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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보조·일용직·수리공…개성공단 협력사 사장님들 현재 직업

개성공단 폐쇄 1년…한 입주 업체 매출도 150억원에서 1억원으로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한 순간에 회사가 무너졌습니다. 가정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에 힘겹게 버티고 있습니다."

식당 보조, 자전거 수리공, 자재 운반, 공장 일용직.

지난해 2월 10일 개성공단이 폐쇄된 뒤 1년이 지난 지금, 당시 개성공단 입주업체와 거래했던 협력업체 사장님들의 현재 직업이다.

개성공단을 드나들며 입주기업들에 자동차부품·자전거부품, 각종 사무용품 등을 납품해온 T사의 고재권(55) 대표는 개성공단 폐쇄로 하루 아침에 거래처를 모두 잃었다.

회사 운영이 어려워지자 어깨너머 배운 기술로 자전거 수리 업체에 취직했으나, 월급 140만원으로는 생계 유지가 어려워 최근에 일자리를 옮겼다.

고 대표는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사촌이 운영하는 오리백숙 식당에서 주방 보조 일을 하고 있다"며 "자전거 수리보다 몸은 더 힘들지만, 고등학생 자녀도 있고 부모님도 모시고 있어 돈을 더 많이 주는 주방 보조를 택했다"고 씁쓸해했다.

폐쇄 1년을 맞이한 개성공단
폐쇄 1년을 맞이한 개성공단

개성 사무실에는 납품할 물품 3천500만원 어치가 쌓여 있으나, 다시 가 볼 수가 없으니 무용지물일 뿐이다.

고 대표는 "정부가 이 물건들을 담보로 주겠다고 제시한 보상금은 140만원인데, 그것도 빌려주는 것이라 개성공단이 재개방되면 토해내야 한다고 하더라"며 "대리운전을 해도 월 140만원은 벌 텐데 그 돈 안 받겠다고 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역시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물품을 납품하던 S철물의 양모(56) 대표는 지난해 3월, 개성공단 폐쇄 한 달 만에 직원 7명을 모두 떠나보냈다.

폐업하려 했으나 서류 문제 때문에 문을 닫는 작업마저 쉽지 않았다. 지난해 3월 이후 매출은 '0'원이다.

양 대표는 "국내에서 거래처를 만들어보고자 한달 정도 뛰었으나, 경기가 좋지 않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며 "개성공단 입주기업과의 거래만으로도 충분히 회사를 운영할 만했는데, 폐쇄되니 갈 곳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1997년 건축·철물 자재 납품회사를 설립한 양 대표는 2007년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에 납품을 시작했고, 2014년 개성공단에 '올인'하고자 국내 거래처들을 모두 정리했기 때문에 가동 중단의 충격은 더 컸다.

양 대표는 "개성공단 폐쇄 후 일부 입주기업이 준 납품대금과 사업장 임대 보증금 등을 생활비로 쓰면서 버텼다"며 "아이가 세 명인데 두 명이 대학생, 늦둥이가 이제 중학교 2학년이라 돈 들어갈 일이 많아 앞 일이 막막할 뿐"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많은 나이 탓에 구직에 번번이 실패하자, 양 대표는 결국 일용직으로 눈을 돌렸다. 공장에서 한시적으로 일하거나 설비 업체에서 자재 운반 등을 한다.

양 대표는 "운전기사라도 할까 알아봤으나 50대 중반이라는 나이를 들으면 다들 난색을 보였다"며 "비슷한 또래 협력업체 대표들이 많은데 대부분 일용직을 전전하고 있고, 돈을 못 버니 일부는 집에도 못 들어가는 처지"라고 안타까워했다.

협력업체들은 개성공단 폐쇄의 직접적 피해자인 '입주기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정부 보상도 기대할 수 없다. 양 대표는 정부가 협력업체들에도 일정한 보상을 해주고 사태에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먹고 살 수 있게만 해달라는 것이 그렇게 무리한 요구인가"라고 반문했다.

개성공단 정상화와 남북경협 복원을 염원하는 장례식<<연합뉴스 자료사진>>

정부 지원을 받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이라고 사정이 크게 나은 것은 아니다.

30년간 적자 없이 성장해온 의류제조업체 만선(성현상 대표)의 매출은 2015년 150억원이 넘었으나 지난해 1억∼2억원까지 추락했다.

지난해 2월 10일 개성공단 폐쇄 후 매출은 사실상 없다.

월급을 주지 못하니 한국 직원은 35에서 6명으로 줄었고, 남은 6명의 월급마저 주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성 대표는 "원부자재 60억 원어치가 개성공단에 있는데 정부 지원은 22억원 뿐"이라며 "우리도 우리지만 협력업체들에 납품대금을 줘야 하는데 돈이 없어 주지 못하고 있어 더 안타깝다"고 말했다.

먹고 살길 찾기만으로도 버거운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협력업체들이 제기한 미수금 관련 소송까지 감당하려니 이미 성 대표의 심신은 만신창이가 된 상태다.

성 대표는 "우리 기업, 협력업체, 실직한 사람들까지 가슴앓이를 하는 사람이 수만명은 될 것"이라며 "정부가 하루빨리 현실적인 피해보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amja@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2/07 06:1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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