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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현장] "가만히 있어도 땀 줄줄"…쪽방촌은 벌써 한여름

폭염(PG)
폭염(PG)[제작 조혜인]
선풍기 하나에 의지…온몸으로 버티고 밤잠도 설쳐
때이른 더위에 쪽방촌 지원 물품 아직 마련 안 돼

(전국종합=연합뉴스) "여름은 가장 피하고 싶은 계절인데, 벌써부터 이렇게 덥네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20일 오후 대전역 인근 골목 쪽방촌 앞에서 만난 A(69)씨는 "방안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른다"며 이렇게 말했다.

낡은 여인숙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쪽방촌에서 한 사람이 겨우 지날만한 좁은 골목으로 다시 들어가 10여m를 걸어가야 A씨의 월세 15만원짜리 방이 나온다.

대전역 인근 쪽방촌 골목
대전역 인근 쪽방촌 골목

이날도 대전역에서 그의 집까지 걸어오는 5분 사이에 땀이 맺힐 정도로 무더웠다.

그는 창문도 없는 집에서 선풍기 하나에 의지해 거동이 불편한 아내와 함께 지내고 있다.

그는 "환기가 안 되다 보니 방안이 무덥고 후텁지근하다"며 "차라리 바깥이 더 시원하다"고 전했다.

더위가 익숙한 쪽방촌 주민들에게도 올해 유난히 빨리 찾아온 무더위는 힘겹게 느껴진다.

A씨는 "지금은 그래도 버틸 만 하지만 한여름은 얼마나 더울지 걱정"이라며 "나보다 계속 방 안에 있어야 하는 아내가 더 걱정"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저소득층이 한여름을 나려면 '인내'와 '돈'이 필요하다.

여유가 없는 주민들은 온몸으로 더위를 버텨내야만 한다.

대전역 주변 쪽방촌 골목에서 '에어컨 있는 방'이라는 광고가 눈에 들어온다.

요즘 에어컨은 필수품이지만, 이곳에서는 돈을 더 내고 누려야 하는 '프리미엄' 중 하나다.

에어컨이 있는 방의 월세는 A씨가 사는 일반 방보다 5만원이나 비싼 20만원이다.

쪽방촌 주민 대부분은 5만원을 추가 부담할 여유가 없어 더위를 참고 또 참을 수밖에 없다.

인천시 동구 만석동 괭이부리말 마을의 쪽방에서 주민이 선풍기 바람을 쐬는 모습[연합뉴스 자료사진]

부산 동구 산허리를 따라 만들어진 산복도로 마을에 사는 노인들도 여름이면 곤욕을 치른다.

집 안은 영상 50도가 훌쩍 넘는다. 무더운 날은 조금만 움직여도 온몸이 흠뻑 젖는다.

병원이나 시장에 갔다가 병을 더 얻었다는 노인도 한둘이 아니다.

금전적 여유가 없는 마을 주민들은 에어컨이나 선풍기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미지근한 물에 발을 담그고 골목 그늘에 삼삼오오 나와 앉아 더위를 피하는 게 전부다.

여름이면 가마솥을 방불케 하는 대구 쪽방촌 주민 역시 때 이른 더위가 반갑지 않다.

대구 중구 한 쪽방 주민 B(70·여)씨는 "지난밤 열대야는 없었지만 더위 때문에 두 번이나 잠을 깼다"며 "낮에는 출입문을 열어놓고 있지만 밤에는 낯선 사람이 들어올까 봐 출입문을 닫고 잔다"고 전했다.

그나마 의지할 수 있는 쪽방이라도 있는 게 다행이다.

경기도 수원의 노숙자 C(80)씨는 한낮에 있을 곳이 없어 온몸으로 폭염을 견딘다.

지난 주말부터 전국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 벌써 닷새째다.

쪽방촌 주민을 지원하는 쪽방상담소 등 지원기관 역시 폭염특보가 내려지자 분주해졌다.

그러나 더위가 일찍 찾아온 탓에 이들 기관에 지원 물품이 아직 도착하지 않아 쪽방촌 주민들을 보기가 부담스럽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7월이 돼야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이 지원하는 얼음물, 얼음 조끼, 선풍기 등 무더위를 이겨낼 물품이 도착하기 때문이다.

이날 찾아간 대전쪽방상담소 1층 더위 대피소에는 얼음물 등 여름을 이겨낼 물품이 눈에 띄지 않았다.

대성에너지㈜ 관계자들이 대구지역 쪽방촌 주민들을 찾아 후원 물품을 전달하고 건강 및 복지 정보 등을 설명하는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연합뉴스 자료사진]

대전 쪽방촌에서 목회활동을 하는 원용철 목사는 요즘 각 기업에 여름 물품 지원을 호소하는 편지를 보내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전기요금이 부담스러워 상담소 1층 무더위 쉼터에 있는 에어컨을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상담소 직원들이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200가구를 돌면서 쪽방촌 어르신 안부를 물으며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반찬을 나눠드리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다.

대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구쪽방상담소 관계자는 "작년보다 폭염이 일찍 찾아와 대학생 등이 쪽방 어르신을 찾아 안부를 묻는 봉사활동을 빨리 시작할 예정"이라며 "선풍기 등 물품을 충분히 지원했으면 좋겠지만 아직 도착한 물품이 많지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7월부터 얼음물과 선풍기 등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물품이 지급되더라도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잠시 더위를 식힐 순 있어도 창문도 없는 좁은 구조의 방은 더운 공기를 더 뜨겁게 만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들이 쪽방촌을 떠나지 않는 한 무더위와의 싸움은 지속할 수밖에 없다.

원 목사는 "지금은 그나마 버틸만한 더위인데, 한여름이 다가오면 주민들이 무척 힘들어하는 만큼 실질적인 혹서기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한여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시간에 쪽방촌 주민들을 시원한 곳으로 모아 재활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취미생활을 하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공동 작업장에서 돈을 벌 수 있도록 해주는 등 주민들이 쪽방촌을 벗어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해민 최수호 차근호 최은지 김소연 기자)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6/20 16:5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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