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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사 오불도' 한국에 돌려보낸 로버트 마티엘리

"근대화 과정서 옛것 버려져…오불도가 집으로 돌아가 기쁘다"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송광사 오불도가 원래 집으로 돌아오게 돼 참으로 기쁩니다."

도난당했던 18세기 불화 '송광사 오불도'를 우리나라로 돌려보낸 미국인 로버트 마티엘리(92) 씨는 백발이 성성한 고령에 오랜 시간 비행기를 타고 한국을 찾았지만 설렘이 묻어나는 표정이었다.

그는 20일 서울 종로구 불교역사문화박물관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을 예방하고 오불도 기증을 결심한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했다.

아내 샌드라 마티엘리, 브라이언 페리소 미국 포틀랜드 아트뮤지엄 관장, 매리베스 그레이빌 포틀랜드 아트뮤지엄 아시아미술 큐레이터를 비롯해 사서실장 심경스님, 문화부장 정현스님, 불교중앙박물관장 현조스님도 자리를 함께했다.

한국전쟁의 상흔이 선명했던 1958년 7월, 서른 세살 청년이었던 마티엘리 씨는 서울 땅을 처음 밟았다. 1988년 한국을 떠날 때까지 서울 용산구 주한 미8군에서 일하며 미술품을 관리했다.

그는 이 땅에서 아내 샌드라 씨를 만나 서울시청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아이들까지 다 키워냈다며 "한국은 두 번째 고향"이라고 말했다.

집은 종로구 조계사 근처였다고 한다. 가까운 인사동을 거닐며 한국적 공예품을 찾는 게 취미였고, 오불도 역시 인사동 골동품점에서 우연히 구입했다.

당시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구겨졌던 오불도를 사들여 표구까지 마친 마티엘리 씨가 없었다면 이 그림은 사라졌을 수도 있다.

이후 미국으로 돌아간 마티엘리 씨는 2014년 포틀랜드박물관에 그림을 기탁했고, 문화재청과 조계종은 설득 작업 끝에 환수에 성공했다.

그는 "미국으로 돌아간 뒤 20년간 오불도를 집에다 걸어놓고 봤다. 퇴직하고 집 규모를 줄이자 그림을 둘 곳이 마땅치 않아 포틀랜드박물관에 기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그림이 도난 그림이라는 게 밝혀져 이렇게 원래대로 돌아오니 더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문화재 관리에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미간을 살포시 찌푸리며 고심했다.

어렵게 말문을 연 마티엘리 씨는 "저는 기계로 만든 예쁜 것보다는 손으로 만든 소박한 것에 관심이 많았다"며 "미국의 선조들이 근대화가 진행되며 예전의 소중한 것들을 너무 쉽게 버리는 걸 보면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어 "인사동에서 공예품들을 샀던 것도 1960∼1970년대 한국이 근대화를 거치며 버리는 옛것을 보존하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근대화에는 손실도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자승 총무원장은 "도난물품을 자연스럽게 넘겨준 예가 아주 드문데 정말 감사드린다. 문화재 환수의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며 옻칠을 한 전통 수저를 선물했다.

브라이언 페리소 포틀랜드 아트뮤지엄 관장은 "저희 인연을 여기서 끝맺는 게 아니라 앞으로도 발전시키고 싶다"며 "미국에서 한국문화는 제한적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 일이 한국문화를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송광사 오불도는 조선시대 후기 화승인 의겸이 1725년 제작한 '오십삼불도' 중 하나다. 오십삼불도는 칠불도 1폭, 구불도 2폭, 십사불도 2폭, 오불도 2폭 등 7폭으로 구성된다.

오불도 2폭은 1969∼1970년 진행된 불조전 보수공사 과정에서 다른 전각으로 옮겨졌다가 1970년대 초반에 사라졌다. 이 가운데 1폭이 마티엘리 씨가 보관하던 그림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송광사 성보박물관은 24일 개막하는 특별전에서 송광사 오불도를 불조전에 봉안돼 있는 다른 불화들과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송광사는 전시 개막에 앞서 23일 마티엘리 씨 부부와 브라이언 페리소 포틀랜드박물관 관장을 초청해 오불도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clap@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6/20 13:57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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