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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 100일…청렴사회 앞당겼지만 소비위축 현실화

골프·술 과잉접대 근절 계기…부적절한 촌지도 사라졌다는 평가
화훼업계·외식업계 피해…정부 이번 달에 소비촉진 방안 내놓기로
권익위에 111건 위반신고 접수…9만원 과태료 부과 결정도 나와
카네이션은 여전히 '오락가락'…지난해 해설집 배포 약속 못지켜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시행에 들어간 지 5일로 100일을 맞는다.

청탁금지법은 학연·지연을 매개로 하는 부정청탁과 낡은 접대 문화를 근본적으로 개조하자는 취지에서 제정된 법으로, 청렴 사회로 나가기 위한 출발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권익위의 오락가락 해석과 부처별 이견으로 시행 초기 혼란을 초래했고,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소비위축의 부담을 안겨줬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 청렴사회 전기 마련…경제에 부정적 영향 현실화 = 청탁금지법이 한국 사회에 미친 영향은 적지 않다.

무엇보다 부정·부패를 근절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확산했고, 골프·술 접대 등 과도한 접대 문화를 근절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청탁금지법 이후 학교 선생님에게 주는 촌지나 제약회사들이 대학병원 의사들에게 제공하는 리베이트도 거의 사라졌다는 게 권익위 내부의 평가다.

지난해 말 송년회 기간 흥청망청 식의 단체 회식은 줄어든 반면 조촐한 식사를 하며 한해를 차분히 정리하는 모임이 늘었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나온다.

한국행정연구원이 한국리서치와 현대리서치에 의뢰해 3천56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5.0%는 부조리·부패 해소 등 청탁금지법의 긍정적 효과가 부작용보다 더 크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권익위 관계자는 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청탁금지법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있다"며 "금품수수나 부정청탁 관행도 상당 부분 근절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소비위축이 현실화됐다. 일례로 연말연시 인사철이 됐지만, 축하 난을 보내는 관행이 사라졌고 화훼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외식업계의 피해도 컸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지난달 20일부터 26일까지 전국 709개 외식업 운영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84.1%는 지난해 12월에 비해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청탁금지법 시행 성과와 영향을 점검하고, 농·축·수산물 등 종합적인 소비촉진방안을 이달 중에 내놓기로 했다.

◇ 권익위에 111건 위반신고 접수…9만원 과태료 부과 결정도 = 지난 2일 기준으로 권익위에 접수가 이뤄진 청탁금지법 위반 신고 현황은 111건이다. 유형별로 보면 부정청탁 45건, 금품 등 수수 59건, 외부강의 7건 등이다.

신고 경로를 보면 권익위 홈페이지가 86건, 방문 5건, 우편팩스 17건, 국민신문고 3건 등으로 집계됐다.

또 권익위에 총 1만2천369건의 질의가 들어왔고, 권익위는 이 가운데 5천577건에 답변했다.

권익위는 작년 11월 7일 청탁금지법 위반 행위에 대해 처음으로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를 했다.

신고 내용은 시공업체 임원이 공공기관에서 발주한 공사에 대한 설계 변경과 관련해 공사비를 감액하지 말아 달라는 청탁과 함께 공사 감리자에게 300만 원을 제공한 것이다.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도 나왔다.

춘천지법은 지난해 12월 16일 청탁금지법 전국 1호 위반자인 A(55·여) 씨에 대해 '떡값의 2배'인 9만 원의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

A 씨는 청탁금지법 시행 첫날인 지난 9월 28일 지인을 통해 사건 담당 경찰관에게 4만5천 원 상당의 떡 한 상자를 보냈다. 그러나 담당 경찰관은 퀵서비스를 이용해 떡 상자를 돌려보낸 뒤 춘천경찰서장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 주요 유권해석은…"어린이집 교사 청탁금지법 적용대상 아니다" = 정부는 법 시행 초기 권익위의 오락가락 해석으로 혼란이 발생하자 관계부처 합동으로 TF를 만들었다. TF는 현재까지 7차례 정례회의를 열었다.

주요 유권해석 사례로는 어린이집 교사가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결론 내린 것이 꼽힌다. TF는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누리과정을 운영하는 어린이집 대표자는 공무수행 사인(私人)에 해당해 법의 적용을 받지만, 어린이집 교사는 법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 학칙에 근거해 공직자 등에게 지원하는 장학금은 청탁금지법상 허용된다는 기준도 제시했다.

아울러 공연이나 스포츠경기를 취재하기 위한 용도의 '프레스 티켓'은 5만 원이 넘더라도 청탁금지법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고 허용된다.

대학교수가 민간기업에 제자의 취업을 추천하는 행위도 민간기업 관계자가 공직자 등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군인 등 특정 직군 전체를 대상으로 한 할인 프로그램도 허용된다.

◇ 남은 쟁점은…스승의 날 카네이션은 여전히 '오락가락' = 남은 쟁점 가운데 하나는 스승의 날에 교사에게 카네이션을 줄 수 있는지다.

권익위는 당초 스승의 날에 카네이션을 주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하다고 밝혔지만 과잉해석이라는 비판에 직면, 최근에는 학생 대표가 카네이션을 주는 것은 허용된다고 입장을 바꿨다.

그러나 아직 부처 간 조율이 마무리되지 않아 최종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쪽지 예산에 대한 입장도 여전히 어정쩡하다.

권익위는 쪽지예산은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면서도 관계부처의 입장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기획재정부는 쪽지예산은 청탁금지법상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면서도 기획재정부가 쪽지예산을 금지한다면 이를 존중한다는 앞뒤가 안 맞는 답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번 예산안 통과 과정에 쪽지예산과 다를 바 없는 각종 민원·청탁성 예산이 어김없이 반복됐다.

또 기획재정부는 소비촉진을 위해 설이나 추석 등의 명절에 한시적으로 청탁금지법 적용을 유예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권익위는 한시적 유예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이밖에 권익위는 지난해 말까지 반복적인 질의에 대한 답변 내용을 담은 해설집을 제작해 공공기관에 배포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제작에 들어가지 못한 상태다.

jesus7864@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1/04 05:2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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