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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 50년 윤후명 "마음에 묻어둔 시, 이제는 내어놓습니다"

시선집 '강릉 별빛' 출간

윤후명 [서정시학 제공]
윤후명 [서정시학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오랫동안 묻어두려고 했지요. 마음속에 집어넣고 소설로 다시 일어서야겠다 해서 시를 안 썼어요. 이제는 삶이 다 돼서 그렇게 감추고만 있을 수는 없는 거지요."

작가 윤후명(71)에게는 그러나 평생 시만 쓰겠다고 작정한 시절이 있었다. 고교 2학년 때 성균관대 백일장에서 장원을 하고 나서 시에 운명을 바치리라 결심했다. 대학 면접시험에서 왜 철학과를 지망하느냐는 질문에 "시를 쓰려고요"라고 대답했다. 196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며 등단했고 10년 뒤 첫 시집 '명궁'을 냈다.

197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된 뒤로는 소설에 매진했다. 50년 동안 엮은 시집은 세 권. 2012년 세 번째 시집 '쇠물닭의 책'에서 남 얘기인 듯 썼다. "소설가 Y씨는 예전에 시를 썼다고 한다/ 요즘은 안 쓰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 (…) 소설가 Y씨는 예전에 시를 썼다고 한다/ 헛소문일지도 모른다" ('소설가 Y씨의 하루')

"외국에서는 시와 소설을 같이 합니다. 우리나라는 그런 풍토가 안 돼 있어서 그 점이 매우 아쉬웠어요. 나이가 되니 이제 그런 것을 극복할 때가 됐다, 제가 합치는 역할을 해야겠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올해로 등단 50년을 맞은 윤후명이 시선집 '강릉 별빛'(서정시학)을 냈다. 앞선 세 권에서 고르고 신작 7편을 보태 64편을 엮었다. 시인으로 첫발을 디딘 때부터 강은교·임정남·김형영·정희성 등과 동인 '70년대'를 꾸린 일, 시집 한 권 내기가 어렵던 시절 평론가 김현에게서 시집 출간을 제안받은 기억 등을 회상한 '비망록'도 실었다. 직접 그린 그림을 군데군데 넣었다.

윤후명 그림 [서정시학 제공]
윤후명 그림 [서정시학 제공]

"강릉 바닷가에서 별을 바라보는 것은/ 이 삶을 물어보는 것/ (…)/ 하물며 별은 먼 향내에 빛난다/ 따라서 강릉 바다의 향내는 먼 별의 모습/ 우리가 살아 있는 지금을 가장 멀리 빛내는 별의 모습/ 강릉 바닷가에서 별을 바라보는 것은/ 지금 살아 있음을 되새기며/ 이 삶의 사랑을 물어보는 것" ('강릉 별빛' 부분)

윤후명이 시와 함께 드러내려고 마음먹은 대상이 하나 더 있다. 태어나서 여덟 살까지 자란 고향 강릉이다. 2016년 소설집 '강릉'을 엮으며 소설전집의 첫 권으로 삼았고 시선집에도 고향과 어머니가 등장하는 신작이 여럿이다.

"익명의 도시였지요. 강릉에서 한창 어려운 시절을 지내서요. 떳떳하게 드러낼 용기가 없었어요. 거기에는 말하자면 죽음도 있고요. 아주 불행했던 시절들이 있어요. 그것을 밝은 세상에 드러내기가 마음에 걸려서 숨겼지요. 감추지도 못하면서 감추려고 했어요. 이제는 내어놓으면서, 내가 태어난 도시와 함께 여지껏 배운 것을 펼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조금 뻔뻔해졌다고 할까요."

신춘문예 당선작 '산역'은 강릉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었다. 윤후명 소설의 '젊은이들을 열광하게 한, 동시대 젊은 시인들을 절망하게 한 문체의 미학'(정일근 시인)이 그의 시심과 무관하지 않듯, 강릉 역시 감출래야 감출 수 없는 윤후명 문학의 시작이자 마지막인 셈이다. 재작년 강릉 문화작은도서관 명예관장으로 취임했고 최근에는 작업실을 얻어 강릉과 서울을 오가고 있다. 그는 '비망록'에도 고향을 향한 애정을 표현했다.

"나는 아늑한 '망치마을'을 지나며 옛날 언젠가 우리 가족이 평화롭게 살던 마을이 아닐까 마음이 안온했다. 이런 곳에 와서 글을 쓰며 마지막 한 철을 지날 수 있다면! 하고. 프랑스의 랭보가 쓴 '지옥에서 보낸 한 철'과는 반대의 내용을 쓰는 나의 시간이 '헌화가'와 함께 있을 수 있다면!" 136쪽. 1만4천원.

dada@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5/20 11: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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