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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네팔 승려 우르겐 라마 "부처님 오신 건 인류에 축복"

2003년부터 15년째 한국 생활…2008년 동두천에 용수사 개원
"한 침대에 둘이 누운 꼴이어서 갈등 불가피…서로 참고 지내야"

네팔 출신의 우르겐 라마 주지가 19일 동두천 용수사 법당에서 연합뉴스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동두천=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경기도 동두천시의 지행 전철역 앞 복합상가건물 중앙프라자 8층. 일반 사무실처럼 생겼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면 넓은 마룻바닥의 법당이 나타난다.

천장에 연등이 걸려 있고 가운데 석가여래와 협시보살이 모셔져 있는 것은 우리와 똑같은데, 낯선 보살상 두 구가 더 있다. 자세히 보면 뒤에 걸린 팔상도(八相圖·석가모니의 일생을 8가지 그림으로 나타낸 것)도 우리와는 필치가 다르고 왼쪽에는 티베트불교(라마교)의 지도자 달라이 라마 사진이 놓여 있다.

이곳이 바로 네팔 출신 이주민 불교 신도들의 영혼의 쉼터인 네팔법당 용수사(龍樹寺)다. 동두천 이주민센터도 겸하고 있어 휴식과 상담 등의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네팔 출신 불자들에게도 '부처님 오신 날'(석가탄신일)은 가장 큰 명절이다. 석가모니가 번뇌를 끊는 지혜를 깨우쳐주기 위해 인간 세계로 내려온 것을 기뻐하며 절마다 잔치를 펼친다.

석가탄신일을 앞둔 용수사도 연등을 달고 관불식(灌佛式·아기부처를 목욕시키는 의식)에 쓸 탄생불을 마련하는 등 기념법회를 준비하는가 하면 서울의 제등행렬에 참여할 신도들도 챙기고 있다.

19일 오후 연합뉴스 기자와 만난 용수사 주지 우르겐 라마(38)는 "석가모니께서 이 세상에 오신 것은 인류에게 더할 나위 없는 큰 축복"이라면서 석가탄신일을 맞는 기쁨을 털어놓았다. 포대화상(布袋和尙) 닮은 동그란 얼굴에 선한 눈매가 인상적인 그는 유창한 한국어로 인터뷰에 응했다.

염주를 손에 걸고 합장한 채 불단을 향해 예불을 올리고 있는 동두천 용수사 주지 우르겐 라마.

우르겐 라마는 석가모니의 탄생지 룸비니가 있는 나라 네팔의 산골 마을 부사베다에서 태어났다. 네팔은 힌두교도가 많지만 산촌에서는 불교, 그 가운데서도 티베트불교를 많이 믿는다고 한다. 우르겐 라마의 아버지도 탱화를 그리는 금어(金魚)였다. 두 살 때 카트만두로 이사했고 13살 되던 해에 인도 웨스트벵갈로 떠나 스님이 됐다. 우리로 치면 동진출가(童眞出家)한 셈이어서 나이는 많지 않아도 법랍(法臘)은 25년이나 됐다.

"특별한 동기는 없습니다. 그저 부처님 말씀이 좋았죠. 불교 집안에서 태어난 데다 거기서는 학교에 다니며 스님 생활을 할 수 있어 자연스럽게 출가했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네팔의 절에서 지내다가 같은 네팔 출신으로 한국에 와 있던 쿤상 라마(서울네팔법당 주지)의 권유로 2003년 만다라 작품 전시회에 맞춰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우르겐 라마는 서울 경복궁 옆 법련사에서 묵으며 만다라(曼陀羅·우주의 진리를 상징적으로 나타낸 불교 그림)를 그리고 전시회에서 그림을 영어로 설명했다. 그때 만난 조계종 스님들이 한국 유학을 권유했다. 네팔의 큰스님에게 허락을 받고 다시 한국으로 들어와 경기도 마석 보광사에서 지내다가 2005년부터 서울 개포동 능인선원에 살며 동국대 국제어학원도 다녔다.

한국에 살다 보니 네팔에서 온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잦아졌다. 대부분 돈을 벌러 온 이주노동자였는데 열악한 환경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었다. 가끔은 자살이나 사고나 질병으로 목숨을 잃는 사례도 접했다. 다른 사람도 아닌 고향 사람들의 어려운 처지를 외면할 수 없었다. 경기 북부 지역에도 네팔 출신 노동자가 많다는 얘기를 듣고 능인선원의 NGO 한국YBA(Young Buddha Association)의 도움을 얻어 2008년 용수사를 개원했다.

YBA는 지금도 운영비를 보태고 있으며, 불교 조계종의 다문화 관련단체 모임인 마하이주민지원단체협의회도 정기적으로 지원한다.

