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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아내는 안녕하세요?'…연극 '사랑해요 당신'

(서울=연합뉴스) 김종환 기자 = 아내가 치매에 걸렸다. 청천벽력같은 소식이다. 장성한 자녀는 오래전 집을 나갔고, 아내 곁엔 나이가 들어 잔병을 앓고 있는 남편뿐이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연극 '사랑해요 당신'(연출 이재성)이 도움이 될지 모른다. 극단 사조가 만든 작품은 45년 차 부부인 '상우'와 '윤애'의 이야기이다. [공읽남] '아내는 안녕하세요?'…연극 '사랑해요 당신' [통통TV] [https://youtu.be/2OdZQkxO-II]

전직 교사로 퇴임 후 학원 일을 하는 남편 상우가 집에 돌아왔다. 아내 '윤애'는 잠이 들었고, 주방 냄비는 가스 불에 벌겋게 달았다. 설상가상 화장실 수도꼭지에는 언제부터였는지 물이 틀어져 있다. 상우는 아내를 깨워 잔소리를 해댄다. 아내는 이 모든 일이 혼란스럽기만 하다. 최근 들어 깜빡하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오전에는 시장에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잃어 곤욕을 치렀다.

상우의 불길한 예감은 비껴가지 않았다. 늘 건강하기만 했던 아내에게 치매가 찾아온 것이다. 그렇다고 절망만 할 수 없는 노릇이다. 부엌일조차 해 본 적 없는 상우는 집안 살림을 하며 아내를 돌본다. 하지만 아내의 증상은 날로 심해져 가고, 아들 '종태'마저 알아보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종태는 그런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시자 말하고, 상우는 절대 그럴 수 없다며 강력히 반대한다. 윤애의 문제로 언성을 높이던 둘은 아픈 가족사까지 꺼내 들며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진다. 과연 이들의 이야기는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작품은 잔잔하면서 애잔하다. 이들의 이야기는 마치 우리네 부모, 우리 이웃의 이야기처럼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더 드라마 같다. 무뚝뚝한 상우는 지금껏 아내와 자녀들에게 깊은 애정을 표현해 본 적이 없다. 윤애는 그런 남편을 뒷바라지하며 자식을 키우다 보니 어느새 노년이다. 그렇게 세월을 지내온 노부부의 일상은 그들의 흰머리만큼이나 무미건조하고 볼품이 없다.

이들에겐 슬픈 가족사가 있다. 미국에 이민을 떠난 첫째 딸은 부모와 거리를 두고 산다. 둘째 딸은 상우의 제자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수치심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상우는 남자가 여자를 좋아하면 그럴 수도 있다며 제자 편을 들었다. 윤애는 이를 가슴속에 응어리처럼 안고 살았다. 치매에 걸려 기억을 잃었어도 둘째 딸을 계속 찾는 이유이다. 상우는 그제야 아내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죄책감에 괴로운 상우는 기억을 잃은 윤애의 무릎에 고개를 떨군다.

공연장은 결말로 향할수록 객석 여기저기 눈물 훔치는 소리로 가득하다. 아프고 힘겨운 이들의 삶은 우리의 모습과 너무 닮아 있어 더욱 절절하고 애처롭다. 작품은 항상 옆에 있어 소중함을 알지 못했던 사람을 보내줘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애절하게 묘사한다. 또 '내가 그들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하는 고민에 빠져들게 한다.

극단 사조의 유승봉 대표는 "우리는 평범하던 일상에 평범하지 않은 일이 생기고 나서야 주변을 돌아보게 되고 특히 죽음이 눈앞에 왔을 때 당연하게 느껴지던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된다"며 평범함 속에 숨어있는 소중한 것들에 관한 이야기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작품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원로배우들의 연기를 소극장 무대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대배우 이순재, 장용, 정영숙, 오미연 등의 부부 연기만으로도 작품을 선택할 이유는 충분하다. 그동안 수많은 작품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아 온 이들은 눈빛 연기만으로도 가슴 먹먹한 감동을 선사한다.

우리는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 수 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당연히 겪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래서일까. 그 먹먹한 감동은 공연이 끝난 후에도 쉽사리 추슬러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은 소중한 누군가를 떠올리게 되고, 우리는 그들과 사랑하며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작품은 오는 5월 28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대학로 예그린씨어터에서 만나 볼 수 있다.

kkk@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4/21 13:5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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