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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대선주자들 저마다 "내가 안보적임자"…표심 향배에 촉각

르펜 "현 정부 겁쟁이처럼 대처"…총리 "정치적 목적 공포·분열 조장 말라"
선두주자 마크롱 "군통수권 맡을 준비 돼있다…르펜, 무책임한 기만 일삼아"

마린 르펜
마린 르펜[AP=연합뉴스]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프랑스 대선 1차투표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주요 후보들은 전날 일어난 샹젤리제 총격테러 사건이 표심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면서 각자 자신이 안보 문제의 최적임자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특히 프랑스 내 무슬림(이슬람교도)과 개방적 이민정책에 대해 적개심을 가장 강하게 드러내 온 극우성향 후보 마린 르펜은 현 정부가 테러 위협에 겁쟁이처럼 대응해왔다며 각을 세우는 등 이번 테러를 '마지막 호재'로 삼는 분위기다.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 후보 르펜은 테러 다음 날인 21일 아침부터 이번 테러와 관련해 주요 후보들 가운데 가장 기민하게 움직였다.

그는 이날 아침 기자회견을 열어 국경통제와 테러 위험인물 리스트에 오른 외국인들의 즉각 추방을 주장하고 정부가 테러 위협에 "겁쟁이처럼" 대처했다고 비난했다.

르펜은 "우리를 향한 (테러 세력의) 이 전쟁은 끝이 없이 무자비하게 일어나고 있다"면서 정부가 테러 위협에 대한 대처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테러가 막판 유권자 표심에 어떤 영향을 줄지 단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현재까지 테러와 안보 문제보다는 실업과 경제문제 해결에 유권자들이 기울어진 측면이 있었다면, 이번 사건이 프랑스 국민의 관심을 안보 문제로 좀 더 옮겨놓을 가능성이있다.

이는 그동안 테러에 대한 무관용과 반(反) 이민의 목소리를 가장 크게 내온 르펜에게 유리한 지형이 형성될 것이라는 분석을 가능케 하고 있다.

오랜 기간 외국인들에게 프랑스어를 가르쳐온 파리 시민 이자벨 레이노 씨는 연합뉴스에 "위험이 하나도 없는 상태란 존재하지 않는다. 파리가 그래도 안전하다고 믿는다"면서도 "이번 사건이 폐쇄적인 이민정책을 주장해온 후보 쪽에 좀 더 유리한 영향을 줄 것 같긴 하다"고 말했다.

대선이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최근 일주일간 중도신당의 에마뉘엘 마크롱의 지지율이 소폭 오르고 르펜은 감소하거나 정체된 상황이었는데 르펜은 이런 분위기를 반전시킬 호재로 이번 테러를 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 이번 사건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프랑스 대선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르펜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베르나르 카즈뇌브 프랑스 총리는 르펜이 현 정부의 무능을 운운하자 발끈했다.

그는 이날 언론 브리핑을 통해 르펜이 이번 테러로부터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 한다면서 "르펜의 국민전선은 2014년 대테러 특별법에 반대했었고, 2015년에는 프랑스 정보기관 강화 법안에도 반대했었다"고 지적했다.

카즈뇌브 총리는 "신뢰할 만한 어떤 제안도 내놓지 않은 채 지난 5년간 모든 것에 반대해왔다는 사실을 르펜이 의도적으로 잊으려 한다"면서 "부끄러움도 모르고 순전히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공포와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카즈뇌브 총리는 올랑드 대통령과 이날 오후 부상 경찰관들이 치료받고 있는 시내 조르주 퐁피두 병원을 방문해 이들을 격려하고 파리 경시청에 들러 이번 테러로 희생된 경찰관에게 조의를 표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에마뉘엘 마크롱[AP=연합뉴스]

여론조사 지지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마크롱도 이날 오후 회견을 열어 자신이 외부의 위협에 맞설 준비된 대통령임을 강조했다.

그는 "테러범의 뜻은 프랑스를 혼란에 빠뜨리려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군 통수권자로서 국민을 보호하는 대통령의 역할을 맡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르펜이나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 캠프에서는 마크롱의 젊은 나이(만 39세) 등을 들어 안보 문제에 적임자가 아니라고 공격해왔다.

이와 관련해 앙 마르슈의 리샤르 페랑 사무총장은 이날 방송인터뷰에서 마크롱 캠프에 합류한 장이브 르드리앙 현 국방장관 등 안보 문제를 다룬 경험이 풍부한 인사들을 예로 들며 "마크롱이 군 통수권자가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면 이런 분들이 우리 쪽에 합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크롱은 앞서 이날 RTL 방송과 인터뷰에서는 르펜이 '나였다면 이런 테러는 없었을 것'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무책임한 기만"이라면서 "르펜은 우리의 시민들을 위협으로부터 보호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정부에서 총리를 지내며 각종 테러 위협에 맞선 경험을 내세워 온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 후보도 회견을 열어 자신이 안보 전문가라고 강조했다.

그는 선거대책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프랑스 국민의 자유와 안전을 위한 싸움은 나의 몫이 될 것"이라며 테러 위협에 대한 대처를 "차기 대통령의 가장 최우선 순위"라고 말했다.

현재 지지도 3위권으로 결선투표 진출을 위해 막판 스퍼트를 올리고 있는 피용은 경찰력과 군 병력 증강 공약을 재차 공언하고, 집권 시 영국·유럽연합· 러시아·이란·터키 등이 참여하는 테러 격퇴를 위한 외교 이니셔티브를 출범시키겠다고 말했다.

프랑수아 피용
프랑수아 피용[EPA=연합뉴스]

주요 대선주자들이 이번 테러가 투표 직전 표심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과 달리 지금까지의 지지도 추이를 역전시킬 만한 큰 변수로 작용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015년 11월 파리에서 IS 추종세력이 총기와 폭탄을 이용한 테러를 저질러 130명이 숨진 사건과 작년 여름 니스 트럭 테러 등 대규모 테러가 이미 여러 차례 일어나 프랑스 국민이 테러에 어느 정도 둔감해졌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에서 민간인 희생자가 나오지 않은 점도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따라서 이번 총격 테러가 특정 후보 쪽에 힘을 실어주기보다는 시민들의 안보의식을 높이는 차원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yongla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4/21 23:3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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