"네팔에 있을 때도 한국에 돈 벌러 가고 싶어하는 젊은이가 많다는 걸 알았죠. K팝이나 한류 드라마의 인기도 높아 한국어능력시험(TOPIK) 응시자가 해마다 수만 명에 이르거든요. 그래도 3만 명이 넘는 네팔 사람이 한국에 와 있다는 건 잘 몰랐죠. 처음에는 몇 해만 있다 가려고 했다가 아예 눌러앉아 이들을 돕는 일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용수사는 일요일마다 정기법회를 연다. 보통은 참석자가 수십 명 수준이지만 큰 행사가 있거나 특별한 날에는 300명가량 몰려와 설 자리조차 없다고 한다. 법회는 네팔식으로 진행된다. 티베트불교에서 높이 받드는 파드마삼바바 보살상을 2009년 네팔에서 이운해왔고 2014년에는 네팔의 조각장 수단상카가 제작한 천수천안(千手千眼) 관음보살상을 모셨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는 음력 4월 8일(올해는 5월 3일)을 석가탄신일로 기념하지만 네팔에서는 다른 동남아 국가처럼 음력 4월 15일(올해는 5월 10일)이 석탄일이다. 우르겐 라마와 용수사 신도들은 다른 네팔불자회 회원들과 함께 29일 서울 종로 일대에서 펼쳐지는 제등행렬에 참여한 뒤 일요일인 5월 7일 부처님 오신 날 기념법회를 치를 예정이다. 5월 3일이 공휴일이어도 쉬지 못하는 신도가 많기 때문이다. 우르겐 라마는 석탄일 당일에는 서울 조계사의 봉축 법요식에 참석할 계획이다.

네팔의 불교에 관해 설명하는 동두천 용수사 주지 우르겐 라마. 가운데 보이는 보살상이 네팔에서 소중히 모시는 파드마삼바바상이다.

우르겐 라마의 역할은 법회를 이끌고 법문을 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생활·노무 상담, 통역, 법률·의료 지원, 장례식 집전 등 신도가 필요한 일이라면 뭐든지 해준다. 자원봉사자들을 초청해 한방 진료도 해주니 네팔 동료를 따라 오는 다른 나라 출신 노동자도 적지 않다고 한다.

"제가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불법체류자가 많았어요. 근로조건이 훨씬 안 좋았죠.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임금을 떼여도 하소연조차 하지 못했죠. 지금은 많이 나아졌는데도 여전히 힘든 일이 많습니다. 택시를 타면 다짜고짜 반말하는 기사도 부지기수고요. 같은 외국인이라도 서양인보다 동양인이나 아프리카인을 훨씬 무시합니다. 한국말 못 알아듣는다고 함부로 욕하지 마세요. 외국인들도 뜻은 몰라도 욕인 줄은 다 알거든요."

그는 신도들에게 하나만 생각하거나 눈에 보이는 것만 믿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게 다가 아니기 때문이다. 차별하거나 서운하게 대하는 사람이 있어도 우리를 돕는 고마운 한국인들을 떠올리며 화를 가라앉히는 것이 자신을 위하고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길이라고 가르친다. 물론 너무 심하면 참지만 말고 대응책이나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부처님이 아니라 모두 부족한 존재여서 갈등이 없을 수가 없습니다. 이 세상에 함께 사는 건 한 침대에 두 명이 자는 거나 마찬가지죠. 자다 보면 팔이 부딪치고 다리가 엉키게 마련이거든요. 서로 참고 양보하며 살아야지 그때마다 화내고 싸우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한국에서 이주민에 대한 인식이 갈수록 개선되고 있어 고무적입니다."

그는 종교 간 갈등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자신은 불교가 최고의 가르침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종교인들을 낮잡아보거나 개종을 강요하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한국에서는 가끔 연등을 불태우거나 승복 차림의 스님에게 '지옥에 갈 것'이라고 저주를 퍼붓는 일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러 종교가 큰 충돌 없이 공존하고 있어 다행스럽게 여긴다.

"종교들끼리 교차하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다 보니 여러 요소가 뒤섞였지만 원래 불교 자체에는 허황한 얘기가 없습니다. 매우 현실적이고 과학적이죠. 모든 사물이나 현상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습니다. 석가모니께서 그 원리를 깨우쳐주신 거죠. 과학 문명이 발달한 현대사회나 오늘날의 다종교 다문화사회에서 얼마든지 통용될 수 있고 가장 필요한 세계관입니다. 저도 다른 종교를 접할 기회가 있긴 했는데 불교만큼 좋은 종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르겐 라마의 꿈은 자신이 태어난 고향 마을에 학교와 절을 짓는 것이다. 자신처럼 일찍 고향을 떠나 떠돌지 말고 고향에서 학교에 다니며 부처님 가르침을 배울 수 있게 해주려는 것이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간절하게 기도하고, 열심히 공부하며 헌신적으로 이주민을 돕고 있다.

heeyon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4/20 11:1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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