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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원초적 어로생활 제주해녀문화, 인류 자산으로 '우뚝'

자연과 공존하는 지속가능 어업·공동체 가치, 국제사회가 인정
'해녀 헌장' 제정·'해녀의 날' 지정…세계중요농업유산도 추진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제주해녀문화가 1일 유네스코(UNESCO)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제주해녀문화가 인류문화로서의 보편적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국제사회가 인정한 것이다.

해산물 채취하는 해녀
해산물 채취하는 해녀 (서귀포=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 어촌계 해녀가 쇠소깍 앞바다에서 해산물을 채취하고 있다. 2016.11.30
jihopark@yna.co.kr

여성들이 인류의 원초적 어로법을 지속하며 스스로 자신들의 권리를 증진하고, 바다에서의 안전과 풍어를 위한 전통적 신앙을 전승하며, '어촌계' 또는 '해녀회'라는 공동체를 통해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제주해녀문화가 인류의 자산임을 인증받은 셈이다.

유네스코는 해녀들이 원초적 어업 활동을 통해 얻은 금전적 수익으로 가계에 기여함으로써 여성의 권리를 증진한다고 치켜세웠다.

생태적으로 바람직한 제주 해녀의 잠수(물질) 기술과 책임감이 선배에서 후배 해녀로 전해지며, 선배 해녀들이 어촌계를 이끌며 전통을 유지하는 점에도 좋은 점수를 줬다. 공동 작업을 통해 얻은 이익으로 자체 사업을 진행하는 자금을 마련하는 등 마을의 사회적 응집력과 문화적 지속성을 촉진하는 활동을 벌이는 부분도 높이 샀다.

무형유산으로서의 여성의 일이 갖는 중요성에 대한 세계적인 인식을 제고하고, 해녀 공동체 및 유사한 관습을 보유한 다른 공동체 사이의 문화 간 대화를 장려할 것으로 전망했다. 제주해녀문화는 풍부한 예술적 영감의 원천으로서 시와 소설, 드라마, 영화,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인기 있는 소재로서 인간의 창의성을 자극할 것으로도 기대했다.

'나는 해녀, 바당의 딸'
'나는 해녀, 바당의 딸'(서울=연합뉴스)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신세계스퀘어 무대에서 제주해녀 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기원하며 제주특별자치도가 주최하고 제주관광공사가 주관한 '나는 해녀, 바당의 딸' 행사가 진행됐다.
이번 행사의 대미를 장식한 야외공연은 제주 하도리 어촌계 소속 해녀들로 구성된 '해녀합창단'을 비롯해 가수 강산에, 나눔합창단 '오!싱어즈', 크로스오버 뮤지션 양방언 등이 출연해 화려하게 펼쳐졌다. 사진은 뮤지션 양방언 밴드와 제주 해녀합창단이 '해녀의 노래' 리허설을 하는 모습. 2016.9.9 [제주관광공사 제공=연합뉴스]
photo@yna.co.kr

◇ 해녀문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까지

이번 성과는 제주도 내 100개의 어촌계 및 해녀회의 모든 해녀, 해녀 연구가 등 전문가, 도민의 적극적인 의지,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치밀한 계획,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가 결집한 결과다.

해녀와 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요구했다. 도는 2011년 12월 '제주해녀문화 보존 및 전승위원회'를 구성하고, '해녀문화 세계화 5개년 계획'도 수립했다. 문화재청에는 2015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신청 종목으로 선정해달라고 요구했다.

문화재청은 2013년 12월 제주해녀문화를 신청 종목으로 선정하고, 이듬해 3월 유네스코에 등재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후 2년간 등재 신청서를 보완하고, 추가 자료도 작성해 보냈다. 유네스코 심사기구는 지난 6월 등재 신청서를 심사해 최종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했으며, 지난 10월 제주해녀문화에 대한 등재권고 의견을 제시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최종 등재 결정이 내려졌다. 공식적으로 등재를 추진한 지 5년여 만의 쾌거다.

해녀들은 이제 비로소 세계가 인정한 인류무형문화유산이라는 자긍심을 갖게 됐다.

조선 시대 해녀는 가장 고통스러웠던 여섯 가지 천역(賤役)인 6고역(六苦役) 중 잠녀역(潛女役)이었다. 조선 인조 7년에 제주도에서 인구 대탈출을 막기 위한 출륙금지령이 내려지고 남자들의 몫이었던 전복잡이 포작역(鮑作役)까지 떠안아야 했다. 포작역도 6고역의 하나다.

해녀들은 이처럼 오랫동안 천대를 받았음에도 그 슬픈 역사를 떨쳐내고 일제의 식민지 수탈 정책에 거세게 저항해 민족적 자존감을 드높였다.

해녀항일운동은 1931∼1932년 2년여 동안 현 제주시 구좌읍과 우도면, 서귀포시 성산읍 지역 해녀들이 일제의 식민지 경제수탈정책에 항거하기 위해 벌인 국내 최대 여성 항일운동으로 연인원 1만7천여 명이 참가해 총 238회의 시위를 벌였다.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계기로 질곡의 역사에 굴하지 않고 살아온 해녀들의 의지와 강인한 저항정신도 함께 길이 빛날 것으로 기대된다.

