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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날에 세계 600여개 도시서 '과학을 위한 행진'

트럼프행정부 등장 후 美과학계 "과학적 증거 부인"에 반발
"과학을 지키려면 더 이상 침묵은 안돼"…"더 많이 의회 진출하자" 운동도
서을·부산에서도 ' 함께하는 과학행진' 열려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지구의 날인 22일 미국 수도 워싱턴을 비롯해 미국과 유럽 도시들을 중심으로 전 세계 600여 개 도시에서 '과학을 위한 행진'(March for Science)이 열린다. 서울과 부산에서도 '함께하는 과학행진'이란 이름으로 진행된다.

`과학을 위한 행진'이 예정된 세계 도시들. 출처:www.marchforscience.com
`과학을 위한 행진'이 예정된 세계 도시들. 출처:www.marchforscience.com

각 분야의 과학자들뿐 아니라 과학을 지지하는 일반 시민도 참여함으로써 사상 최대의 과학 집회가 될 전망이다.

'행진' 조직위원회 측은 "그동안 과학계와 대중은 너무 오랫동안 분리돼 있었다"며 "우리는 실험실과 학술지에서 벗어나 과학을 세계와 공유해야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물론 대중에게 과학 과목을 가르치겠다는 것이 아니라, 건강과 안전, 경제, 정부의 일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과학이 하는 역할을 알리고, 이런 역할을 하는 과학과 과학자에 대한 공격으로부터 과학을 지키기 위해 대중의 각성한 힘을 얻겠다는 뜻이다.

과학자들이 특정 이슈나 정책에 대해 개인 또는 관련 학계 차원의 입장을 서명이나 집회 등을 통해 나타내고 기자회견, 의회 청문회 등을 통한 여론 환기에 나서는 일은 드물지 않지만, 이 행진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미국 로욜라대 사회학 교수 켈리 무어는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뉴스와 인터뷰에서 밝혔다.

과학과 정치관계를 연구해온 그는 "과학자들이 거리로 나서 과학 지식을 정부가 오용하고 거부하는 것에 집단으로 항의하는 것은 미국 역사상 처음"이라고 말했다.

무어의 설명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기후변화 부인 등 트럼프행정부가 출범 후 취하고 있는 각종 반 과학적 정책들이 이 행진의 직접적인 자극제가 됐음을 말해준다. 그러나 조직위 측은 '반 트럼프'라는 정파적 행위로 비칠 것을 우려한 듯, 자체 웹사이트에서 과학을 기리고 지키려는 취지임을 강조했다.

미국 언론과 과학전문 매체들에 따르면 '행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 1월 20일 백악관 웹사이트에서 기후변화 관련 내용이 모조리 삭제됐다는 소식을 놓고 논란이 벌어진 소셜 뉴스 웹사이트인 레딧에서 씨앗이 뿌려져 미국 과학계 전체로 번졌다.

미국 과학계는 트럼프행정부의 기후변화 부인, 백신 회의론, 진화론 부인 등으로 인해 과학이 공격받고 있고, 과학적 증거에 기반을 둔 정책이 아니라 개인의 이념이나 신념에 따른 정책 결정들로 인해 과학과 우리 일상의 현재와 미래가 위협받고 있다는 위기감이 심화해 왔다.

그러던 터에 트럼프행정부의 새 예산안에서 각종 과학 기금과 지원액이 대폭 축소된 것으로 나타나자 미국 기초과학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행진'을 놓고 미국 과학계 내부에 이견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과학은 비정치적이어야 한다는 명제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 만남으로써 그의 과학 보좌관 설이 있는 윌리엄 하퍼 프린스턴대 물리학 교수는 지난달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반과학적이라고 단정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버즈피드와 인터뷰에선 미국 기초과학계에 대한 연방정부의 지원금이 매년 300억 달러에 이르는 상황에서 이 행진은 미국 과학계 전체에 이로울 게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언론들이 전하는 과학계 여론엔 과학이 정파적이어선 안되지만, 더욱 정치적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역사를 보면 천동설부터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이르기까지 과학과 정치는 불가분의 관계였는데 과학은 비정치적이어야 한다는 고전적 명제 때문에 침묵만 지켜온 게 도리어 잘못이라는 것이다.

과학이 침묵해선 안 된다는 대표적 사례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1933년 독일에서 파시즘의 흥기에 반대하는 연설을 했다가 정치적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프로이센과학원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일이 자주 거론된다.

시사 월간 애틀랜틱에 따르면 아인슈타인은 자신을 변호하면서도 정치적인 일을 하지 말라고 충고한 친구에게 이런 편지를 보냈다. "과학자들이 정치적 문제들, 즉 넓은 의미의 인간사들에서 침묵을 지켜야 한다는 자네 견해에 동의하지 않네. 지금 독일의 상황은 이런 자제(침묵)가 어디로 귀결될지를 보여주고 있지 않나. 맹목적이고 무책임한 지도자에게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굴복하고 있지 않은가?"

행진 조직위 측 역시 웹사이트에서 이런 논란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과학을 지켜야 하는 우리가 지금 침묵할 여유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행정부의 새로운 정책들이 "과학자들의 연구 역량과 연구 결과를 공유하려는 것을 더욱 제약"하려는 마당에 "침묵을 지키는 것은 더는 누릴 수 없는 사치"라고 정치적 행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 과학자들 사이에선 정부에 과학적 사고를 더 많이 주입하기 위해선 과학자들이 더 많이 의회에 진출해야 한다며 의원 선거 도전 의사를 밝히는가 하면, 과학자들의 의회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단체도 만들어져 활동하고 있다.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에 따르면, 내년 캘리포니아 상원의원직 도전을 선언한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의 유전학자 마이클 아이센은 "정치가 과학을 다루는 데 과학이 정치를 다루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은 헛소리"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의 선출직 진출을 돕기 위해 구성된 '314행동(Action)'은 자체 사이트를 통해 출마 희망자나 추천자를 모집하면서 출마 희망자에 대한 선거운동과 자금모금 방법 등에 대한 교육훈련도 실시하고 있다.

ydy@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4/21 17:18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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