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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정국' 총학선거…비운동권 대세속 일부 운동권 당선

총학 없이도 타오르는 대학가 촛불 "87년 6월과는 다르다"
광화문광장 촛불 대학생들 '깃발 대오'보다는 'SNS 모임'

(전국종합=연합뉴스)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한 비상 시국상황이 1987년 6월 항쟁에 비견될 만큼 정치·사회에 대한 국민 관심과 참여를 끌어내고 있다.

대학가에서는 시국상황과 맞물린 총학생회 선거에서 2천년대 이후 고전하던 '운동권'이 다시 고개를 들고 유권자 관심도가 높아지는 등 새로운 기류가 일기 시작했다.

하지만 총학생회라는 구심점 없이 스스로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서는 대학생의 모습에서 집단화·조직화한 학생운동의 시대는 이미 종말을 맞았다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동맹휴업 총궐기 기자회견을 여는 대학생들.
동맹휴업 총궐기 기자회견을 여는 대학생들.[연합뉴스 자료사진]

◇ '최순실 게이트'…총학선거 열기 속 운동권 고개

광주 조선대학교는 지난달 21∼22일 치른 총학생회 선거에서 첫 여학생 회장이자 8년 만에 운동권 학생회를 선택했다.

기호 2번을 달고 선거에 나선 국어교육과 3학년 김신영(24·여) 후보는 유권자 1만7천79명 가운데 9천959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상대 후보와 279표 차이로 신승했다.

김 신임 총학생회장은 대학 1학년 때부터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과 세월호 시민상주모임, 환경운동연합 활동에 참여했다.

또 국어교육과 수업시연동아리 샛불회 회장과 5·18기념재단 학생홍보대사를 맡는 등 적극적으로 사회참여 목소리를 냈다.

김 회장은 "선거 과정에서 '학생들은 총학생회에 관심 없고 참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들었다"며 "실제 학우들을 만나보니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평범한 우리의 한 표로 대학과 세상을 바꿔 보자는 호소가 통한 것 같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투표에 참여한 조선대 재학생 박모(24)씨는 "말 타고 이화여대 들어간 정유라가 금수저·흙수저 논란과 함께 청년들 가슴에 불을 지폈다"며 "깨어난 정치의식이 운동권 후보에 대한 선택으로 이어진 듯하다"고 말했다.

전자투표 도입된 총학생회 선거.
전자투표 도입된 총학생회 선거.[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대학교는 지난달 24일 농업생명과학대학 14학번 이탁규 후보를 신임 총학생회장으로 선출했다.

서울대는 2008년 이후 유권자의 관심도가 떨어져 가을에 시작한 투표를 이듬해 봄까지 끌고 갔지만, 지난해와 올해는 2년 연속으로 11월에 당선자를 배출했다.

이 회장은 "시국상황으로 학생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학외에서 문제의식을 느끼기 시작하고 학내에서 학생회 주도 집회에 참여하면서 그러한 관심이 높아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2명의 후보자가 경쟁한 성균관대학교는 비교적 높은 투표율로 총학생회 선거를 치렀다.

선거를 취재한 교내신문사 기자는 "몇 년 전까지와 달리 요즘 학우들은 총학생회가 어떤 일을 하는지 관심이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울산대학교는 지난달 30일 5년 만에 복수의 입후보자가 출마한 총학생회 선거를 치러 새로운 학생회장을 뽑았다.

두 후보자 모두 소위 운동권은 아니지만, 최근 시국선언 대열에 불참한 총학생회를 두고 일부 울산대 학생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 '87년과 다르다'…총학 없어도 타오르는 대학가 촛불

잇단 대자보와 동맹휴업 참여 선포에서 나타난 정치 참여 열기와 달리 전국 대다수 대학은 입후보자를 찾지 못하거나 학생들의 무관심으로 대표조직을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

연세대학교는 최근 단수의 입후보자조차 나서지 않아 차기 총학생회 선거를 취소했다. 학생회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가동하며 선거 지속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경희대학교에서는 서울·용인 캠퍼스 모두 비운동권 단일 후보가 나섰지만, 찬성표 미달로 총학생회 선거가 무산됐다.

한신대학교 역시 단일 후보 득표수 미달로, 인하대학교는 투표 참여자 부족으로 선거가 미뤄졌다.

운동권과 비운동권 후보들이 격돌한 인천대학교 총학생회 선거에서는 운동권 후보가 고배를 마셨다.

강원대학교·건국대학교·대전대학교·인제대학교·전북대학교·중앙대학교·제주대학교·한국항공대학교·한양대학교 등 선거를 마친 전국 주요 대학에서는 여느 해처럼 비운동권으로 분류되는 차기 총학생회가 출범했다.

총장 사퇴를 요구하며 교내 행진하는 이화여대 학생들.
총장 사퇴를 요구하며 교내 행진하는 이화여대 학생들.[연합뉴스 자료사진]

대학가에서는 총학생회라는 구심점 없이 사회 이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개별 학생들의 모습에서 '운동권이냐 비운동권이냐'를 구분 짓기가 무의미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학생들은 지난 10월 미래라이프 단과대학 설립 철회를 요구하며 농성할 때 '우리는 정치색을 띤 어떠한 외부세력과도 무관하다'는 내용의 쪽지를 붙이는 등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5차례 이어진 광화문광장 촛불집회에서는 계보와 이념을 앞세웠던 운동권의 빈자리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동질감을 공유한 개인의 모임이 메웠다.

많은 대학생이 학생회 깃발로 대오를 이루는 대신 SNS와 인터넷으로 의견과 정보를 공유하며 집회 현장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다양한 양초 대신에 스마트폰 촛불을 밝혔고, 위치 정보를 활용한 애플리케이션으로 '집회출석'을 체크했다.

(김창선 노승혁 류수현 변지철 이대희 이주영 이해용 임채두 정회성 최병길 허광무 기자)

hs@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12/02 07: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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