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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이 결정짓는 관계, 우리에게 결핍된 것은

최정화 장편소설 '없는 사람'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자동차 공장을 인수한 외국계 기업은 기술만 빼가고 철수한다. 명분을 만들기 위해 회계법인과 짜고 고의 부도를 낸다. 부실기업으로 둔갑한 회사가 법정관리·구조조정을 거치는 동안 노동자 절반이 해고된다.

작가 최정화(37)가 첫 장편소설 '없는 사람'(은행나무)의 배경으로 삼은 '모리자동차'의 몰락은 쌍용자동차 사태와 꼭 닮았다. 등단 5년차인 작가는 올해 초 펴낸 첫 소설집 '지극히 내성적인'으로 일상에 스며든 불안을 탁월하게 포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작가는 이번 작품에선 관심의 폭을 개인의 내면에서 사회적 관계로 넓힌다.

'없는 사람'은 자동차 제조업체의 노조 지도부 '도트'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기 위해 노조에 첩자로 투입된 '무오', 돈을 빌미로 무오를 조종해 노조 활동을 감시하려는 '이부'의 이야기다. 누군가를 미행하면 돈을 준다는 이부의 말에 어용 노조원이 된 무오는 자신에게 '노조 와해'라는 임무가 맡겨졌음을 뒤늦게 깨닫지만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한다.

무오가 이부의 의지대로 꼭두각시 인형처럼 움직이게 만드는 매개, 관계의 균형을 완벽하게 허무는 무기는 다름 아닌 돈이다. 등장인물 전체의 관계맺음 역시 근원을 따져보면 모리자동차를 이윤의 수단으로 삼은 자본의 이동에서 비롯된다.

물질과 자본으로 결정되는 이런 관계가 사회의 얼개를 구성한다 해도 개개인의 마음가짐과 행동까지 전부 움직일 수는 없다. 작가는 무오의 미묘한 심리 변화를 묘사하면서, 관계의 토대로까지 관심을 확장했을 뿐 소설의 중심에는 여전히 개인의 심리 탐구가 놓여있음을 보여준다.

무오는 도트의 노조 활동을 지켜보며 자신에게 맡겨진 첩자 역할을 점차 뚜렷이 인식하고 갈등한다. 처음엔 '반드시 이긴다'라는 구호를 어쩔 수 없이 따라 외쳤지만 곧 도트와 노동자들의 삶에 공감하며 자신이 실제로 투쟁하고 있는 것처럼 착각한다. 여기에 한때 도트의 동료였지만 변절하고 이부 편에서 음모를 꾸미는 '긴팔'의 미묘한 입장이 더해져 무오의 내적 갈등은 극에 달한다.

'없는 사람'은 작년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문예지 '악스트'에 연재된 '도트'를 손본 작품이다. 제목에서 보듯 작가는 처음에 도트에 관해 쓰려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무오의 이야기가 됐다. 도트가 사명감과 생존의 조건 사이에서 고뇌하다 궤도를 이탈해버린 다소 비범한 인간형이라면, 무오는 주변 상황 탓에 쉴 새 없이 흔들리고 불안해하며 자괴감에 고통받는 보통 사람에 가깝다.

작가는 "나 자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무오라는 인물에게는 내내 가혹하게 대하지 않았나 싶다. 이제 와서는 그에게 좀 더 좋은 기억을 만들어주었다면, 따뜻한 우정이나 신뢰를 알려주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dada@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12/02 07: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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