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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내 성폭력, 개인 윤리문제 넘어서는 구조의 문제"

계간 '문학과사회' 겨울호, 성폭력 피해자 목소리 전해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문단 내 성폭력 피해자들의 절절한 목소리가 문학과지성사의 계간 '문학과사회' 겨울호에 실렸다.

'문학과사회'의 이번 기획에 참여한 필자들은 올 10월 중순 트위터에서 벌어진 '#문단_내_성폭력' 해시태그 달기 운동을 계기로 수면 위로 드러난 문단 내 성폭력 피해자들이거나 이들에 대한 지지자이다. 이들 중에는 문학과지성사에서 작품을 펴낸 문인들이 저지른 성폭력의 피해자도 포함됐다.

당시 성폭력 가해자로 거론된 시인·소설가 중 적지 않은 이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시집을 냈거나 이 출판사가 진행하는 문학강좌에서 강의했다.

지난달 송승언 시인은 이를 두고 "가해 지목자 다수가 문지(문학과지성사)에서 시집을 낸 시인들이라는 점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가해자들이 문학과지성사의 문학권력을 등에 업고성폭력을 저질렀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필자들의 이야기 중 이미라(가명)의 글은 권력관계에서 열등한 위치에 있는 피해자가 왜 눈앞에 닥친 성폭력을 피할 수 없고, 성폭력을 겪고도 왜 가해자와 지속적인 인간관계를 맺고, 왜 피해 사실을 뒤늦게서야 주변에 알리는지를 잘 보여준다.

시인 지망생이었던 그는 자신의 시를 인정해주던 기성 시인과 수차례 성관계를 갖고서 임신한다.

그는 "더 이상 나의 시를 봐주지 않을까봐, 내가 시를 쓸 수 없게 될까 봐, 보복을 할까 봐" 두려워서 시인의 성관계 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다고 한다.

결국 낙태를 했지만 이후에도 그는 그 시인과 스승과 제자로서의 관계를 유지한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강간한 범죄자와 시를 봐주는 선생" 이 둘을 그 내부에서 분리했다. 시인으로 등단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신인상 공모전에 당선됐을 때 이미라는 소감문에다 그 시인에게 감사하다고까지 써야 했다.

섣불리 피해자들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탓하기보다는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11월 10일 열렸던 출판계 성폭력 실태조사 발표회[언론노조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

출판사에서 수습사원으로 일하던 시절 인사권자에게 성추행을 당했던 탁수정은 한국의 성폭력방지법이 피해자들 입장에서 불합리하게 운영되고 있다며 피해자들의 편을 들 것을 주장한다.

그는 "피해호소인들의 '벼랑 끝으로 몰리는 삶'과 가해지목자들의 '좁아지는 운신의 폭'을 감히 비교하지" 말고 "피해호소인들의 가능성을 가해지목자들의 '단단한 현재'보다 소중하게 여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필자들이 전하는 성폭력 가해 사례는 일상에서 벌어진 일이었으나 한번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은 그 일상을 제대로 살아가지 못했다. 정신병원에서 입원 생활을 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시도를 하기도 헀다.

하지만 이들은 문단 내 성폭력이 가해자 개인의 악행 또는 피해자 개인의 불행이 아닌 구조적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소설가 윤이형은 그동안 문학계 성폭력 문제를 방관한 자신을 질책하면서 "혐오와 폭력을 개인의 윤리 문제로 한정함으로써 더 큰 구조의 문제를 지워버리는 일에 반대한다"고 말한다.

"글을 평가하고 평가받는 관계, 지면과 칭찬과 상을 수여하고 받는 관계, 스승과 제자, 선배와 후배" 등으로 얽힌 관계에서 가장 약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피해가 집중된 것을 구조의 문제 말고 달리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고양예고에서 벌어진 성폭력 사건의 고발자와 피해자들을 지지하는 졸업생들의 모임인 '탈선'은 "폭력을 가능케 한 구조와 그를 지탱하는 은폐된 이데올로기에 대해 끊임없이 말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pseudojm@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12/28 15:29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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