한 예산 심의가 이뤄지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이 와중에 유력 의원의 지역구 민원 예산 등을 슬쩍 끼워 넣는 이른바 '쪽지예산'의 관행도 문제로 지적돼 왔다. 쪽지예산의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가 논란이 되면서 국회는 상임위와 예결위에서 구두 질의와 서면 질의를 통해서만 증액을 심사하기로 하는 등 대책을 시행 중이다. 그러나 주된 논의가 여야 3당 간사 중심으로 비공개리에 이뤄지다 보니 과거와 같은 '예산 나눠 먹기'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뜩이나 경제 사정이 어려운 터에 예산안마저 제때 통과되지 못해 재정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국민의 피와 땀이나 다름없는 소중한 세금이 한 푼이라도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예산안을 꼼꼼히 심사하는 것은 국회의 가장 중요한 책무다. 탄핵 정국이 아무리 엄중하다고 해도 이러한 국회 본연의 책무를 소홀히 할 구실은 되지 못한다. 법이 정한 시한을 준수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20대 국회가 출범 후 첫 예산안 심사부터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11/30 16: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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