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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대선 결선레이스 시작…"극우집권 저지" vs "낡은 공화국전선"

마크롱에 좌·우파 우군 속속 집결…르펜, 反극우연대에 '심기불편'
1차투표서 참패한 공화·사회당엔 당 쇄신 요구 빗발

마린 르펜
마린 르펜[AP=연합뉴스]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대선 결선 대진표가 확정된 이후 첫날부터 마린 르펜 후보 측과 반(反)르펜 진영이 팽팽히 대치하며 선거 열기를 뜨겁게 달궜다.

중도신당 '앙 마르슈'(전진)의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의 우군들이 속속 집결하면서 극우세력 집권을 저지하기 위한 연대 전선이 구축되자 르펜 후보는 '썩어빠진 낡은 세력'이라고 폄하했다.

결선 진출자를 배출하지 못한 사회당과 공화당은 긴급회의를 소집해 당 쇄신 방향을 논의하며 대선 이후를 분주히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앙 마르슈에 따르면 마크롱은 2주간의 결선 레이스 첫날인 24일 오전(현지시간)을 별다른 일정 없이 보냈고 이날 오후에는 파리 8구에서 열리는 아르메니아 학살 추모식에 참석해 헌화한다.

아르메니아 학살은 오스만투르크 제국 당시 이스탄불과 아나톨리아 동부에서 이슬람계 튀르크인이 기독교계 아르메니아인을 두 차례에 걸쳐 학살한 사건으로 이날이 120회 추모일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르펜에 압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마크롱은 첫날을 비교적 여유롭게 보냈지만, 극우세력의 집권을 우려하는 제반 정치세력들은 전날에 이어 일제히 마크롱 지지를 호소하며 분주히 움직였다.

'가벼운 발걸음' 파리 자택 나서는 에마뉘엘 마크롱
'가벼운 발걸음' 파리 자택 나서는 에마뉘엘 마크롱[AP=연합뉴스]

집권여당인 사회당의 장크리스토프 캉바델리 서기장은 이날 아침 BFM TV에 출연해 극우세력 격퇴를 위해 결선에서 마크롱에게 투표할 것을 호소했다.

그는 "이런 입장은 사회당 전국위원회의 만장일치의 뜻으로 우리의 단호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앞서 6%대의 초라한 지지율로 5위에 그친 사회당의 브누아 아몽 후보도 출구조사 직후 패배를 시인하고 마크롱 지지를 호소한 바 있다.

사회당 경선에서 아몽에게 패한 마뉘엘 발스 전 총리는 마크롱 측에 '연정'을 제안하고 사회당 지도부에는 전면 쇄신을 요구했다.

프랑스앵테르 방송에 출연한 그는 "대선 승리로는 충분치 않다"며 2002년 대선에서 중도우파 자크 시라크가 극우 장마리 르펜을 결선에서 누른 뒤 우파하고만 정부를 구성한 실수를 다시 저질러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사회당 주류가 앙 마르슈 측에 차기 정부를 함께 구성하는 연정 또는 동거정부를 처음 제안한 것이라 주목된다.

사회당이 이번 대선서 참패한 것에 대해선 "한 사이클이, 한 역사가 끝난 것"이라며 "유럽·경제·기업·안보 등의 문제에서 의견이 엇갈리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게 과연 한 정치집단이라고 할 수 있나. (당 노선을) 명확히 해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사회당의 전면 쇄신과 노선의 재검토를 요구한 것이다.

중도우파 공화당 쪽에서도 당 쇄신 요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당 지도부가 이날 대책회의를 소집한 가운데 대선 경선에서 피용에게 고배를 마신 알랭 쥐페 전 총리(현 보르도 시장)는 기자들을 만나 "이번 패배는 피용의 개인적 흠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당 노선의 문제이기도 하다"며 노선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피용과 쥐페 전 총리 등 제1야당의 주요 인사들은 일제히 결선에서 마크롱을 지지하겠다고 이미 선언했다.

프랑스 내 이슬람교도들도 마크롱을 중심으로 뭉치고 있다.

파리 최대 이슬람교 회당인 '그랑드 모스케 파리'는 성명을 내고 "종교적 소수자와 프랑스 전체의 운명을 위해 결선투표에서 마크롱을 지지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프랑스무슬림평의회(CFCM)도 비슷한 내용의 성명을 내고 결선에서 르펜을 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르펜과 마크롱 포스터 들여다보는 프랑스 시민
르펜과 마크롱 포스터 들여다보는 프랑스 시민[AFP=연합뉴스]

프랑스의 이슬람교도는 500만명 가량으로 가톨릭에 이어 제2의 종교다. 르펜은 대선 후보들 가운데 이슬람교 등 타종교·타문화에 가장 적대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이렇게 자신을 반대하는 세력이 결선투표를 앞두고 속속 결집하고 있다는 소식에 르펜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결선을 앞두고 미용실에서 머리를 단장한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썩어빠진 낡은 공화국 전선이 뭉치려고 한다. 그것참 잘됐다"며 비꼬았다.

'공화국 전선'이란 극우세력의 집권을 저지하기 위해 제반 정치세력이 연대해 대항하는 프랑스 특유의 정치 현상이다. 2002년 대선에서 르펜의 아버지 장마리는 결선 진출의 파란을 연출했지만, 결선에서 '공화국 전선'이 작동해 82 대 18의 압도적 표차로 중도우파 시라크에게 패한 바 있다.

르펜은 마크롱에 대해서도 즉각 공세를 취했다. 그는 "마크롱이 대테러 프로그램도 없이 대권에 도전한다"면서 "내가 프랑스의 안전을 되찾아오겠다"고 공언했다.

르펜과 마크롱은 샹젤리제 총격테러로 순직한 고(故) 자비에 쥐젤레 경관의 추모식에 오는 27일 나란히 참석할 예정이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파리 경시청에서 추모식을 주재한다.

yongla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4/24 22:52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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