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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표현 어쩌나…"독이 든 꽃이라도 내버려둬야 하는가"

신간 '혐오표현, 자유는 어떻게 해악이 되는가'

[게티이미지뱅크]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인터넷 게시판과 포털 뉴스 댓글난에는 '남혐'(남성혐오)과 '여혐'(여성혐오) 표현이 부쩍 늘고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성적 소수자나 외국인 노동자 등에 대한 혐오표현도 우리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혐오표현(hate speech)의 확산은 한국 사회 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혐오표현이 난무하면서 차별금지법이나 혐오표현금지법 등을 제정해 혐오표현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법적 규제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만큼 교육이나 사회적 토론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신간 '혐오표현, 자유는 어떻게 해악이 되는가?'(이후 펴냄)는 혐오표현을 둘러싼 규제 논란에 시사점을 주는 책이다.

책을 쓴 제러미 월드론 미국 뉴욕대 로스쿨 교수는 혐오표현 규제찬성론자다. 그는 "독이 있더라도 수많은 꽃이 만발하도록 내버려둬야 하느냐"며 혐오표현 규제를 주장한다.

혐오표현을 규제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혐오표현을 듣는 사람들이 불쾌해 하기 때문이 아니다. 혐오표현이 사회의 공공선을 위협하고 파괴하는 해악(harm)을 끼치기 때문이다. '해악이 없는 표현은 규제 대상이 아니다'라는 존 스튜어트 밀의 '해악의 원칙'은 뒤집어보면 해악이 있다면 규제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저자가 말하는 공공선은 다원화된 사회에서 각각 다른 속성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에 대한 적대나 폭력, 차별, 배제 없이 공존할 수 있다는 일종의 확신이다. 사람들은 이런 확신 속에서 특정 소수집단에 속했다는 이유로 일상적인 사회적 상호관계를 박탈당하지 않고 정상적인 지위를 가진 사회구성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존엄성을 가진다.

그러나 혐오표현은 소수집단 구성원들이 사회에서 정상적 지위를 가진 구성원으로 인정된다는 점을 부정한다. 또 공개적으로 게시되는 혐오표현은 사회에 소수자를 차별하고 배제하려는 사람들이 많다는 확신을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나는 당신들이 평등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게 확신하지 마라. 당신들의 기회와 평등한 존엄을 위해 의존하는 바로 그 사회는 이러한 것을 전적으로 지지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 가치들에 냉담하다는 것을 드러낼 것이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러한 반대 생각에 의존할 것이다. 그러니 생각하고 두려워하라. 지금 너희를 보호하고 있는 사회에서 너희를 비하하고 배제할 시간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124쪽)

이런 생각이 독처럼 퍼져 축적되고 선한 마음을 지닌 구성원에게까지 스며들면 결국은 공공선을 파괴한다. 공공선이 사라진 사회에서는 개별 구성원들이 정상적인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없다는 점에서 피해를 보게 된다. 이 때문에 저자는 혐오표현을 사적 행위가 아닌, 공공선을 파괴할 목적으로 이뤄지는 공적 행위로 해석하고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을 번역한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이 책이 혐오표현 규제 논의에서 "일종의 이정표 구실을 하는 책"이라며 "혐오표현 규제를 찬성하건 반대하건 이 책이 혐오표현의 논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사실만큼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소영 제주대 사회교육과 교수가 함께 옮겼다. 344쪽. 1만8천원.

zitron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4/04 07:4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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