제주해녀 1950년대 물질작업 재현.
제주해녀 1950년대 물질작업 재현.문화관광부 지정 `우리 문화.역사마을'인 제주도 서귀포시 법환동의 해녀들이 10일 오전 1950년대 해녀 복장을 한 채 해산물 채취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김호천/문화/사회/지방/
2004.8.10. (제주=연합뉴스)
khc@yna.co.kr <저작권자 ⓒ 2004 연 합 뉴 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발등의 불' 해녀 수 감소, 대안은

앞으로 지방정부와 중앙정부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해녀의 고령화와 그에 따른 해녀 수 감소가 가장 큰 문제다. 작년 말 기준으로 현직 해녀는 4천377명이다. 해녀 수는 1970년 1만4천143명에서 40년 만인 2010년 4천995명으로 64.7%나 줄었다.

최근 5년 동안에도 해녀는 매년 줄어 지난해까지 504명이나 감소했다. 반면 새로 가입한 해녀는 2011년 19명, 2012년 14명, 2013년 14명, 2014년 29명, 2015년 13명으로 고작 89명에 불과했다.

현직 해녀는 70∼79세가 1천853명(42.4%)으로 가장 많다. 60∼69세 1천411명(32.2%), 80세 이상 487명(11.1%)이다. 60세 이상이 무려 85.7%를 차지한다. 50∼59세는 563명(12.9%), 40∼49세는 53명(1.2%), 30∼39세는 10명(0.2%)이다.

해녀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은 노령화로 인한 사망과 작업 중 사망이지만 가장 큰 요인은 해녀 물질이 아주 힘든 반면 소득이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이다. 옛날 해녀들은 물질로 자녀들을 대학까지 보냈지만, 지금은 물질만으로는 살림살이도 벅차다. 순수하게 물질로 벌어들인 지난해 해녀 1인당 평균 소득은 553만 원에 불과하다.

매년 물질을 하다가 사망하는 해녀가 10∼12명이다. 대부분 노령 해녀다. 노령 해녀들을 위해 얕은 바다를 '할망바당'으로 설정해 그곳에서만 물질하도록 하고 있으나 사고는 해마다 끊이지 않는다.

신규 해녀를 양성해 해녀 수 감소 속도를 늦출 수 있지만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다. 2007년 11월 제주시 한림읍 귀덕2리에 한수풀해녀학교가 개교하고 나서 현재까지 5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지난해 5월에는 서귀포시 법환마을 해녀학교도 개교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해녀가 된 해녀학교 졸업생은 20여 명뿐이다.

어촌계마다 사정이 다른 이유가 있기도 하지만, 어촌마을로 들어가 물질을 하려고 해도 집을 구하지 못하는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이 신규 해녀의 진입을 막고 있다.

임명호 한수풀해녀학교 초대 교장은 "현재 해녀들이 하루 평균 4시간 정도 물질을 하는 데 2시간만 하도록 줄이고 나머지 2시간에 대해 현금으로 지원하면 안전사고도 줄이고 신규 해녀의 진입도 활성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녀의 얼굴 사진과 경력 등이 들어 있는 기념패를 제작해 나눠주고, 60년 이상 물질한 해녀를 기리는 '해녀 명예의 전당'을 세워 관광 자원화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제주 해녀축제 보러 오세요'
'제주 해녀축제 보러 오세요'(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24일 오전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해녀박물관에서 열린 '제9회 해녀축제'에서 해녀들이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2016.9.24
jihopark@yna.co.kr

◇ '해녀 헌장' 제정, '해녀의 날'·국가 무형문화재 지정 추진

제주도는 유네스코 등재를 기념해 내달 한 달 동안 제주해녀박물관을 무료로 개방한다. 동양 최대 수족관을 갖춘 제주해양과학관 아쿠아플라넷 제주는 도내 모든 해녀에 대해 무료 관람을 허용하고 동반자 1인의 관람료를 50% 할인한다.

내달 2일에는 특집 다큐멘터리 KBS스페셜 '제주해녀문화'를 방영한다. 14일 오후 5시에는 유네스코 등재 선포식과 축하공연을 한다. 이 자리에서는 '해녀 헌장'을 제정 낭독한다. 같은 달 19일에는 제주도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제주해녀의 삶을 그린 고희영 감독의 다큐멘터리 '물숨'을 무료 상영한다. 내년 1월 6∼8일에는 제주아트센터에서 해녀의 숨비소리에서 따온 명칭의 뮤지컬 '호오이 스토리'를 무료 공연한다. 이 뮤지컬은 국비와 도비 2억 원을 들여 제작했다.

내달에는 또 해녀와 어촌계, 수협, 학계 전문가 등이 참가한 가운데 제2차 해녀문화 보존·전승 및 세계화 5개년 계획을 최종적으로 확정한다.

내년에는 해녀와 도민 의견을 수렴해 '해녀의 날'을 지정하고, 어촌계별 해녀 인명록을 제작한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기념하는 동판을 제작해 100개 어촌계 및 해녀회에 부착하고, 백서도 발간한다. 해녀의 국가 중요 무형문화재 지정도 추진한다.

해녀 전승을 위한 체계적인 해녀학교 지원 방안과 고령 해녀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 농업유산 등재도 추진한다.

현재 전시 기능만 있는 해녀박물관 기능과 조직을 확대한다. 가칭 '해녀문화진흥원'으로 승격해 박물관에 전승교육, 문화마케팅, 에코뮤지엄 기능을 더할 계획이다.

도는 앞서 지난해 12월 16일 해녀어업이 '국가중요어업유산 제1호'로 지정됨에 따라 지난 8∼10월 제주해녀어업 보전 및 활용계획 수립 용역을 시행하기도 했다.

정부와 제주도는 그동안에도 해녀문화 보존을 위해 매년 거액의 예산을 투입해왔다. 그러나 이제 해녀의 위상이 달라진 만큼 세계인의 눈높이에 맞춘 실질적이고 획기적인 예산 투입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는 해녀와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khc@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12/01 00:34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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